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매일신문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지방시대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최재혁의 데스크席] 희망을 품고 한해를 시작해 본다
상태바
[최재혁의 데스크席] 희망을 품고 한해를 시작해 본다
  • 최재혁 지방부국장
  • 승인 2024.01.04 11: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재혁 지방부국장

갑진년(甲辰年) 새해 새 아침, 붉은 태양이 동해 바다에 솟구쳐 올랐다. 새해는 용의 해, 그중에서도 60년 만에 찾아오는 청룡의 해다. 푸른색을 띤 상상의 용인 청룡은 나라와 가정을 지키는 수호신이며 풍요와 행복을 상징한다. 서조(瑞兆), 즉 상서로운 조짐을 품고 있기도 하다. 새해에도 즐거운 마음으로 힘찬 발걸음을 내디뎌 보자. 책을 읽겠다, 술을 줄이겠다, 살을 빼겠다. 새해가 밝아오면 다들 하는 결심이다. 물론 지키지 않는다. 하루나 이틀 정도 하는 시늉을 했다가, 작심삼일이라는 말이 있으니 사흘에 한 번씩 결심하면 된다는 둥, 연말 술자리들의 여파가 아직 덜 끝났다는 둥, 온갖 핑계를 대며 똑같은 일상을 이어나간다.

그러다가 한 달쯤 시간이 흐르면 다시 결심의 시간이 다가온다. 우리는 양력으로 새해를 맞이하고 음력으로 또 한번 새해를 맞이하기 때문이다. 조상님의 지혜가 담긴 음력설이 진짜 새해의 첫날이라며, 한 달 전의 다짐과 결심과 약속을 되풀이하고, 역시 작심삼일로 끝나고 마는 것이다. 2024년 청용(靑龍)의 비상을 상징하는 갑진년(甲辰年)의 새 아침이 밝았다. 

다사다난했던 계묘년(癸卯年)이 저물고 2024년 갑진년(甲辰年)의 새해가 이제 막 시작됐다. 갑진년은 ‘푸른 용의 해’, 육십갑자 중 41번째 해이며 푸른색의 ‘갑(甲)’과 용을 의미하는 ‘진(辰)’이 만나 ‘청룡(靑龍)’을 의미하며 60년마다 돌아온다. 많은 사람들이 새해 명소를 찾아 용의 기운을 듬뿍 받으며 한 해 소망을 빌었다. 용은 십이지신 가운데 다섯 번째이며 십이지신 중 현존하지 않는 유일한 상상의 동물이다. 고전 속의 용은 오랜 세월 도를 연마한 끝에 하늘로 오른다고 알려졌다. 매우 상서로운 동물로 여겨져 예로부터 자비와 길조의 상징으로 묘사되며 우리 조상들로부터 오랫동안 신성시되어 왔다. 용은 왕이나 황제 등 최고 권력을 나타내는 상징으로도 쓰였다. 이처럼 비유한 것은 나라를 다스리는 데 있어 용과 같은 비범한 존재로 믿었기 때문이다.

용의 해 중에서도 올해 갑진년은 푸른 용의 기운이 가득한 해를 일컫는다. 청룡은 설화 속에서 강력한 힘과 지혜의 상징으로 불리면서 새로운 시작과 변화, 성장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신비스러운 존재다. 경의와 존경의 대상으로 여겨질 정도로 신성한 존재로 통한다. 백호(白虎)·주작(朱雀)·현무(玄武) 등과 더불어 동서남북 방위를 다스리는 사신(四神) 중 하나다. 청룡은 동쪽을 수호하며 나무, 봄, 물을 관장한다. 물을 관장하다 보니 바다를 다스리는 용왕으로 섬겨지기도 했다. 매일같이 뜨는 같은 해이건만 대부분 사람들은 늘 지난날을 아쉬워한다. 이미 엎질러진 물을 주워 담을 수 없듯 지난 일에 대한 후회는 시간 낭비일 뿐이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2024년이 막 시작됐다. 작심삼일로 끝나더라도 사람들은 저마다 목표를 세우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자체가 의미 있는 행동이다.

