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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읽는 詩 62] 아픔을 받아넘기는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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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읽는 詩 62] 아픔을 받아넘기는 지혜
  • 서길원 大記者
  • 승인 2022.11.02 11: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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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길원 大記者

황규관 시인
전북 전주 출신으로 포철공고 졸업 후 1993년 ‘전태일 문학상’에 시가 당선되어 등단
 

<함께 읽기> 부처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인생은 고해(苦海)다.’라고, 우리 사는 세상에 괴로움이 바다만큼 차 있음을 비유한 말씀이다. 즉 ‘사는 것 자체가 괴로움이요, 아픔이다.’는 뜻이다. “없는 사람에게는 늘 아픔이 있다.” 요즘 '국경없는의사회, 유니세프, 유엔난민기구' 등 구호단체의 후원 유도 광고를 보면 모두 가난 때문에 생긴 아픔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몸의 아픔과 마음의 아픔 가운데 어느 것이 더 아픈가를 판단할 수 없지만, 일단 가난으로 인한 아픔은 눈에 보이기에 더욱 비참해 보인다.

"가난한 사람에게는 사랑도 / 아픔이거나 깊은 흉터다." 없는 사람일수록 아프지 않아야 버티련만 그런 사람은 더 자주 아프다고 한다. 가난해서 아픈지, 아파서 가난한지 그 순서를 알 수 없지만, 굳이 드라마를 보지 않더라도 없는 사람은 사랑마저도 아픈 사랑을 한다. 사랑 끝에 결국 절망하고 마는 그런 사랑. "아픔은 항상 어디선가 샘솟는다. / 아니, 아파서 산다." 없는 사람의 아픔은 약을 먹어도 침을 맞아도 가시지 않는다. “아픔을 빛나게 증명하듯"이, 가난에서 오는 결핍은 그 아픔을 더욱더 뼈저린 것으로 만들어 스스로의 힘으로 일어나기 버겁도록 한다. "그러나 / 아프고 아파서 아픔이 웃을 때까지 /천천히 가는 길이다."

이 시의 건강함이 드러나는 부분이라 하겠다. 시인은 마침내 그 아픔을 부정하기보단 '긍정'하기에 이른다. 산다는 건 근원적으로 아픈 일이지만, 아픔을 통해 존재의 의미를 깨닫고, 높은 곳보다는 낮은 곳을 향하고, 속이 여물어 진다. 가만 생각해 보면 늘 아픔 속에서도 언젠가는 그 아픔이 사라지는 날이 오겠지, 사람답게 사는 날이 오겠지 하는 막연한 기대 속에 살아왔기에. 그러다 보니 그걸 삭이는 지혜도 절로 터득한다. 아픔을 아픔으로 받아넘기는 지혜, 그게 곰삭아 우리의 피가 되고 삶의 밑거름이 되는가 보다.

[전국매일신문] 서길원 大記者
sgw3131@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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