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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의 뼈를 깎는 자성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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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의 뼈를 깎는 자성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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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5.08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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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옥시레킷벤키저(옥시) 측에서 금품을 받고 유리한 보고서를 써준 혐의를 받는 서울대 교수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형사2부장)은 수뢰 후 부정처사 및 증거위조, 사기 혐의로 서울대 조모(57) 교수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6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조 교수는 옥시 측에서 금품을 받고 '가습기 살균제와 폐손상 간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다'는 등 사측 입장에 부합하는 연구보고서를 써준 혐의를 받았다.
옥시 측과 공모해 흡입독성 실험 데이터를 임의로 가공하는 등 증거를 조작한 혐의도 받고 있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옥시는 가습기 살균제를 폐손상 위험요인으로 지목한 보건당국의 역학조사 결과를 반박하고자 2011년 10월께 조 교수팀에 원료물질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의 흡입독성 실험을 의뢰했다. 옥시 측은 연구용역비로 서울대에 2억5천만원을 지급했다. 용역비와 별도로 조 교수의 개인계좌로 1200만원의 자문료도 송금했다. 조 교수는 재료·기자재비 또는 인건비 등으로 용도를 허위 기재해 서울대 법인계좌로 입금된 연구용역비 중 수천만원을 사적으로 지출한 혐의(사기)도 받고 있다. 조 교수 측은 해명자료를 내고 "연구보고서 일부 데이터에 불완전한 부분이 있었으나 고의로 연구결과를 조작하거나 왜곡한 사실은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본인계좌로 받은 1천200만원은 옥시 측이 자문료로 지급한다고 해 보상 성격으로 이해했으며, 모두 공적 운영비로 사용했다"고 해명했다.
피해자 가족모임이 '피해자의 편에 서서 전문성과 학문의 양심을 써야 할 교수가 기업의 편에서 연구를 대행하고 가습기 살균제의 유해성을 묵인했다'며 진상파악을 요구한 지 3일 만이다. 옥시는 질병관리본부가 지난 2011년 8월 가습기 살균제를 폐 손상 위험요인으로 지목한 역학조사 결과를 발표하자, 이를 반박하기 위해 그해 10월 서울대 조 교수팀에게 살균제 원료물질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의 흡입 독성 실험을 의뢰했다. 그런데 조 교수는 이 실험 결과를 왜곡해 결과적으로 옥시의 살인 가습기에 면죄부를 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당시 언론 보도 등을 통해 가습기 살균제의 문제를 접했다면 옥시가 의뢰한 실험이 어떤 의미를 띠고 있는지도 충분히 인식했을 것이다. 그런데도 연구윤리를 저버리고 실험 결과를 조작해 가습기 살균제의 독성을 은폐ㆍ축소했다면 가습기 살균제의 유해성을 부인한 옥시와 공범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현재까지 사망한 사람은 146명이며 이 가운데 103명이 옥시 제품을 쓴 것으로 조사됐다. 조 교수의 혐의가 사실이라면 제대로 사과나 보상도 받지 못하고 원통하게 숨진 피해자와 가족을 우롱한 것이다.
대학이나 전문가들의 연구 양심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국민의 건강이나 생명에 관계되는 연구나 실험의 경우 더욱 높은 도덕성이 요구된다. 우리나라의 간판 대학인 서울대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더욱이 대학의 연구와 실험이 돈을 앞세운 기업의 로비에 좌우된다면 상아탑이 어떻게 학문적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며, 미래 세대의 교육을 책임질 수 있겠는가. 10년 전 황우석 사태 이후 서울대는 연구활동의 윤리성 제고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다고 하지만 아직도 멀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교수들의 뼈를 깎는 자성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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