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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수원의 자랑스러운 여성들을 기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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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수원의 자랑스러운 여성들을 기억합니다”
  • 수원/ 박선식기자
  • 승인 2023.03.07 15: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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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8일 세계 여성의 날…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여성3인 돌아보기
수원시 가족여성회관이 진행 중인 ‘나부터 돌봄 챌린지 #소중한 나를 안아주세요’에 참여하고 있는 시민들. [수원시 제공]
수원시 가족여성회관이 진행 중인 ‘나부터 돌봄 챌린지 #소중한 나를 안아주세요’에 참여하고 있는 시민들. [수원시 제공]

8일은 ‘세계 여성의 날’이다. 이에 전국매일신문은 ‘수원시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김향화(1897~미상), 안점순(1928~2018), 이선경(1902~1921) 등 세 명의 삶을 조명해본다.

●‘총칼 앞에서도 의로웠던 기생’ 김향화
김향화는 수원의 기생이었다.

1897년 7월16일 서울에서 태어난 김향화의 본명은 순이였다. 1918년 발행된 ‘조선미인보감’에서 김향화는 검무와 승무에 능하고 구슬프고 애절하게 노래를 잘한다고 소개됐다.

당시 수원의 기생들은 의기가 높았다. 고종황제가 승하하자 20여명의 수원기생들이 상복을 차려입고 서울 대한문 앞으로 가 망곡례를 올린 내용이 매일신보에 기록돼 있을 정도다. 또 자선공연을 통해 발생한 수익금을 수원상업강습소 학생들을 위해 내놓기도 하는 등 높은 민족의식으로 사회적 역할도 수행했다.

수원시 명예의 전당 홈페이지에 헌액된 김향화. [수원시 제공]
수원시 명예의 전당 홈페이지에 헌액된 김향화. [수원시 제공]

특히 1919년 3월 수원지역 만세운동 중 김향화를 중심으로 한 수원예기조합 기생들은 일제의 총칼에 용감하게 맞섰다. 3월29일 자혜의원(화성행궁 봉수당)으로 검사를 받으러 가던 30여명의 기생들이 경찰서 앞에서 태극기를 꺼내들고 만세를 외쳤다. 선두에는 김향화가 있었다. 일본 경찰과 수비대가 총칼을 들이대며 무자비하게 진압했고, 이를 지켜보던 사람들이 합세해 시위 규모가 커졌다고 한다. 

이후 김향화는 2개월여의 감금과 고문 끝에 징역 6개월 판결을 확정받았다. 만세운동을 주도한 기생 김향화 재판에는 많은 사람들이 방청객으로 참석했을 정도로 관심이 높았다고 한다. 서대문형무에서 옥고를 치르다 1919년 10월 가출옥한 김향화는 수원으로 돌아왔다. 이름을 ‘우순’이라고 바꾸고 지내다가 서울로 이주했다는 것 외에 이후 행적은 알려지지 않았다.

김향화에게는 2009년 대통령표창이 추서됐다. 

●‘고통을 딛고 평화를 만든’ 안점순
안점순은 끔찍했던 위안부 피해를 세상에 널리 알리는 평화활동가다.

1928년 12월2일 서울에서 태어난 안점순은 1991년 위안부 문제가 세상에 공개된 뒤 조카가 피해자로 등록만 했을 뿐 얼굴을 드러내지 않고 조용히 지냈다. 그러다 75세가 된 안점순은 세상으로 나와 날갯짓을 시작했다.

일본 대사관 앞 수요시위에 참석하고, UN 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해 일본의 만행을 알리고, 국제노동기구 심포지엄에 참여하고, 다른 피해자들과 연대하는 등의 활동을 통해 전쟁의 피해를 낱낱이 밝혔다.

수원시 명예의 전당 홈페이지에 헌액된 안점순. [수원시 제공]
수원시 명예의 전당 홈페이지에 헌액된 안점순. [수원시 제공]

안점순의 활동은 수원지역에서 위안부 할머니를 위한 활동의 밑거름이자 원동력이 됐다.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건립기금 7천여만 원을 모아 2014년 시청 맞은편 올림픽공원에 평화비가 세워졌다.

안점순과 수원시민의 끈질긴 노력은 2017년 3월 독일 레겐스부르크 인근 네팔 히말라야 파비용 공원에 ‘순이’라는 이름의 소녀상을 세우는 결실을 맺었다. 89세 노인이 된 안점순은 제막식에 참석해 “험한 세상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남겼다. 이후 1년여 만인 2018년 3월30일 고단했지만 아름다운 삶을 마감했다.

시는 수원시민사회장으로 배웅하고, 명예의 전당에 수원을 빛낸 인물 중 한 명으로 이름을 올렸다. 또 수원시가족여성회관 내에 ‘용담 안점순 기억의 방’을 만들어 그의 활동을 기억하고 추모하고 있다.

●‘독립을 위해 불태운 열아홉 열정’ 이선경
‘수원의 유관순’으로 알려진 이선경은 19세의 나이에 순국한 수원지역 여성 독립운동가다.

이선경은 1920년 6월 서호 부근에서 박선태 등과 만나 수원 최초의 비밀결사 ‘구국민단’을 결성하고, 임원으로 활동했다. 그러나 두 달여 만에 구국민단의 활동이 발각되면서 체포되고야 말았다.

수원시 명예의 전당 홈페이지에 헌액된 이선경의 학적부. [수원시 제공]
수원시 명예의 전당 홈페이지에 헌액된 이선경의 학적부. [수원시 제공]

이선경은 체포 이후 일제 경찰에 심한 고문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1921년 4월까지 140일간 구류됐는데, 이 기간 병을 얻어 재판에 참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마지막 재판일이었던 1921년 4월12일 궐석재판으로 징역 1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아 방면된 이선경은 수원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고향으로 돌아온 지 9일 만인 4월21일 순국했다. 

이선경은 순국 91년 만인 지난 2012년 3월1일 건국포장 애국장에 추서됐다. 수원시는 명예의 전당에 그 자랑스러운 수원의 여성 이선경을 헌액해 기억하고 있다.

시는 세계 여성의 날 115주년을 기념해 오는 10일까지 ‘수원시 여성문화공간 휴’의 로비와 계단 등에서 특별프로그램 ‘2023 국립여성사전시관 순회전’을 연다.

전시는 수원 출신 서양화가이자 작가인 나혜석(1896~1948),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변호사이자 여성운동가인 이태영(1914~1998), 비행사이자 독립운동가인 권기옥(1901~1988), 언론인이자 독립운동가 최은희(1904~1984) 등 우리나라 근현대 역사 속 여성 인물 10여명의 활약을 확인할 수 있다.

[전국매일신문]  수원/ 박선식기자 
sspark@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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