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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의 窓] 농촌의 가치를 올려주는 농업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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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의 窓] 농촌의 가치를 올려주는 농업유산
  • 전국매일신문
  • 승인 2021.12.28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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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 국립한경대학교 연구교수

조상들의 문화 중에서 후손들에게 물려줄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을 흔히 문화유산이라고 한다. 농업 분야에도 후손들에게 물려줄 만한 유산이 있는데 우리는 이것을 농업유산이라고 부른다. 깎아지른 절벽에 만들어진 다랑이 논이나 수백 년 된 야생차나무 등과 같이 수 세대에 걸쳐 완성된 독특한 농경활동이나 문화의 산물이 농업유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경제개발이 본격화되면서 농업의 비중이 급격히 감소하고 이농현상, 농업생태계 훼손 등 농촌의 환경 변화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2천 년대가 시작되면서 도시와 농촌의 발전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농촌지역을 개발했으나 이 과정에서 오히려 농촌자원을 소멸하거나 훼손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농촌에서 여가활동을 하려는 사람들이 늘면서 농촌의 유․무형 자원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늘어나고 있다. 이른바 농촌유산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2년 국가중요농업유산제도(NIAHS)를 도입했다. 2015년에는 ‘농어업인 삶의 질 향상 및 농어촌지역개발촉진에 관한 특별법’에 제30조의2항을 신설하여 국가중요농업유산의 보전․활용할 수 있는 지원 근거를 마련했다. 이 법을 토대로 농업유산자원의 발굴, 전통자원의 복원, 환경정비, 교육홍보 등을 위한 예산을 지원해 체계적으로 보전 관리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국가중요농업유산지정은 2013년 완도청산도구들장논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총 16개 지역이 지정됐다. 이중 완도청산도구들장논, 제주밭담, 하동전통차밭, 금산인삼농업 등 4개 지역이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지정하는 세계중요농업유산(GIAHS)에 등재됐다.

완도청산도구들장 논은 토양에 크고 작은 돌이 많아 물 빠짐이 심하고, 경작지가 부족한 청산도에서만 볼 수 있는 농업관개(農業灌漑)시스템이다. 논에 구들장 방식을 적용한 것인데 구들장을 쌓아 바닥을 만든 뒤 그 위에 다시 흙을 부어 다져 논을 만들었다. 이를 산비탈이나 구릉에 계단식으로 층층이 쌓아 올린 것이 구들장 논이다. 물의 용·배수를 위해 논의 상·하부에 통수로가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일반적인 계단식논과 그 형태가 비슷해 보이지만 과학적이고 차별화된 관개 시스템을 보여주고 있다. 청산도에 최초로 구들장 논을 조성하여 경작해온 시기는 17~18세기로 추정되고 있다.

제주밭담은 검은 현무암으로 쌓아 만들어져있다. 밭담은 자연이 공존하며 살아 온 독특한 제주의 농업유산이다. 제주사람들은 토양에서 골라낸 돌을 이용하여 2만2천km가 넘는 밭담을 쌓아 바람과 토양유실을 막는 기재로 활용되고 있다. 한편 방목하는 소나 말들의 침입을 막는 역할도 한다. 이 밭담은 200여종의 한국특산 관속식물(管束植物)이 자생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며 생물다양성 향상에 이바지하고 있다. 밭담은 고려시대부터 형성된 것으로 보고 있다.

하동전통차밭은 화개·악양 지역에 조성된 야생차나무 재배지다. 이곳은 오래된 차나무뿐 아니라 차밭 속 바위와 돌 틈의 산비탈과 어우러진 자연경관 등 하동 차 농업의 차별화된 생물 다양성의 가치가 높다. 차밭 관리를 위해 농민들은 풀을 직접 뽑아 거름을 대신하는 풀 비배방식과 차 부산물을 밭에 뿌려 토양 산성화, 수분 증발, 유기물 유실을 방지하는 전통차농업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1200년 전부터 야생으로 조성되어 고급수제차가 생산됐다.

금산전통인삼농업은 재배→휴경→윤작 등의 전통방식을 유지하면서 토양환경과 생물 다양성을 회복하는 순환식 이동농법을 쓰고 있다. 직사광선을 피하고 여름철에 햇빛을 적게 받는 방향과 바람의 순환을 이용한 ‘해가림자연친화과학재배법’이 특징이다. 특히 농가별로 자가 채종 방식을 고수해 다양한 재래 종자를 지속적으로 보유․보전해 오고 있다. 금산인삼은 1500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 인삼작물로는 세계최초로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등재됐다.

농업유산은 농업역사문화와 환경보호라는 관점에서 매우 소중한 가치를 갖고 있다. 국가와 지역사회의 다원적 기능을 향상시키고 함께 진화하는 소중한 유산이다. 보전할 가치가 있는 농업자원을 발굴해 농업유산으로 지정하는 작업을 통해 우리 농촌의 가치가 계속 올라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전국매일신문 칼럼] 문제열 국립한경대학교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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