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매일신문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지방시대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고화순의 나물이야기] 4월에만 나는 자연의 선물 '쑥'
상태바
[고화순의 나물이야기] 4월에만 나는 자연의 선물 '쑥'
  • 전국매일신문
  • 승인 2022.03.27 11: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화순 대한민국전통식품명인 남양주시 하늘농가 대표

산과 들에 향긋한 쑥이 쑥쑥 돋아나고 있다. 봄에 쑥 냄새를 맡고 쑥을 먹어야 진정한 봄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봄나물 중에서도 쑥은 쌉싸래한 향취가 진하고, 건강에 좋은 미네랄이 풍부해 마니아층도 탄탄하다.

쑥은 국화과의 쌍떡잎식물, 여러해살이풀로 한국·일본·중국 등지에 분포한다. 우리나라의 산과 들 어디에서나 잘 자라며 양지바른 곳에 많이 분포한다. 일본이 원자폭탄으로 폐허가 된 후 시간이 지난 뒤 제일 먼저 싹이 난 것이 쑥이라고 할 만큼 강한 생명력도 지니고 있다.

쑥은 땅속줄기를 옆으로 길게 뻗으며 자라고, 줄기마다 새순이 돋기 때문에 금세 땅 전체를 뒤덮는다. 쑥이라는 이름은 아무리 버려진 땅이라도 쑥쑥 아무 데서나 잘 자란다고 해서 붙여졌다고 한다. 쑥은 단군신화에서 곰이 쑥을 먹고 웅녀가 되었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역사가 오래된 좋은 식재료인데 서양에서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달의 여신 아르테미스에 유래한 이름으로 아르테미시아 허브(Artemisia herbs)라 불린다. 이 여신은 출산을 돕고 어린아이들을 돌보는 여신이다. 즉 사람들은 예로부터 쑥이 여성들에게 좋은 성질을 가지고 있다고 믿었다.

우리나라에서 쑥은 강화도와 거문도가 유명하다. 강화도는 마니산을 중심으로 얕은 산자락과 햇볕이 잘 드는 바닷가에 효험이 신기한 약용 쑥이 자생한다. 주위가 바다로 둘러싸여 있어 염기가 섞인 바람과 바다에서 피어오르는 안개를 머금고 자라는 약쑥이라 효능이 좋다. 조선시대에는 왕실전용의 강화도 쑥을 따로 전담하는 기관을 두었다고 할 정도다. 우리나라의 한 제약회사가 2003년 자체 개발 1호 신약으로 천연물 위염치료제를 출시했는데 그 주원료가 강화도 쑥이다.

거문도는 해풍쑥으로 쑥국, 쑥떡 등 식탁에서 만날 수 있는 식용 쑥이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쑥 역시 바닷바람을 충분히 맞고 자라 향이 진하고 질이 좋기로 유명하다. 바닷바람을 맞으면 각종 미네랄이 풍부해지는 것은 물론 병해충을 막아주는 효과가 있어 상한 부분 없이 싱싱해 최고의 상품성을 인정받는 쑥이다. 거문도 쑥은 이 지역 농민의 주요 농외 소득원이 되고 있다.

쑥은 마늘, 당근과 더불어 성인병을 예방하는 3대 식물로 꼽힐 만큼 유익한 성분이 다량 함유되어 있다. ‘동의보감(東醫寶鑑)’에서는 쑥을 ‘애엽(艾葉)’이라 부르면서 ‘애엽은 따뜻한 성질을 가지고 있고, 위장과 간장 신장의 기능을 강화해 복통 치료에 좋다’고 기록돼 있다. 리놀레산과 알파리놀레산, 플라보노이드이, 섬유질을 다량 함유하고 있어 체내의 노폐물을 제거하여 고혈압, 동맥경화 예방 및 변비 해소에 도움을 준다. 철분, 엽산, 각종 미네랄 등 성분도 많아 몸을 따뜻하게 해 주는데 냉대하, 생리불순 등 부인병에 효능이 있다. 여름엔 쑥대를 태워 연기로 파리와 모기를 쫓는다.

쑥은 3~4월에 어린순을 따서 된장국을 끓여 먹거나 여러 가지 쑥떡을 만들어 먹는다. 쑥 된장국은 멸치 육수에 된장을 체에 밭쳐 풀고 어슷썰기한 대파와 두부, 다진 마늘, 쑥을 한줌 넣고 한소끔 끓인 후 소금으로 간을 맞추면 향긋한 쑥 된장국이 완성된다. 도다리국에도 쑥을 넣고 끊이면 생선 비린내를 잡아주고 쌉싸래한 향을 더해줘 담백하고 시원한 국이 된다.

쑥떡으로는 쑥에 소금간을 한 후 밀가루를 버무려 만든 ‘쑥털털이’, 쌀가루와 쑥을 한데 버무려서 시루에 쪄먹는 ‘쑥버무리’, 향긋한 쑥에 고소한 참기름을 더해 만든‘쑥개떡’, 부드러운 콩고물을 덧입혀 먹는 ‘쑥인절미’그리고 ‘쑥절편’, ‘쑥송편’, ‘쑥부침개’ 등을 만들어 먹는다. 요즘에는 쑥아이스크림, 쑥양갱, 쑥라테, 쑥쿠키 등 디저트와 약재, 뜸, 염색재, 목욕, 화장품 등에 다양하게 활용된다.

식용 쑥은 봄철에 줄기가 뻗어나가지 않고 응달에서 나온 어린 쑥이 부드럽고 향이 향긋하고 진해서 좋다. 한여름의 쑥은 쓴맛이 강하고 독성이 생기기 쉬우므로 피하는 게 좋다.

쑥은 조상대대로 내려오는 약재와 식재료로 유일하다. 1년에 단 한 번 4월에 나는 소중한 자연의 선물. 쑥이 주는 봄의 정취와 건강을 함께 챙겨 볼 때이다. 오늘은 작은 소쿠리를 들고 근처 동산에 올라 쑥을 캐야겠다.

[전국매일신문 기고] 고화순 대한민국전통식품명인 남양주시 하늘농가 대표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