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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의 데스크席] 현실판 오징어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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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의 데스크席] 현실판 오징어 게임
  • 최재혁 지방부국장
  • 승인 2021.11.04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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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 지방부국장

‘아사리 판’ 뭔가 몹시 난잡하고 무질서하게 엉망인 상태일 때 비유적으로 사용하는 말이다. 견(犬)들이 판치는 ‘개판’, 과거를 보는 마당에서 선비들이 질서 없이 뒤죽박죽인 ‘난장(亂場)판’과 유사한 의미지만 어원은 명확하지 않다. 보통 자기와는 상관없는 곳에서 벌어지는 한심한 꼴을 보면 툭 튀어나오는 말인데,요즘 정치권이 내년 3월에 있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여야 공히 정해진 룰에 따라 당내 경선을 거쳐 후보자 1명을 선출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피 튀기는 검증은 불가피하다. 대통령 후보로서 인성과 도덕성, 정치역량, 리더십 등을 갖추었는지 낱낱이 해부될 것이다. 결정적 치부나 과거 오점 하나로 대선행에 제동이 걸리고 치명타가 될 수 있다. 부득불 내밀한 개인 신상과 가정사까지 탈탈 털리는 상황도 장담할 수 없다. 거짓과 위선, 비도덕적인 자가 공정과 통합을 얘기하고 지도자가 될 순 없기 때문이다.

요즘 돌아가고 있는 대선판을 보면 나라의 앞날이 걱정스럽다. 이전투구(泥田鬪狗)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원칙과 정도는 무시되고 편법과 사도(邪道)만이 횡행한다. 특히 대선 유력주자들의 이전투구가 더 심하다. ‘너를 죽여야 내가 산다’는 현실판 오징어 게임이다.

대선판이 ‘난장판’을 넘어 ‘아사리’이다. 몹시 난잡하고 무질서하게 엉망인 상태를 ‘아사리판’이라고 한다. 대선 유력주자 주변에 온갖 비리에 연루된 자, 뇌물을 받은 자, 특혜를 받으려고 하는 꾼들이 득실거린다. 심지어 유력 주자 본인들 마저도 온갖 구설수에, 비리 혐의 의혹까지 받고 있다. 역대 최악의 대선판이 될 것 같다.

대선 주자는 물론 측근들이 내뱉는 발언은 황당스럽다 못해 섬뜩하다. 진위 여부가 중요하지 않다. 지금 대선판에서 말 실수는 약과다. 거짓말, 가짜뉴스가 범람한다. 돗데기 시장을 방불케 한다. 오로지 권력 잡기에만 광분하며 내뱉는 말에서 섬뜩함 마저 느껴진다. 대선이 끝나면 한바탕 피바람이 몰아치지 않을까 공포감도 앞선다.

오죽했으면 르몽드지 등 외국의 언론매체들도 지금 우리나라의 대선을 비리 대선이라고 비판했을까 싶다. 이런 와중에 향후 5년 간 우리나라를 이끌 대통령을 선택해야 하는 날은 꼬박꼬박 다가오고 있다. 이같은 아사리판에서 차기 대통령을 뽑아야 하는 우리나라 현실이 부끄럽다.자괴감 마저 든다.

다 같이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는 이 시점에 서로 편가르기와 대립으로만 일관하는 정치판의 모습은 마치 괴이한 논리와 궤변으로서 온 국민을 오징어게임으로 내몰고 있는 현실판 영화 같다는 생각마저 든다. 아니나 다르게 미 국무부 정보보고에도 오징어게임에 열광하는 한국인들의 심리에는 계층이동이 불가능한 현실에 대해 절망한 젊은이들의 심리가 반영되어 있다는 분석이 포함되었다.

분명 작금의 현실은 국제적 호기심을 끌기 충분하다. 국제사회는 오징어게임에만 주목하는 것이 아니라 그런 창의적인 영화가 탄생한 한국의 현실에 대하여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부디 이번만큼은 국민의 죄절감을 외면하지 않는 정책 기반의 선거가 되어보길 기원해보지만 역시 쉽지 않을 것 같다. 자살률 1위를 십 수 년 간 유지하고 있는 패자 부활전 없는 오징어나라 대한민국을 세계 각국이 주의 깊게 관찰하고 있다.

사실상 대선 이후가. 이러다가 내년에는 무슨 사단이 나도 크게 날 것 같다. 방송을 보고 있으며 양 진영의 싸움이 가관이다. 서로 죽일듯한 아귀다툼 속에 잊어버린 것이 있다면 그것은 역병 앞에, 그리고는 그로 인한 경제적 곤궁 앞에 벌벌 떨고 있는 불쌍한 국민들이다.

아사리판에서 대통령에 오르더라도 정치만은 아사리판으로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진흙탕 속에서 핀 연꽃 같은 정치를 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아 안타깝다. 누가 돼도 현재의 한국정치 구도에서는 진영으로 나뉜 반쪽짜리 대통령이 될 공산이 크다. 어쩌면 그것이 우리 정치가 처한 딜레마요, 아사리판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진짜 이유인지 모르겠다.

[전국매일신문] 최재혁 지방부국장
jhchoi@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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