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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에는 최소한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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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에는 최소한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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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9.07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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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저녁 제주 추자도 신양항에서 출항, 전남 해남 남성항으로 가다가 통신이 끊겼던 낚시어선 돌고래호(9.77t·해남 선적)가 6일 오전 추자도 인근 해역에서 전복된채 발견됐다. 해경은 돌고래호에 22명이 승선한 것으로 잠정 집계했으며, 이 사고로 6일 저녁 현재까지 10명이 숨지고 3명은 구조됐으며 나머지 8명은 실종 상태라고 밝혔다. 정부는 사고 직후 중앙사고수습본부를 설치하고 해경과 해군 함정 및 항공기 등을 동원해 사고 해역에 대한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제주해양경비안전서에 따르면 돌고래호는 5일 오전 2시께 해남 남성항에서 출항, 2시간 뒤인 오전 3시 59분께 추자도 신양항에 도착했다. 이어 추자도에서 낚시를 한 뒤 오후 7시께 신양항에서 남성항으로 가겠다고 출항 신고했다. 이평현 제주해양경비안전본부장은 6일 오후 브리핑에서 "돌고래호가 출항신고하며 제출한 승선원 명부에는 22명이 기록돼 있지만, 이 중 4명은 실제 배를 타지 않았고, 반대로 명부에 없던 3명이 탑승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어선위치발신장치(V-PASS) 항적 기록에서 돌고래호의 움직임이 처음 확인된 것은 오후 7시 25분께다. 항적 기록은 10여분 뒤인 오후 7시 38분께 추자도 예초리(하추자) 북동쪽 500m 해상에서 마지막으로 확인된 뒤 신호가 끊겼다. 비슷한 시각 추자항(상추자)에서 남성항으로 출항한 다른 낚시어선 돌고래I호 선장 정모(41)씨는 해상 기상이 좋지 않자 오후 7시 38∼40분께 돌고래호 선장 김모 씨(46)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잠시만"이라는 짧은 대답 후 연락이 두절됐다.
돌고래I호는 기상악화로 추자항으로 회항한뒤 계속 돌고래호에 연락했으나 받지 않자 오후 8시 40분께 제주해경 추자안전센터에 통신 두절 사실을 신고했다. 추자안전센터는 돌고래호의 어선위치발신장치(V-PASS) 항적을 확인하고 선장과 탑승객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통화가 되지 않자 사고로 추정, 신고 시각으로부터 23분이 지난 오후 9시 3분께 제주해경 상황센터에 이 같은 사실을 알렸다. 제주해경 상황센터는 사고를 접수한 직후 현장에 경비함정 등을 보내 수색을 벌이기 시작했다. 돌고래호의 위치는 V-PASS를 통해 5일 오후 7시 38분께 추자도 예초리(하추자) 북동쪽 500m 해상인 것으로 마지막 확인됐다.
돌고래호는 기본적인 안전 수칙을 지키지 않아 인명피해가 커진 것으로 보인다. 먼저 승객들이 구명조끼를 착용하지 않고 있었다. 생존자 증언에 따르면 비가 와서 구명조끼가 축축했기 때문에 승객 대부분이 조끼를 옆에 놔두고 있었다고 한다. 관련 법률에는 낚시어선업자는 '안전 운항을 위해 필요한 경우' 승객 등 승선자 전원에게 구명조끼를 착용토록 해야 한다고 돼 있다. 야간에 비가 내리는 와중에 해상을 운항하는 소형선박에서 '안전 운항'에 신경 쓰는 것이 당연한 일일텐데 어찌된 영문인지 알 길이 없다. 구명조끼는 익사를 방지하는 1차적 기능만 하는 것이 아니다. 조끼 주머니에는 호루라기와 조명탄 등 간이 구조요청 장비가 들어 있어 만약 일부라도 조끼를 착용했더라면 신속한 구조 작업이 이뤄질 수 있었다.
선박 정원은 22명이고 선장은 22명이 적힌 승선신고서를 제출했지만, 사고 이후 승선자 확인 과정에서 승선 명단에 있는 사람이 배에 타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고, 구조된 생존자는 아예 명단에 없었다. 세월호 사고 때도 승선인원이 오락했던 기억이 생생한데 아직도 그런 지경이다. 세월호 사고 후 여객선 승객에 대해서는 철저한 신원파악이 이뤄지지만 아직도 낚시 어선의 경우는 인원 파악이 요식행위로 여겨지는 까닭이라고 한다. 소규모 어항에서는 어촌계장 등 민간인이 신고장을 접수 대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전언이다. 일부 선장과 낚시꾼들이 욕심을 부리는 통에 규정을 어기는 일이 많다는 이야기다.
돌고래호 전복 사고로 해상 안전 관리는 여전히 구멍투성이인 것이 드러났다. 배에 몇 명이 탔는지도 모르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되풀이 됐고, 배 안에서 구명조끼를 착용한 사람은 없었다. 이래서야 어떻게 해상 안전사고로 인한 인명피해를 최소화할지 모를 일이다. 새로운 대책을 만들어내는 일도 좋지만 이미 정해진 기본 수칙조차 지키지 않는다면 모든 것이 공염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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