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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칼럼] 외모 차별을 없앨 수 있을까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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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칼럼] 외모 차별을 없앨 수 있을까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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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8.22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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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 분당제생병원 성형외과 과장

사람이 외모로 차별대우를 받는다는 것은 불공평하기 때문에 외모는 그냥 하찮은 것으로 믿고 싶어 했다는군요. 그래서 외모 차별에 대한 객관적 조사라고 할 만한 논문은 1966년에야 처음으로 발표됩니다. ‘데이트 연구’라는 별칭으로도 불렸던 미국 미네소타 지역의 이 연구는 376쌍의 남녀 신입 대학생들을 무작위로 짝지어주고서 파티를 진행 후 몇 달이 지나고서 참가자들에 대한 조사를 해봤더니, 그날 파티에서 만났던 파트너에 대한 호감도나 파티 이후 만남의 지속 여부는 오직 파트너의 외모하고만 상관관계가 있고 학생들 개개인의 성격이나 학업성적과 같은 다른 속성들과는 전혀 무관하더라는 것입니다. 사회적 인간관계에서 외모가 얼마나 크게 작용하는지 처음으로 확인되었던 셈인데, 지금의 우리 시각으로는 뻔한 얘기일 수도 있지만 이 연구 조사를 기점으로 외모와 관련된 객관적이고 검증된 결과물들이 심리학계를 중심으로 쏟아져 나오게 됩니다.

학자들은 초기에는 외모에 따른 차별적 반응이 실제로 존재하는지, 그런 차별이 어떤 식으로 나타나는지 등에 관해 주로 설문 조사 방법을 이용했는데, 기술 발달과 함께 컴퓨터를 이용한 사진 합성이나 기능성 MRI 등이 접목되면서 보다 근원적인 의문에 접근할 수 있게 됩니다.

즉, 우리가 아름답다고 말하는 외모의 실체는 무엇인지, 그 과정에 우리의 뇌는 어떤 역할을 하는지 등과 같은 주제들이 심도 있게 다루어집니다.

학자들이 완수한 수많은 연구 결과에서는 우리 대부분은 못생긴 사람에 비해 아름답게 생긴 사람을 보았을 때 훨씬 긍정적인 느낌을 받는다고 일관되게 얘기합니다. 아름다운 사람들은 더 능력 있고, 더 정직하고, 더 사교적이고, 더 협조적이며, 더 지적이고, 더 경쟁력이 있고, 더 적극적이고 더 융통성이 있고… 등등, 대부분의 인간적 속성에서 훨씬 호감을 느끼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와 같은 현상은 남녀 구분 없이 적용되며 이성 사이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동성 간에도 똑같이 나타나고 사람의 일생에 걸쳐 거의 변하지 않는 양상을 보입니다.  

당연히 이런 결과에 동의하지 않는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겪어보니 사람이 못생겼다고 능력이 떨어지거나 잘생겼다고 성격이 좋은 것은 아니던데?”라는 경험적 반문의 여지가 매우 크니까요. 그런데 학자들이 말하는 것은 외모와 내면의 실제 상관관계를 지적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외모에 따라 떠오르는 고정관념의 차이만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외모지상주의를 훈계하고자 “책의 표지 (외모)가 아닌 내용(내면)을 보라”는 비유가 나오게 되었겠죠.

그렇지만 외모를 책 표지에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책을 선택할 때와는 달리, 외모에 따른 고정관념의 차이는 의문을 가질 여지도 없이 상대에 대한 반응의 차이로 곧장 연결되어서 아름답게 생긴 사람일수록 사회생활이 훨씬 유리하도록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길을 가다가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보더라도 그 사람의 외모가 아름다우면 사람들은 더 열심히 돕고자 합니다. 심지어 실제 대면하는 상황이 아니라 당사자로 추정할 수 있는 사진만 있더라도 아름다운 얼굴 사진은 그렇지 않은 얼굴 사진보다 훨씬 더 많은 도움을 유발합니다.

