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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이태원 참사, 조기 수습·재발 방지에 매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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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이태원 참사, 조기 수습·재발 방지에 매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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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11.01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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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지난 10월 29일 심야에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에서 최악의 압사 참사로 인해 154명이 숨지고 132명이 다쳐 모두 286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사망자 154명 중 98명은 여성이고, 56명은 남성으로 확인됐다. 외국인 사망자는 14개국 26명으로 집계됐다. 안타깝게 유명을 달리하신 고인들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에게 위로를 드리며 애도를 표한다. 이들 사상자 중 대부분 10대에서 20대로 미성년자 사망자도 있어 더욱 가슴이 무겁고 아프다.

이번 사고는 핼러윈을 이틀 앞둔 주말인 지난 10월 29일 오후 10시 22분쯤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1번 출구에서 해밀톤 호텔 뒤편의 세계음식문화거리 방면으로 올라가는 길이 40m의 오르막 골목길 일대 행사장에서 발생했다. 3년 만에 첫 ‘야외 노 마스크’ 핼러윈을 맞아 경사가 가파르고 폭 3~4m 내외의 비좁은 골목길에 10만여 명의 인파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손쓸 겨를도 없이 순식간에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2014년 4월 16일 경기도 안산 단원고 학생 등 304명이 희생된 세월호 참사 이후 최악의 인명피해다. 

이번 이태원 압사 참사는 통제되지 않은 환경에 불특정 다수가 일시에 몰려들어 발생한 것으로 사고 당시 군중이 ‘집단 패닉’에 빠져 피난로가 두 방향이어도 남들이 움직이는 방향으로만 가게 되어 피해가 커졌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생존자들도 ‘오지도 가지도 못한 극한 상황’에서 갑자기 누군가가 넘어지면서 도미노처럼 대열이 무너져 30분 넘게 빠져나가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2017년도 한국철도학회 춘계학술대회 논문집에 의하면 보행로에서 1㎡당 0.3명 미만이 보행할 때는 보행속도의 자유 선택이 가능하고 0.3∼0.4명 미만/㎡에서는 정상 속도로 같은 방향 추월이 가능하지만, 0.4∼0.7명 미만/㎡에서는 보행속도 추월의 자유가 제한받으며, 0.7∼1.0명 미만/㎡에서는 보행속도가 제한을 받으며, 1.0∼2.0명 미만/㎡에서는 자신의 보통 보행속도가 불가능하며, 2.0명 이상/㎡에서는 떠밀리는 걸음으로 정지상태가 된다. 

숭실사이버대 박재성 교수의 주장에 따르면 화재 발생으로 피난할 때도 마찬가지지만 대규모 축제나 행사의 경우에도 사람들의 군집 밀도가 높아지게 되는데 보통 1㎡에 약 4~5명 정도의 사람이 들어찼을 때 군집의 흐름이 끊기면서 사람들의 신체에 압박을 조금씩 느끼기 시작하고, 1㎡에 8~9명 정도의 사람이 들어차면 여성들부터 비명을 지르기 시작하며, 1㎡에 10명 정도의 사람이 들어차면 몸에 가해지는 압박에 비명을 지르게 되고 1㎡에 약 12명 정도의 사람들이 들어가 있었을 때는 압사나 실신 사고가 발생한다. 따라서 군중의 흐름에 의해서 흘러가게 되고 앞에서 한 사람이 넘어져 압사 사고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이 뒤에서 계속 사람들이 밀려오게 되어 압사가 가중되고 피해는 더욱 커지는 상황이 된다.

더구나 좁은 도로에 경사가 비탈져 한 사람을 50kg 정도로 보고 100명이 넘어지면 5,000㎏ 정도의 큰 무게가 되는데, 뒤엉켜 겹치면서 도미노처럼 계속 무너지게 되 짓눌림은 가중된다. 더구나 좁은 내리막 골목길이라 심폐소생술(CPR)을 펼칠 최소한의 공간조차도 확보하기 어려웠다. 이렇듯 이번 참사는 ‘불안전한 환경’과 ‘불안전한 행동’이 ‘역시너지’로 작용했다. 게다가 워낙 사람이 많았던 탓에 출동한 소방관들도 구조 지연을 감수해야만 했고, 현장의 많은 시민이 심폐소생술(CPR)을 시도했으나 유례없는 최악 참사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참사가 발생한 이태원 뒷골목은 안전사고 발생 위험이 큰 안전 취약지다. 평소에도 좁은 골목이 많은 데다 이벤트가 있는 날이면 늘 많은 인파로 붐비는 곳이었다. 사고 전날인 10월 28일부터 젊은 층이 대거 몰려 사고 위험이 크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하지만 당국의 치안 활동은 강화했지만, ‘노 마스크’로 3년 만에 재개되는 ‘핼러윈’ 행사였다면 수만 명이 몰릴 것을 미리미리 예상하고 그에 상응하는 철저하고 완벽한 대비책을 세웠어야 했는데 이처럼 대규모 인파를 대비한 안전관리 대책으로는 미흡했다.

전문가들은 대규모 인파가 몰리는 야외, 그것도 심야 행사에 당연히 있어야 했을 사전 사고 대비책 부실이 만든 참사라고 주장한 근거다. 쉽지 않았었겠지만, 인파 통행 방향, 밀도 등을 실시간으로 파악해 사전에 사고 가능성에 대비했어야 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전대미문(의 대형 압사 참사는 예고 없이 언제 어디에서든 발생할 수 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진 정부는 차제에 사고 원인을 철저히 조사해 더는 대형 안전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근본적인 대책을 다층적·다각적으로 면밀하게 세워야 할 것이다.

미증유의 대규모 도심 인명 참사에 지금은 전 국민 모두 한마음 되어 졸지에 안타깝게 유명을 달리하신 희생에 누가 되지 않도록 신원 확인과 엄숙한 장례 절차 등 신속한 조기 수습은 물론, 재발 방지에 국가역량을 총 집주(集注)해야 할 때다. 모든 응급의료체계를 가동해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더불어 사고의 상처와 심리치료 등 후유증을 하루빨리 수습하고 다시는 이 땅에 이런 참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진정한 애도는 이런 비통한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지혜를 모으는 데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인식 전환과 의식개혁이다. 국가 경쟁력도, 기업 경쟁력도 국민 행복도 모두 안전에서 출발한다. ‘안전’은 우리에게 허락된 삶의 시간 동안 어느 한순간도 가슴밖에 둘 수 없는 최고의 덕목이자 최상의 가치인 이유이다. 관련 시스템 보완은 물론 경제 논리에 밀린 안전불감증의 치유가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 아울러 젊은 청년들도 이번 사고를 계기로 ‘안전’에 보다 투철한 인식과 철저한 대비에 힘써야 할 것이다. 

[전국매일신문 칼럼]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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