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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약진과 보수층의 피해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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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약진과 보수층의 피해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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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2.23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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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공화당 대선 선두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가 3차 경선 무대인 사우스캐롤라이나 주(州) 대의원 50명을 싹쓸이하면서 후보 지명에 필요한 대의원 확보 경쟁에서 다른 주자들을 크게 앞서가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 20일(이하 현지시간) 사우스캐롤라이나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서 애초 50명 중 최소 44명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최종 집계 결과 50명 전원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우스캐롤라이나의 주자별 득표율은 트럼프 32.5%, 마르코 루비오(플로리다) 상원의원 22.5%, 테드 크루즈(텍사스) 상원의원 22.3% 등으로 트럼프는 3분의 1가량의 지지를 얻었다. 그럼에도, 트럼프가 이 지역 대의원을 독식할 수 있었던 것은 '부분 승자독식'라는 독특한 제도에 따른 것이다. 공화당은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50명 가운데 전체 득표율 1등이 29명을 차지하고 나머지 21명은 하원의원 7개 선거구별 1등이 각 해당 지역에 배정된 대의원을 차지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루비오 의원이 비록 2개 카운티에서 승리하긴 했지만, 7개 선거구 단위에서는 단 한곳도 1위를 차지하지 못하면서 결과적으로 트럼프가 대의원을 싹쓸이하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트럼프는 누적 대의원 확보 숫자에서도 루비오 의원과 크루즈 의원을 크게 앞서가고 있다. 트럼프는 22일 현재까지 67명을 확보한 반면, 크루즈 의원은 11명, 루비오 의원은 10명을 확보하는데 그쳤다. 공화당 대의원은 총 2472명으로, 이중 과반인 1237명을 먼저 확보하는 쪽이 대선 후보로 지명된다. 부동산 재벌 출신인 트럼프는 과격한 인종ㆍ성차별주의적인 부적절한 언행과 막말, '노이즈 마케팅'으로 미국 주류 정치권으로부터 대선 후보로서의 적격성 시비를 끊임없이 불러일으키는 인물이다. 그런 트럼프가 이처럼 대세론을 이어갈 수 있는 동력은 기득권에 얽매인 워싱턴 정치에 대한 유권자들의 뿌리 깊은 불신과 피로감, 또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이민·의료개혁 정책에 대한 백인 보수층의 상실감과 분노 때문일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미국 보수층의 피해 의식이 내재해 있고, 이들이 트럼프의 과격한 언행을 통해 대리만족을 느끼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그의 그릇된 대(對)한국관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지난해 10월 "우리가 미치광이(북한)와 한국 사이의 경계에 2만8천 명의 미군을 두고 있는데 그들(한국)은 쥐꼬리만큼 낸다"며 한국의 '안보 무임승차론'을 제기했다. 우리가 매년 1조 원 가까이 주한미군 주둔비용을 분담하고 있다는 점은 간과한 채 미국의 희생만 강조한 것이다. 심지어 그는 "동맹 방위도 사업처럼 해야 한다"고까지 주장했다. 북핵 문제에 대한 그의 옅은 인식도 걱정스럽다. 그는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한 TV 토론에서 "중국이 북한 문제를 풀게 해야 한다"는 원론적 입장만 되풀이했다. 다른 공화당 주자들이 오바마 정부의 대북 정책과 협상력 부재를 질타하며 강력한 대북제재와 외교 정책의 재검토를 언급한 것과는 깊이와 내용에서 차이가 있다. 그가 만약 공화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다면 외교 안보 정책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와 참모들의 조언을 들을 수 있겠지만, 그의 인식과 사고의 우선순위까지도 바꿀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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