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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화순의 나물이야기] 생명력의 상징, 질경이 나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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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화순의 나물이야기] 생명력의 상징, 질경이 나물
  • 전국매일신문
  • 승인 2022.05.03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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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화순 대한민국전통식품명인 남양주시 하늘농가 대표

질경이는 아무나 살 수 없는 길에서 마차 바퀴나 사람의 발에 밟혀가며 사는 생명력이 강한 식물이다. 오히려 소달구지가 다니는 길은 질경이가 가장 잘 살 수 있는 서식처다. 마차 바퀴에 씨앗이 붙어 먼 곳까지 번식시키기 때문이다.

산에서 길을 잃을 때 질경이를 따라가면 민가에 도달할 수 있을 만큼 인간과도 친숙한 식물이다. 길섶의 질경이가 말라 죽으면 그 해는 큰 가뭄이 든다고 미리 점치는 농사의 지표식물이기도 하다. 질경이는 길에서 많이 자생하는 것을 보고 ‘길경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잎이 질긴데서 ‘질경이’라고 부른다는 설도 있다. ‘본초강목(本草綱目)’에서는 이 풀이 소 발자국에서 나기 때문에 ‘차전채(車前菜)’라 했다.

한의학에서는 질경이 잎을 차전초(車前草), 종자를 차전자(車前子)라고 명하며 약재로 쓰인다. 이에 대한 유래도 있는데 한나라 광무제때 마무(馬武)라는 장군이 황하유역에서 가뭄에 시달려 병사와 말이 모두 요독증으로 죽게 됐다. 이때 장군의 말이 전차 앞에 있는 풀을 뜯어 먹고 원기를 회복하는 것을 보고 전 군에 차 앞에 있는 풀(車前草)을 말에게 먹이고 병사들에게도 삶아서 먹였더니 병이 낫고 원기를 회복해 승전했다고 한다.

요즘은 콘크리트와 아스팔트로 길이 포장되어 있고 도시 주변 공터는 건물이 가득해 질경이 보기가 힘들다. 경기 양평, 강원 양양․홍천, 충남 천안 등지의 일부 전문 농가가 밭에서 재배를 하고 있다.

질경이는 줄기가 없고, 잎은 뿌리에서 뭉쳐나오며 달걀 모양이다. 길이는 4∼15cm, 폭이 3∼8cm이며 5개의 나란히맥이 뚜렷하고 가장자리에 물결 모양의 톱니가 있다. 잎줄(葉脈)부분이 영양분과 수분을 이동하는 기관 다발로 되어 있어 잎이 상처를 받아도 빨리 회복되는 특성을 갖고 있다. 종자는 흑색이며, 씨가 아주 많이 맺혀 번식능력이 뛰어나다.

질경이 잎(차전초;車前草)은 플라보노이드 성분이 다량 함유되어 있어 암세포의 증식을 억제해 줄 뿐만 아니라 암세포의 전이를 막아주는데 도움을 준다. 우리 몸속의 활성산소를 억제하고 혈관 건강을 좋게 하며 동맥경화나 고혈압 등 성인병의 예방에도 좋다. 이뇨 작용에 있어 신우신염·방광염·요로염에 사용한다. 이밖에도 질경이를 달여 낸 물을 꾸준하게 마시면 콜레스테롤의 수치를 낮아지게 한다. 가래를 완화시키고 기침을 멎게 하는 효능이 뛰어나 천식이나 기관지염의 개선에 좋은 효과가 있다.

씨앗(차전자;車前子)은 식이섬유와 펙틴이 풍부하게 들어있어 연동 운동을 촉진해 변비 및 설사 증상을 완화시켜주고, 간 기능을 활성화하여 어지럼증·두통 치료에 효과가 있다. 활발한 장운동을 촉진시켜주고 노폐물을 배출해주므로 다이어트에 좋고 혈액 속 지방을 제거해주어 비만예방에 도움을 준다. 또 위를 건강하게 하는 효과가 있어 위염과 위궤양의 증상을 가라앉혀주는 작용도 한다.

질경이는 약초로뿐만 아니라 무기질과 단백질, 비타민류와 당분 등이 많이 함유된 영양가 높은 식물이다. 옛날부터 어린잎과 뿌리는 봄부터 초여름까지 나물로 이용했으며, 삶아서 말려두었다가 묵나물로 이용했다.

질경이나물을 요리할 때는 먼저 흐르는 물에 이물질을 깨끗하게 씻어 준다. 끊는 물에 소다나 소금을 넣고 어린잎을 3분 내외 데쳐준다. 삶은 질경이는 찬물에 헹구어 물기를 꼭 짜준다. 다음에 취향에 따라 양파, 마늘, 들기름 등을 먼저 볶은 후 삶은 질경이를 넣고 양념이 잘 배면 불을 끄고 깨소금을 살짝 뿌려주면 맛있는 질경이 나물이 된다. 또는 기름에 볶아먹기도 한다. 별미로 장아찌를 담가먹고, 질경이죽․튀김․된장국 등 다양한 요리방법으로 맛을 더하기도 한다. 다른 채소와 섞어 생즙을 내어 먹기도 하고, 씨는 볶아서 차로도 이용한다.

5월의 길거리는 온통 봄꽃들과 싱그러운 초록빛으로 가득하다. 질경이도 가장 푸르고 싱싱하게 자라며, 가장 알맞은 채취 시기다. 강한 자가 살아 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자라는 말이 있다. 생명력이 강한 질경이야 말로 진짜 강자(强者)가 아닐까 싶다. 생명력이 가장 강하고 만병통치약으로 일컫는 질경이 나물 밥상으로 봄을 만끽해본다.

[전국매일신문 기고] 고화순 대한민국전통식품명인 남양주시 하늘농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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