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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헌의 하제별곡] ‘그럴 수도 있지’ 하다 허방에 빠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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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헌의 하제별곡] ‘그럴 수도 있지’ 하다 허방에 빠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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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5.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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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헌 문명비평가·우리글진흥원 고문

서울 한 여고 1학년 교실, 중간고사 과학시험 종료 종소리가 났다. 한 학생이 답안지를 계속 썼다. 신문은 ‘울면서 시험지를 붙잡으며 서술형 답안을 30초가량 작성했다.’고 전했다. 감독교사의 지적이 있었던 것이겠다.

이 학생은 입학식에서 신입생 대표선서를 했고, 배치고사 전교 1위였다. 학부모들은 항의했다. 학교 측은 ‘부정행위가 아니었다.’고 답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보도 내용이다.

그 신문은 ‘학교는 항의 다음날 시험 유의사항 가정통신문을 보냈는데, 여기에 시험 종료 후 답안지 적성은 부정행위로 간주한다고 되어있다.’고 썼다. 학교의 대응이 꼬인 것이리라. 기사 댓글이나 학부모 커뮤니티가 요란했다.

그럴 수도 있다, 노력의 표현으로 봐주자, 질투로 저런 항의를 한다... 등 그냥 덮고 가자는 ‘인지상정론’도 있다. 그 때의 30초는 매우 긴 시간이다, 숙명여고 쌍둥이 사건과 같다, 학부모가 현장 감시까지 해야 하나... 등의 지탄(指彈)도 많다. 갑론을박(甲論乙駁)이다.

에스에이티(SAT) 씨에프에이(CFA) 등 국내에서도 치르는 (미국)시험이 참고가 될 수 있겠다. 여고의 저 상황은 한국 응시자들이 가장 어려워하고, 시험 당국도 눈에 불을 켜는 부분이다. 종료 싸인(종)과 함께 바로 ‘쓰는 것을 멈추라.(Stop Wrighting.)’는 지시가 떨어진다.

감독자들은 카메라와 함께 응시자를 주시한다. 펜이 움직였다 싶으면 바로 실격이다. 시험 요강에도 있고 현장에서도 ‘의심할만한 동작을 피해 달라.’고 강조한다. 국제적으로 공유되는 (블랙)리스트에 올리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그래도 여태 실격자가 나온다. ‘문화 차이’인가?

시간 좀 어긴 게 그리 심각한 부정행위냐 하는 항의가 아시아 특히 한국에서 많단다. 관계자는 ‘응시자끼리 지적하고 우리에게 항의하는 사례도 있어 더 철저히 감독한다’고 한다. 기본적 규정 하나 지키지 못하는 이에게 자격이나 성적을 주지 않겠다는 방침도 있다고 했다.

다음엔 ‘기회의 균등’ 원칙 얘기를 한다. 모든 사람에게 똑같은 기회를 준다는 것이다. ‘그건 미국 얘기고, 여긴 한국 아니냐?’ 할 분도 있겠다. 그러나 이미 우리는 국제적인 표준이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지구촌의 주요지점 중 하나에 살고 있다. 글로벌 스탠더드인 것이다.

올바른 경쟁을 위한 정정당당한 마음자리이기도 하다. 억지 써서 얻는 게 있다면, 이는 좋은 사회가 아니다. 크게 보자면, ‘결과의 균등(배분)’보다 ‘기회의 균등’을 우선시한다는 것이다.

실은, 우리나라 다양한 시험 현장에서 이런 시시비비가 비일비재하다. 크게 걱정할 수준이다. ‘울면서... 작성했다’는 그 학생은 제 행실을 혹시 미덕으로, 성취의 멋진 비결(秘決)로 여겨 자랑해 왔을지 모른다. 주위에서도 감탄하며 칭찬을 하지 않았을까?

고쳐야 한다. 모든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는 중이다. ‘출발선이 같아야 하는 것’도 당연한 이치다. 개인도 국가도, 관습이나 인지상정에는 평등이라는 가치를 망치는 이런 허방이 많다. 청문회에서도 자주 본다. 빠지고 후회 말자, 하제(내일)를 위해...

[전국매일신문 칼럼] 강상헌 문명비평가·우리글진흥원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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