지난해 우리네 삶은 여느때보다 버거웠다. 코로나19에 풀린 거대한 돈뭉치는 물가를 천정부지로 뛰게 했고, 이를 잡으려 지난해 수직 상승시킨 금리는 빚에 허덕이는 가계의 부담을 키웠다. 이 와중에 지난해 연간 기준으로 수출까지 줄었으니 지갑이 가벼워지건 어쩌면 당연한 현실이었을 게다. 하지만 이런 팍팍한 오늘 보다 우리의 정해진 미래가 암울하다는 게 더욱 마음이 쓰인다. 지난달 한국은행이 발표한 ‘초저출산 및 초고령사회 : 극단적 인구구조의 원인, 영향, 대책’ 보고서는 충격 그 자체였다.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또 가장 가파른 폭으로 저출산 경로를 지나고 있다. 누구도 깨지 못할 세계 신기록이다. 2021년 기준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가임기간에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이 0.81명이었는데, 2022년에는0.78명으로 떨어졌다. 그리고 지난해 더욱 나빠질 게 확실하다. 지난해 3분기 합계출산율은 0.7명이었다. 분기 기준 역대 최저치다.

얼마전 올해 전자상거래 업체에서 아기용 유모차보다 개모차가 더 많이 팔렸다는 소식이 전해져 화제가 됐다. 지난해 1~3분기에 57% 대 43%로 개모차가 유모차를 역전했다는 보도였다. 우리의 저출산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이보다 적나라하게 드러낼 수 있는 통계가 있을까. 한은은 이 보고서에서 저출산·고령화에 효과적 대응이 없다면 2050년대 0% 이하 성장세를 보일 확률이 68%에 달할 것이라 했다. 마이너스 성장은 재앙 그 자체다. 주식, 부동산과 같은 자산 시장은 물론, 임금과 고용 등 노동 시장 모두 버텨낼 재간이 없다. 이미 2% 안팎의 성장에도 곳곳에서 곡소리가 넘쳐난다. 정부는 올해부터 ‘신생아 특례 대출’을 시행한다고 했다. 출산가구는 1~3%대 금리로 최대 5억원까지 주택 구입 자금을 빌릴 수 있다.

얼마나 저출산의 위기감이 절실했으면, 아이를 낳은 이들에게 집살 빚을 쉽게 내주게 하겠다는 정책이 나올 수 있었을까. 알려진 리스크는 더이상 리스크가 아니다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이런 명제도 인구 구조에는 철저히 예외다. 그래서 더욱 더 처절하고 파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출산율 반등이 아니라 방어만 잘해도 대성공이다. 절망 속에서 사즉생의 각오로 행해야 할 이 도전의 시작과 끝은 의당 정치의 영역에서 이뤄져야 한다. 정책의 의제를 정하고, 이를 위한 법을 만들며, 예산을 책정해 실행할 수 있는 이들의 역할이 지금 이 시점에 너무나 절실하다. 마침 올해는 선거의 해다. 4월 총선이 예정돼 있다. 모든 이슈를 선거가 점령할 것이다. ‘아이를 낳으면 얼마를 주겠다’는 식의 뻔한 공약의 구호를 부디 보지 않았으면 한다.

이미 크게 고장난 정치지만, 정치의 소멸은 대한민국의 소멸과 같다. 정쟁이 아닌, 암울한 미래를 반전시킬 긍정의 메시지가 넘쳐났으면 한다.역동적 경제 생태계 구축과 저출산 문제 해결은 더는 미룰 수 없는 국가적 과제다. 갑진년(甲辰年)은 나라 안팎으로 격변의 한 해가 될 전망이다. 새해 초 공천 경쟁을 필두로 4·10총선 정국이 펼쳐지고, 11월 미국에선 대선이 치러진다. 트럼프 리스크 관리와 함께 북한 핵·미사일 고도화에 맞선 한·미·일 대비 태세 강화가 절실하다. 2024년은 스스로의 주인이 되어 옳은 선택을 하는 한 해가 되어야 한다.이 모든 것은 우리 손에 달려 있다. 청룡의 기운을 가득 품은 새해 갑진년에는 모두가 평온하고 희망찬 비상과 발전이 있길 기대해 본다.

[전국매일신문] 최재혁 지방부국장
jhchoi@jeonmae.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