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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의 데스크席] ‘고양이와 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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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의 데스크席] ‘고양이와 쥐’
  • 최재혁 지방부국장
  • 승인 2021.10.28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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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 지방부국장

‘태산명동서일필’이라는 말은 태산을 울리어 세상을 떠들썩하게 움직이는데 나타난 것은 고작 쥐 한 마리. 요란하게 일을 벌였으나 별로 신통한 결과를 얻지 못한 경우를 일컫는 것이다.

고양이는 귀엽고 예쁘게 생겨 대부분의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애완용으로 키워진다. 검은 무늬, 흰 무늬, 호랑이 무늬, 바둑이 무늬, 무늬도 많아 헤일 수가 없다. 삼사십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 생활 구조가 농경 사회였으며 서울, 부산등 도시도 예외는 아니지만 농사를 짓는 가정에서는 사람 도둑을 막기 위하여는 개를 키우고 쥐라는 곡식 도둑을 잡기 위하여 고양이 한 두 마리는 키우고 있었다.그 시절 개나 고양이는 요즘하고는 비교할 수도 없이 주인들의 귀여움을 받는 대가로 경제나 축내는 입장이 아니고 그야말로 밥값을 하고 지냈다.

한 톨의 곡식이 소중한 시기였기에 행정 기관에서도 전국적으로 날짜를 잡아 일시에 쥐약을 놓아 성과를 올렸으며 각급 학교에서도 쥐잡기 운동으로 모든 학생들에게 일주일에 쥐꼬리 3개, 또는 5개 등을 갖고 오라는 엄명(?)을 내려 쥐잡기에 동참하기도 했다. 고양이가 있는 집 학생들은 고양이가 잡은 쥐의 꼬리를 떼기 위해 고양이와 신경전을 벌여 가며 쥐꼬리를 수집하는 어려움이 있지만 그런 가운데도 고양이가 없는 가정의 학생에 비해 상대적으로 쉽게 마련 할 수 있었다.

고양이 묘(猫)자는 또 70세의 노인을 뜻하기도 한다. 고양이 묘(猫)자가 70세노인 모(?)자와 중국어 독음이 같아 장수(長壽)를 기원하는 그림에 고양이가 자주 등장한다.천이삼백년 전에는 사람의 평균 수명이 18세 정도에 불과 했다고 한다. 그 시절 중국의 시인 두보(杜甫)는 시. 곡강(曲江)중에서 인생칠십고래희(人生七十古來稀)라 하여 70세를 산다는 것은 아주 드문 일이였으며 진실로 경하 할 일이라 표현했다.

우리나라의 화가 중 화재(和齋) 변상벽이 어미 고양이와 새끼 고양이를 그리고 겸재 정선이 국화와 고양이, 단원 김홍도가 고양이와 나비(蝶ㆍ나비 접은 80세 노인 질(?)자와 중국어 독음이 같음)가 함께 하는 그림 등을 그린 것은 장수를 기원하고 축하하는 의미의 그림이라 하겠다. 어미 고양이 두 마리와 새끼 고양이 여러 마리를 그린 것은 노부부가 많은 자식을 거느리고 고희를 맞아 행복하게 살아가기를 바라고 또 축하하기 위하여 그린 그림들이다.

옛날 고사에 나오는 고양이 이야기다. 고양이가 새끼를 낳아 놓고 보니 어미 고양이 눈에는 새끼들이 너무 잘 생기고 귀여워 그냥 고양이 새끼라고 부르기엔 어딘지 억울한 것 같아 좋은 이름이 없나하고 생각하다가 얼굴 생김새도 그렇거니와 하는 짓도 호랑이와 비슷하니 고양이 앞에 호랑이를 붙여 호랑이고양이라 부르기로 했다. 그런데 더 위대한 이름이 없을까 하고 가만히 생각해 보니 용이 하늘을 날기도 하고 비도 내리게 하니 힘도 호랑이보다 셀 것 같아 용고양이라고 개명을 했다.

