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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생산·소비·투자 '트리플 감소' 기조 전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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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생산·소비·투자 '트리플 감소' 기조 전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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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09.04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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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한국경제가 좀처럼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대내외 경제 여건이 여전한 안개 속에서 실물경기 동향을 나타내는 생산(-0.7%), 소비(-3.2%), 투자(-8.9%) 3대 지표가 일제히 하락했다. 통계청이 지난 31일 발표한 ‘2023년 7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상저하고’ 정부 전망과는 달리 하반기 첫 달부터 경기 지표가 1월 이후 6개월 만의 ‘트리플 감소’를 기록하면서 ‘상저하고’ 가능성은 더 멀어져 ‘희망 고문’에 그치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산업생산과 소비, 투자가 동시에 쪼그라들었다. 설비투자는 전월 대비 8.9%나 줄면서 2012년 3월 12.6% 감소 이후 11년 4개월 만에 최대 낙폭을 보였다. 특히 승용차 개별소비세 인하 조치가 6월 말로 종료되면서 자동차 등 운송장비 투자가 한 달 새 22.4%나 급감한 점이 크게 작용했다. 

소비와 생산 지표도 동반 감소했다. 상품의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액지수(계절조정)는 지난달 103.0(2020년=100)으로 3.2% 줄었다. 감소율은 2020년 7월 4.6% 감소 이후 3년 만에 가장 컸다. 이 중에서도 승용차 등 내구재의 감소율이 5.1%에 달하는 등 개별소비세 인하 조치가 6월 말로 종료되면서 7월 내구재 판매가 줄었고 예년보다 비가 많이 오면서 외부 활동이 줄어 소비활동도 감소했다. 전(全)산업 생산(계절조정농림어업 제외) 지수도 109.8(2020년=100)로 전월 대비 0.7% 감소했다. 올해 1월 0.2% 감소로 시작한 전산업 생산은 상반기 등락을 반복했다. 올해 4월 1.3% 감소 이후 5·6월 두 달 연속 증가세를 보였지만, 3개월 만인 7월엔 감소 전환한 것이다. 공공행정 6.5% 감소와 광공업 생산이 2.0% 감소한 영향이 컸다. 서비스업·건설업에서 생산이 늘어 전체 감소 폭은 크지 않았지만 주력 산업인 제조업이 포함된 광공업의 부진이 두드러지는 등 경기침체 흐름이 더 빨라지는 모양새다. 의복·모피(28.5%) 등은 늘었으나, 컴퓨터(-17.3%), 전자부품(-11.2%), 기계 장비(-7.1%) 등의 감소율이 특히 높았다. 반도체 생산도 같은 기간 2.3%나 줄었다.

이렇듯 중국발(發) 경제 침체, 심각한 가계 부채, 수출 감소 등으로 경기가 부진한 가운데 설상가상으로 현대자동차 노조는 지난 8월 28일 파업찬반투표에서 89% 찬성률로 파업권을 확보했고, 기아도 8월 31일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 결렬을 선언하고 파업 준비 절차에 돌입했다. HD현대중공업 노조는 지난 8월 31일부터 3시간 부분파업에 돌입했고, 포스코 노조 역시 올해 임단협을 맞아 20차례 교섭을 진행해 왔으나 별다른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결국 지난 8월 23일 20차 임단협에서 노조 측은 창립 55년 만에 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파업 수순을 밟고 있다. 이들 핵심 업종은 역대급 실적을 올린 만큼 임금 인상 요구는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현재 60세인 정년을 64세로 연장하라는 등 무리한 내용도 적지 않다. 

반도체 불황 속 수출 버팀목이 돼 온 이들 업종의 파업이 현실화하면 산업계 피해가 일파만파로 번져 경제위기를 증폭시킬 게 너무나 뻔하다. 이런 와중에 정치권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1일부터 정기국회가 열리면서 정쟁(政爭)은 더욱 격화(激化)되고 있다. 여야는 일본 오염처리수·홍범도 흉상 이전·양평고속도로·채 상병 사망·방송 장악 등을 놓고 극단적 대치 중이다. 여야는 정기국회와 연말 예산 국회에 이어 곧바로 내년 4월 총선 준비에 들어간다. 어느 때보다 국론이 양분돼 경제가 실종될 우려가 커 보인다. 

이제 경제 주체 모두가 경제살리기에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정부는 우선 정책 기조를 경기침체 방어로 전환하고 수출과 기업활동을 촉진할 중·장기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예산과 세제 전반을 꼼꼼히 살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마중물 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기 위해 감세나 증세 반대로 정책 방향을 과감히 전환한 독일의 연간 70억 유로(약 10조 6,000억 원) 규모의 법인세 감면 패키지 법안(성장기회법 │ Growth Opportunities Law)이나, 영국의 초고소득자 대상 부유세 신설에 반대하면서 현행 연 소득 12만 5,140파운드(약 2억 800만 원) 초과분에 매기는 45% 최고세율도 올리지 않겠다며 소득세 인상·부유세 신설을 반대를 결정한 노동당의 사례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지금은 한국경제에 비상등이 켜졌다는 위기의식을 갖고 정부 역량을 집주(集注)해야 할 때다. 경제는 심리이고 정책은 타이밍이다. 정책은 때를 놓치면 호미로 막을 일도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치둔(癡鈍)의 우(愚)를 범하기 쉽다. 기업을 옥죄는 규제를 과감히 풀고 노동·교육 등 구조개혁도 서둘러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국회도 밑도 끝도 없는 정쟁에서 서둘러 벗어나 초당적으로 경제살리기 법안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할 것이다.

[전국매일신문 칼럼]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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