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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의 窓] 재해에 대비한 장기적 물가안정 대책 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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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의 窓] 재해에 대비한 장기적 물가안정 대책 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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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08.06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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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 국제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

지난 7월 유례없는 극한의 호우에 이어 8월 폭염까지 계속되면서 농산물 수급과 물가 관리에 비상등이 켜졌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의 도매가격을 보면 지난 4일 기준 적상추 4㎏이 6만4110원으로, 한 달 전 3만0044원 보다 113%올랐다. 1년 전 3만7600원과 비교해도 70%나 오른 수준이다. 깻잎 2㎏은 4만1760원으로, 한 달 전 1만8856원보다 121%뛰었고, 1년 전 2만8480원보다는 47%나 비싸졌다.

시금치 4㎏은 6만4140원으로, 한 달 전 2만6528원에 비해 142%, 1년 전 3만9184원 보다는 64%올랐다. 오이 100개 역시 6만3500원으로 한 달 전보다 7%올랐고, 대파 1㎏는 3084원으로 한 달 전에 견줘 57%상승했다. 미나리 7.5㎏는 9만1867원으로 한 달 전보다 192%올랐다.

대표적인 여름 제철 과채인 수박은 1개에 한 달 전 2만원을 넘지 않던 것이 3만1720원으로 올랐다. 평년 이맘때면 가격이 안정될 시기지만 호우와 이어지는 폭염 피해로 크게 오른 것이다. 참외도 한 달 새 90%가량 올라 10㎏에 6만6860원을 줘야 살 수 있다.

축산물 중에는 여름 보양식으로 수요가 많은 닭고기 소매가격은 1㎏당 1년 전 5600원대 던 것이 6400원으로 12% 높아 졌다. 지난해보다 공급량이 줄어든 상황에서 집중호우로 90만 마리 가까운 닭이 폐사하면서 가격이 뛰었다. 농축산물 가격은 당분간 계속 오를 것이란 분석이다. 장마가 끝났지만 폭염이 이어지면 농작물 생육 및 축산물 사육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호우와 폭염, 가뭄 등 이상기후가 세계 곳곳을 강타하면서 곡물가격도 뛰고 있다. 최근 남부유럽을 휩쓴 극한의 가뭄과 폭염으로 프랑스 농장지대는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 옥수수밭이 갈라지는 등 최악의 상황이다. 프랑스는 유럽의 대표적인 농업 생산대국이다. 하지만 올해 프랑스는 극심한 가뭄으로 작황이 최악의 수준을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밀 수출국인 호주에서도 국지적인 가뭄으로 수확량이 줄어들 전망이다. 올해와 내년도 밀 수출량도 예년과 비교해 30%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여기에 유럽 최대 곡창지대인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 사정도 좋지 않다. 우크라이나는 세계 옥수수 수출의 12%, 밀 수출의 9% 등을 차지하고 있다. 또 세계 최대의 쌀 수출국인 인도가 국내 물가 상승을 완화하기 위해 쌀 수출을 금지하면서 세계 쌀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인도는 세계 최대의 쌀 수출국이다. 2022년 인도는 중국, 필리핀, 아프리카 등 140개국에 2,200만 톤의 쌀을 수출했다. 인도의 이번 조치는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을 어렵게 한 흑해곡물협정의 중단보다 더 심각한 식량 안보 위기를 몰고 올 수 있다.

이처럼 세계 곳곳에서 극한 호우와 폭염․가뭄이 강타해 농산물 생산에 차질을 빚고, 국제적 정세(政勢)가 가세하면서 가격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지난 3일 시카고 상품거래소에서 밀 선물 가격(9월 인도분)은 장중 전날 6.48달러에서 5% 상승한 6.83달러에 거래되었다. 안정을 되찾던 옥수수 가격도 이날 장중 전일대비 2.85% 상승한 5.22달러에서 거래되는 등 다시 반등세로 돌아섰다. 곡물의 국제가격 상방 압력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상기후현상이 해가 갈수록 재해양상이 다양화 되며 피해규모가 커지고 있다. 모든 산업에 있어 이상기후는 지대한 악영향을 주지만 농업생산에 있어서 자연재해는 더더욱 치명적이다. 재해로 인한 농축산물 수급불안은 밥상 물가 공포까지 더해지면 소비심리가 위축돼 경기침체로 이어진다.

정부는 만성화하는 글로벌 애그플레이션과 기후 변화에 맞춰 농산물 비축 제도를 다양화하는 방안도 물론 강구해야 되겠지만, 자연재해에 대응하는 국내 생산기반을 공고히 구축해 안정적 농축산물을 생산․공급하는데 정책과 예산을 집중 지원해야 한다. 본질은 덮어두고 매번 장바구니 물가 부담을 덜기 위해 농축산물 할인과 수입에 의존하는 가격 안정 대책을 추진하겠다는 임시방편적 정부 정책은 없어졌으면 한다.

[전국매일신문] 문제열 국제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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