그러나 용고양이도 며칠 지나니 별로였다. 용, 용이 붙어서 부르기도 좀 그렇고 용이라 하더라도 구름이 없으면 비도 못 내리게 되니 구름이 나을 것 같아 다시 구름고양이라 지었다.그런데 또 곰곰이 생각해보니 구름도 바람에게는 힘을 못 쓰는지라 바람고양이로 바꿨다.그래놓고 바람을 막을 자가 없겠지하고 생각해보니 바람도 벽을 뚫지 못하니 다시 벽고양이로 개명하고 벽을 허물 수는 없겠지 하고 안심했지만 쥐가 벽을 허무는지라 쥐야말로 대단하다 싶어 쥐고양이로 바꾸어 놓고 고양이 부부는 깜짝놀랐다. 쥐는 그야말로 고양이 밥이 아닌가?

고양이 자신만큼 위대한 것이 없는 것이라 깨닫고 고양이, 고양이로 돌아오게 되었다.남의 것이 좋게 보여 이름들을 따다 붙여도 결국엔 본연의 자신으로 돌아오는 것. 진실이란 가리거나 바꿀 수 없다는 교훈일 것이다.고양이는 요즘 그 품종에 따라 높은 가격이 매겨 진단다.러시안 블룬지 아메리칸 블룬진 몰라도 무슨 블루의 이름을 가진 고양이는 그 값이 천만 원이 훨씬 넘는다니 놀랄 만하다. 그래도 고양인 고양이인 것을...

십삼억 중국 백성을 가난에서 구제한 덩사오핑(鄧小平)은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잡으면 되는 것이니 오른쪽 왼쪽 따지지 말고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돈을 벌고 경제를 살리자는 운동을 벌여 크게 성공한 금세기 위대한 정치가다.고양이는 인간이 농경생활을 시작할 때부터 친근한 관계였다. 쥐의 천적답게 악을 물리치는 정의의 사도처럼 평가받아 왔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잡으면 된다는 흑묘백묘론 같이 유용한 동물의 대명사다. 쓰임새가 유용한데다 용맹스런 생김새에 귀여움까지 갖췄으니 인간의 사랑을 받지 않을 수 없는 동물이다.

다산 정약용은 200년 전 고양이를 주인공으로 해 354자 분량의 ‘이노행’이라는 우화시 한 편을 남겼다.등장인물 중 남산골의 늙은이는 백성, 쥐는 도둑, 고양이는 도둑을 잡는 포도군관으로 우화했다. 도둑을 잡아야 할 포도군관이 도둑의 뒷배가 되어 고양이와 쥐가 이른바 ‘깐부’가 되는 세태를 고발하는 내용이다.

고양이와 야합한 쥐는 고양이를 호위하면서 북치고 나발 불며 대장기까지 높이 들고 앞잡이가 된다. 고양이는 거드름 피우면서 큰 가마를 타고 쥐들이 굽신 거리는 것을 즐겼다. 백성들은 쥐 등쌀에 나날이 초췌해지고 피골이 상접해진다. 다산이 볼 때 위정자란 ‘좀도둑인 쥐보다 더 흉악한 도둑고양이’ 같은 존재였다.

대선 정국에 고양이와 쥐가 소환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국감에서 야당의 ‘대장동’ 공세를 받아치고 “태산명동서일필”이라며 “쥐를 잡을 때”라고 공격했다. 그러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는 이 후보를 도둑고양이에 빗대 “붉은 활로 쏴 잡겠다”고 일갈했다. 대장동 의혹이 ‘태산명동서일필’인지, 흉악한 도둑고양이의 행각인지 지켜 볼 일이다.오늘의 시대도 초려의 실천적 대의의 핵심인 변혁이 국정전반에 걸쳐 추진되어 헌법 제34조 1항이 명시한 인간다운 삶을 실현하는 대한민국이 되기를 소망한다.
 

[전국매일신문] 최재혁 지방부국장
jhchoi@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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