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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장의 향기로운 詩] 산문에 기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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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장의 향기로운 詩] 산문에 기대어
  • 전국매일신문
  • 승인 2022.08.0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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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이오장
[이미지투데이 제공]
[이미지투데이 제공]

산문에 기대어 미랑 
                           - 이수정 作

기울어진 햇살 아래
한줄기 오솔길 품어 안고
명주빛으로 늘어진 가을산 

길 잃은 갈바람
빛바랜 가랑잎
헛헛한 나뭇가지 사이에
마른 계절로 걸리고 

부채살로 펼쳐진
숲의 울타리 너머
서석서걱 오시는 그림자 하나 

행자승인가
땅거미 인가
뉘엿뉘엿 꿈길에 젖어
설레임 재촉하는데 

밤새운 그리움은 
일주문 그림자에 묶여
깨금발 오므려 눈길만 높인다 

[이미지투데이 제공]
[이미지투데이 제공]

[시인 이오장 시평]
풍경을 그대로 묘사하여 자신의 감정을 화폭에 담으면 풍경화라 하고 언어로 옮겨 문자로 다듬으면 서정시가 된다. 

서사시 극시 산문시 등의 시는 서정성을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이렇게 한 폭의 풍경을 그린다면 읽는 사람 모두가 환상적인 그림이 떠올라 감동한다. 

그래서 서정시를 기본적이라고 하지만 현재에 이르러 언어의 변화와 시작법의 이론적 연구에 의해 서정시보다는 새로운 형태의 시를 원하는 추세가 크다. 

그러나 대부분의 시는 서정적인 묘사가 많다. 
하이퍼시나 해체 시 등 일부 시인들이 연구하듯 발표하는 시도 서정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못한다. 

이수정 시인은 서정을 바탕으로 시어를 아름답게 가꿔 감성의 공감이 작품에 깊이 묻어난다. 

소슬한 가을날 기울어가는 햇살 아래 절집 산문에 기대어 누군가를 기다리는 장면을 상상해 보자. 

어떤 사연인지는 몰라도 누구나 짐작하게 하는 그런 그림, 
실제로 겪지 않아도 마주하는 순간 저절로 동화되는 그림, 
명주 빛으로 물들어 길 잃은 갈바람을 안고 
빛바랜 가랑잎을 보듬어 안는 포근함과 
부챗살로 퍼져 해거름에 익어가는 산기슭의 풍광은 
우리가 늘 품고 사는 서정이다. 
기다림은 누구라도 좋다. 

탁발을 나갔다 돌아오는 행자승, 밤새워 기다린 임이어도 좋다. 
가슴 설레게 하고 보고 싶다는 염원이 가득하면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우리의 산에는 절도 많고 절마다 세워진 산문은 울타리가 없이 누구나 반겨준다. 
마지막 연 일주문 그림자 묶인 그리움이 깨금발 오므려 눈길만 높인다는 표현은 서정의 감성을 최대한 보여준다.

[전국매일신문 詩] 시인 이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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