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는 詩 25] 젊은이들의 일터가 없다
상태바
[함께 읽는 詩 25] 젊은이들의 일터가 없다
  •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 승인 2020.12.02 12: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임보 시인(1940년생, 본명 강홍기)
전남 순천시 승주읍 출신으로 1962년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 충북대 국문과 교수로 봉직하다 퇴임

<함께 읽기> 몇 년 전 소위 ‘황제 노역’의 주인공 대주그룹 허재호 회장이 일당 5억짜리 노역 판결을 받아 사람의 몸값에 대한 논란에 불을 지핀 적이 있었다.

즉 그는 벌금 254억원을 내지 못할 경우 노역형에 처하는 환형유치(換刑留置)를 선고받아 하루 일당이 5억원으로 정해졌기 때문이다. 법으로 정해진 이 판결에 따르면 일반인들의 몸값에 비해 그의 몸값은 무려 1만 배나 차이가 나니 엄청난 괴리감을 보여주었다.

“그대가 만일 / 몇 백의 돈에 움직였다면 몇 백 미만이요 / 몇 억의 돈에도 움직이지 않았다면 몇 억 이상이다” 이 시행을 읽는 순간 시인이 의도한 사람의 몸값 의미가 드러난다. 그가 얼마나 가볍게 움직이느냐 진중하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몸값이 결정됨을.

'호불탄율(虎不呑栗)'이라는 한자성어가 있다. 뜻대로 읽으면 호랑이는(굶어 죽을 지언정) 밤을 삼키지 않는다는 뜻이다.

돈에 따라 흔들린다면 그의 몸값을 스스로 낮추는 일일 것이고, 그런 유혹에도 끄떡없다면 그의 몸값은 높아지는 것 아닌가. 

“사람의 몸값은 세상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 제 스스로가 결정한다” 아무리 세상이 물질만능주의로 흘러가더라도 인간의 가치는 돈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며, 또 그렇게 되어서도 안된다는 뜻이라 하겠다. 얼마나 많이 갖고 있느냐에 따라 사람의 몸값이 결정됨이 아니라, 무엇을 생각하고 어떤 가치관을 따르느냐로 몸값이 결정된다는 사실을.

“그대의 몸값이 얼마나 나가는지 알고 싶은가?” 시의 방향과 조금 다른 면에서 보고자 한다. 어차피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으면 자신의 몸값을 높이도록 노력해야 한다. 물론 허재호 같은 식이 아니라. 사람의 몸값에 대해 연구한 전문가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대부분 사람들은 자신의 몸값에 따른 대우를 받고 있지 못하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사람들은 자신의 학력, 경력 등 즉 유형자산만 내세운다.

문제는 그것만으로는 자신의 가치를 제대로 보여줄 수가 없다. 그래서 무형자산을 보여줘야 하는데 분석력, 판단력, 정보수집력, 정보활용력, 창조력 등이 거기에 속한다. 이럴 때 ‘실패’, ‘체험’도 함께 넣어야 효과적일 것이다. 도전과 좌절, 성공과 실패를 통해서 그의 성장 가능성을 점칠 수 있기 때문이라 하겠다. 하지만 작금 능력을 발휘할 젊은이들의 일터가 없다.

 

[전국매일신문]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sgw3131@jeonmae.co.kr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