취업에 있어서도 아름다운 사람이 더 유리하다는 사실은 충분히 알려져 있으며, 교육 현장에서도 외모는 결코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칩니다. 교사는 잘생기거나 예쁜 학생들에게 더 큰 기대와 관심을 가지게 되며 이런 태도는 학생의 학업성취도를 향상시킵니다. 학생들 또한 교사의 외모가 아름다울수록 교육적 능력을 더 좋게 평가하며 수업의 집중도 역시 더 높습니다. 똑같은 글임에도 작가가 아름답게 생겼으면 글이 더 우수하게 평가되며, 엄정해야 할 법정에서조차도 외모가 수려한 범죄인은 상대적으로 더 적은 형량을 선고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심지어 엄마들마저도 자신이 출산한 아기의 용모에 따라 애정의 표현에 확연한 차이를 보입니다.   

이처럼 외모는 대부분의 공적, 사적 관계에서 아주 광범위하고 일관성 있게 영향을 미치는데, 그런데도 차별적으로 행동하는 당사자들은 그런 사실을 자각하지 못한다는 특징도 있습니다. 즉, “예쁘게 생겼으니 더 잘해줘야지“와 같은 분별에 따른 차별이 아니라, 스스로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그런 행동이 표출됩니다. 한술 더 떠, 곁에서 지켜본 타인들이 그런 사실을 지적하더라도 당사자들은 상대의 외모와는 무관한 행동이었다고 고집합니다. 따라서 사람의 외모를 책의 표지쯤으로 평가절하하는 것은 아주 부적절함을 충분히 이해해야 합니다. 외모는 책 표지와의 비교는 가당치도 않을 만큼 완고하고 강력한 호소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도대체 어떤 외모를 보고서 아름답게 느낄까요? 외모를 대표하는 얼굴을 예로 들면, 우리는 유별나게 생긴 얼굴이 아니라 평균적으로 생긴 얼굴을 잘생겼거나 예쁘다고 인식합니다. 여기서 평균적 얼굴이란 얼굴의 부분 부분을 구성하는 길이, 너비, 높낮이, 비율 등의 물리적 값이 수많은 사람의 평균치입니다. 그러한 구성이 평균치에 가까울수록 아름답게 느껴지고, 멀어질수록 못생기게, 더욱 멀어지면 기형적이라고 인식을 합니다.

이런 식의 아름다움의 기준은 10명 중 9명에서 공통적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즉, 내가 아름답거나 못생겼다고 여기는 대상이 있다면, 다른 사람들 역시 그렇게 평가할 가능성이 90% 정도로 매우 높습니다. 이처럼 우리 대부분이 평균적 얼굴을 아름답게 인식하는 보편성을 지니게 된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요? 어떤 학자들은 그 얼굴 형태가 원형(原型 prototype)에 가깝기 때문이라고 추정하고, 또 어떤 학자들은 유전적으로 건강함을 표현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합니다.

그 진실이 무엇이든 현재의 연구 결과들만으로도 모두가 똑같은 가면을 쓰고서 살지 않는 이상 외모 차별, 외모지상주의를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여겨집니다. 그런데도 외모 차별을 줄이는 노력이 계속되어야 하는 이유는 글의 서두에서 지적한 것처럼 우리는 사회를 구성해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최소한 공적 영역에서라도 자신의 노력이나 선택과는 관계없는 불이익을 받지 않아야 할 것입니다. 특히 사회적 대항 능력이 없는 아동이나 청소년들의 경우가 그렇습니다. 이 시기에 가해자도, 피해자도 쉽게 인지하지 못하는 차별이 지속된다면 한 사람의 인생이 크게 바뀔 것입니다.

우리가 혀끝 미각신경에 순응해 설탕의 달콤함에 여전히 빠져 있었다면 수많은 사람의 건강이 망쳐졌을 것입니다. 그것을 방지한 것은 당분에 대한 연구 결과를 토대로 한 교육적 계몽입니다. 외모 또한 그렇습니다. 관련된 연구와 교육을 통해 차별을 최소화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전국매일신문 칼럼] 김진 분당제생병원 성형외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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