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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익의 시선] 훈민정음 복원, 세계를 지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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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익의 시선] 훈민정음 복원, 세계를 지배할 수 있다
  • 양동익 제주취재본부장
  • 승인 2021.11.25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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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익 제주취재본부장
양동익 제주취재본부장

문화예술, 경제선순환 구조 정착

외래어 표기법은 외국에서 들어온 말을 한글로 표기하는 방법에 대한 규정이다. 현재 사용하는 외래어 표기법이 1986년 고시되어 다섯 개의 기본 원칙을 설명하고 있다.

외래어는 국어의 현용 24자모만으로 적는다. 외래어는 국어의 어휘이므로 이를 표기하기 위하여 새로운 표기 문자를 만들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다. 새로운 글자를 만들게 되면 국어 사용자에게도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외래어의 1음운을 1기호로 적는 원칙이다. 외래어를 원어에 가깝게 적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외래어 표기법은 국어에 정착된 발음을 통일하기 위한 표기법이므로 원어에 일치시킬 수 없다는 의견이다. 세 번째는 받침에 ‘ㄱ, ㄴ, ㄹ, ㅁ, ㅂ, ㅅ, ㅇ’만을 쓴다. 네 번째는 파열음 표기에는 된소리를 쓰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그리고 다섯 번째는 이미 굳어진 외래어는 관용을 존중하되, 그 범위와 용례는 따로 정한다. 예를 들어 ‘캐머러’라고 쓰는 것이 원어에 가깝겠지만, ‘카메라’로 오래 사용해 온 우리의 현실을 반영하여 관용을 따르도록 하였다.

우리의 언어에 급속하게 다양한 외국어가 유입되고 있다. 통용되는 외래어도 급속하게 변화를 하고 있다. 그리고 외국어가 우리의 언어로 정착하기도 전에 서로 다른 형태로 통용되고 있으며 외래어 표준은 사실상 실효성을 갖지 못하고 있다.

국어학자의 입장에서만 외래어에 접근한다면 이는 아집에 불과하다. 우리의 언어는 과거에는 일상에서 사라진 자모음을 사용하였다. 현대에 와서 과거의 표기를 버리고 한글을 통일하여 표준화를 이루는 과정에서 지금의 소리가 미래에도 계속하여 기준이 되어야 한다는 전제를 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예상은 완전히 빗나가고 있다. 이는 다양한 외국어의 유입과 외국어 교육이 강조되는 현실과 차이를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우리의 생활언어는 좀 더 다양한 소리의 표현을 요구받게 될 것은 자명한 현실이다.

우리의 언어는 세상의 모든 언어를 받아들일 수 있음 만큼의 언어문화를 가지고 있다. 이를 스스로 억압하여 강제할 필요가 없다. 중국이나 일본처럼 그들이 발음할 수 없다는 이유로 스스로 자신들만의 국적도 없는 새로운 외국어를 발음하고 표기하는 방식을 우리가 따라야 할 이유도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의미를 더하여 우리말을 사랑해야 하는 이유로 외래어의 표기를 고집하거나 우리의 정체성을 세워야 한다는 억지를 부릴 이유도 없다. 우리의 말을 보다 풍성하고 포용력 있는 언어로 발전하는 과정에 있는 것이고 이것이 가능한 것은 우리의 언어가 우수하다는 자신감의 발로가 된다.

우리의 말과 한글은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언어와 문자이다. 그러한 우수성은 결국 세계의 지배적인 언어가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한국어는 어순에 상관없이 의미전달이 정확하고 소리의 음운이 초성·중성·종성의 분명한 소리체계와 단어의 생성, 의미의 확장, 조합자체가 완벽한 체계를 이루고 있다. 가까운 중국이나 일본이 최소한의 종성만을 소리할 수 있으며 세계 주류 언어의 어원이 되는 로마와 그리스어조차 종성을 정확히 발음할 수 없다. 이러한 이유로 최근 한자조차 우리의 창조물이란 주장의 근거가 되고 있다. 거기에 더하여 의성어와 의태어의 발달뿐만 아니라 조합된 소리의 전달이 억양을 통해 미묘한 감정전달이 가능하도록 되어있다.

훈민정음은 세상의 모든 소리를 담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배우기 쉽고 모든 언어를 소리 그대로 표기할 수 있다. 훈민정음 서문에는 '지혜로운 사람은 아침나절이 되기 전에 이를 이해하고 어리석은 사람도 열흘 만에 배울 수 있게 된다.'고 한다. 또한 '어디에서도 통하며 바람소리, 닭소리, 개소리까지도 모두 표현해 쓸 수 있다'고 되어 있다. 이는 과장이 아니다. 지금의 한글체계로는 이를 표현할 수 없으나 훈민정음의 음운체계와 표기방식은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조선어학회의 성과와 독립사적 의의와 가치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그 시절 한국의 고유문화를 의도적으로 폄훼하였던 일제의 환경 속에 있었고 민족주의에 입각하여 조선말을 지키고 표준화해야 했던 당시의 상황을 고려한다면 이후 형성된 학문적 성과를 그대로 받아들여 고집하고 있는 것 역시 어리석은 일이 된다.

ㅿ(반치음), ㆁ(옛이응), ㆆ(여린히읗), ㆍ(아래아)은 지금도 유용한 글자이다. 아(어금니소리), 설(혀소리), 순(입술소리), 치(이소리), 후(목소리)의 자음체계에서 반드시 필요한 표기들이었고 지금도 그 소리를 정확히 구분하여 발음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쌍ㄹ과 쌍ㅇ, 순경음인 ㅸ(v), ㆄ(f) 등도 우리가 외국어를 표기하는데 필요한 문자들이다.

우리의 아집은 국적 없는 외래어가 난무하는 현상을 만들었다. 우리말 사랑을 강조하며 유신정부는 한때 한자교육을 폐지했고 한자어뿐만 아니라 일본어, 외래어를 한글로 고쳐 말하기를 국민운동으로 정부가 주도한 시절이 있었다. 이는 일제 기간 동안 우리에게 깊숙이 스며든 일본어 습관을 퇴치하기 위한 수단으로 지금도 우리에 일상에 영향을 준다. 유력한 인사가 공식적인 자리에서 일본어 단어를 말하면 지금도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제 청산이라는 명분은 국민의 공감을 충분히 얻을 수 있었고 친일청산은 이제 거의 불가능한 것이 되었지만 언어적 청산은 충분한 성과를 거둔 셈이다. 공식적인 자리에서 자신의 지식을 과시하는 수단으로 영어를 남발하고 있지만 이에 섞여 말하는 일상의 일본어가 비난을 받는 이유가 되는 것도 이제는 모순이다.

이러한 것들도 이제는 우리의 어설펐던 과거의 민낯이다. 한국어의 언어학적인 연구기반도 부족했고 한국어와 훈민정음에 대한 광범위한 이해도 부족한 상황에서 몇몇 식자의 아집이 만든 어설픈 정책의 결과였다. 그리고 국수주의와 다름없는 민족주의 정책은 정치적으로도 이용하기 좋은 수단이 된 것이다. 순진한 학계와 교육계를 정치에 이용하는 이러한 아집은 지금도 이를 고집하는 또 다른 아집을 만든다.

훈민정음의 모든 문자를 다시 부활해야 한다는 것은 실용적인 선택이다. 그리고 우리의 전통을 지킨다는 정당한 민족주의의 발로가 된다. 정체성을 지켜야 된다는 것과 국수적인 민족주의를 정당화하는 것은 분명한 차이가 있다. ‘정체성(identity)’은 정신의학상의 용어이며 생존의 문제이다. 이를 사회학적으로 비유된 집단의 정체성의 문제는 집단이 존속하는 방법에 한하여 적용되는 문제이고 집단의 필요충분조건을 이루는 존재의 목적이 될 수는 없다.

소리 나는 그대로를 문자로 표기하는 것은 우리만의 특권이 되었다. 한국어의 우수성은 소리의 태생과 언어적 조합이 소리 하나하나에 의미를 담고 있는 이유로 한글로 표기함에 있어 단어의 어근을 표현한다. 그러나 세계의 모든 언어는 그러한 의미를 거의 담고 있지 않으며 이를 표기할 수도 없다. 또한 언어의 습득과 문자의 습득은 전혀 다른 것임으로 문맹률이 높은 이유가 되기도 한다. 이러한 이유로 한글은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문자가 될 것이고 한국어는 세계 중심언어가 될 것이다.

K문화의 확산은 한국어와 한글이 기반이 되었음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말소리 자체가 세계인 누구나 아름답게 들린다는 것 그리고 모음의 발음이 정확하고 종성이 다양하고 분명하게 구분되어 소리한다는 것 등 한국어의 태생적 우수성은 한글에 의해 완성되었다. 훈민정음의 상실된 글자를 복원해야 하는 의미는 우리의 말과 글의 세계화와 인류공존에 있다. 저소득 국가의 발전과 억압받는 소수민족의 생존을 위하여 문자보급과 교육은 중요한 가치가 된다. 한글은 이러한 가치를 실현하는 구체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

우리가 실생활에서 사용되는 외래어와 외국어를 소리 나는 그대로 훈민정음으로 표기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문화 세계화의 가치실현으로 활용될 수 있어야 한다. 더 이상 우리만의 국적도 없는 새로운 언어를 만드는 것은 의미도 가치도 없는 행위이다. 훈민정음을 기반으로 한 외국어 표기는 우리의 외국어 교육을 보다 효율적으로 접근하는 방법이 될 수도 있으며 사회 다양성을 받아들이는 기반이 된다. 지금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부정확한 발음기호를 대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교육현장에서 이를 발음기호로 활용된다면 외국어 교육의 효과를 배가시킬 수도 있다. 훈민정음의 복원은 우리 사회가 문화 다원주의를 사회문화로 정착시켜 통합으로 나아가는 방향성을 제시하여 줄 것이다.

[전국매일신문] 양동익 제주취재본부장
waterwrap@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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