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먹는 과채류 가운데 가장 큰 것은 호박이다. 아마 지구상에서 자라는 전체 식물 중에도 이보다 큰 열매는 없을 것이다. 세계에서 제일 큰 열매로 기록된 호박은 벨기에에서 재배된 것으로 1,190kg에 이른다. 우리나라신기록은 2019년 전남 영암의 박종학씨가 농사지은 호박으로 둘레는 370cm, 무게는 무려 319kg을 기록했다.
호박은 박과의 덩굴성 한해살이풀이다. 우리나라에는 임진왜란 이후 중국에서 전래됐다. 늙은 호박은 전국 각지에서 생산되는데 주로 부안․함평․보성․해남 등 호남지방에서 전국 생산량의 70～80%를 차지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중앙아메리카가 원산지인 동양계 호박을 주로 재배한다. 동양계 호박은 과실이 크고 익으면 껍질이 황색이 되는 늙은 호박의 주종이다.
늙은 호박에는 항산화 성분이 풍부해 활성산소로부터 몸의 세포가 손상되는 것을 방지하고, 면역력에도 도움이 된다. 비타민 A․C․E․B2가 많아 간의 독성을 해독해주고, 감기 예방에도 좋다. 피부 미용, 피로회복, 심혈관 건강, 콜레스테롤, 뼈 건강까지 향상시키는 효능이 있다. 펙틴 성분도 다량 함유되어 있어 이뇨작용을 도와 몸의 붓기를 가라앉히는데 도움이 된다. 그래서 수술 후 회복기의 환자나 위장이 약한 사람, 노인, 산모들에게 아주 좋다. 또 칼륨, 미네랄과 식이섬유 등도 많아 몸 밖으로 나트륨을 빼주어 고혈압과 혈액순환, 소화흡수에 도움을 주고 다이어트에도 효과적이다.
늙은 호박을 고를 때는 크기가 크고 몸체에는 윤기가 있으면서 담황색을 띠는 것이 좋다. 껍질은 단단한 것을 골라야 한다. 전체적으로 모양은 둥글면서 표면의 골이 깊게 파이고 하얀 가루가 생긴 것이 좋다. 얼룩이나 상처가 없어야 하며 물기가 없는 상태로 저장해야 쉽게 썩지 않는다.
늙은 호박은 10월에서 12월까지가 제철이다. 반으로 갈라 속과 씨를 모두 긁어내고, 껍질을 벗긴 후 적당하게 썰어 사용한다. 호박은 다양한 식재료로 많이 사용되고 조리방법이 그리 번잡스럽지 않다. 가장 많이 해먹는 것이 호박죽이다. 재료로 호박, 찹쌀가루, 삶은 팥(콩), 물, 설탕, 천일염, 올리브 오일 등을 준비한다. 호박은 미리 큼직하게 잘라 김 오른 찜통에서 충분히 익혀두고 찹쌀가루는 물에 조금씩 넣어가며 잘 풀어 둔다. 그리고 냄비에 올리브 오일을 넣고, 삶은 늙은 호박을 넣어 볶다가 물을 넣고 끓여준 다음 믹서에 곱게 갈아 준다. 곱게 간 늙은 호박을 끓이면서 찹쌀반죽을 넣어 나무주걱으로 잘 저어주면서 삶은 팥을 넣고, 한 번 더 끓인 다음 설탕과 천일염으로 간을 해주면 맛있는 호박죽이 된다. 호박죽에 팥을 넣는 이유는 비타민 B1의 섭취를 늘려주기 때문이다.
호박나물로도 많이 먹는다. 호박을 두께 1cm, 길이 4～5cm로 썰어 냄비에 호박을 넣고 물을 조금 부은 다음 소금을 넣고 삶는다. 여기에 다진 파, 다진 마늘, 참기름, 깨소금 등을 넣고 살살 버무려서 국물까지 곁들여 먹는다. 이외에 호박에 팥․강낭콩․고구마․옥수수 등을 넣어 되게 끓인 호박범벅, 호박을 썰어 넣은 국이나 찌개, 호박고지를 넣은 떡, 호박튀김, 호박김치 등도 호박을 이용한 요리로 유명하다.
호박은 어린 순(잎)도 먹는다. 잎은 깻잎처럼 쌈을 싸먹을 때 사용된다. 특유의 풍미가 있어서 종종 사용된다. 잎이 좀 커서 생으로 먹는 깻잎과는 달리 양배추처럼 쪄 먹는다. 호박씨는 견과류처럼 볶아 먹는다. 더욱이 늙은 호박의 씨에는 두뇌 발달 효과가 있는 레시틴과 필수아미노산이 많이 함유되어 있으므로, 긁어낸 씨는 버리지 말고 따로 모아 말렸다가 강정이나 식혜를 만들어 먹으면 좋다. 중국에서는 씨앗만 먹기 위한 호박이 따로 재배될 정도다.
호박은 늙을수록 당도가 높아진다. 숙성기간이 길어질수록 영양소가 더 풍부해진다. 사람과는 반대다. 늙은 호박을 먹으면 젊어진다고 하는데, 특히 겨울철 늙은 호박은 보약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최근엔 미국을 대표하는 어린이 축제로 유명한 할로윈데이를 상징하는 장식으로도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야말로 동서양이 모두 좋아하는 야채다. 뜨끈한 호박죽이 그리운 선선한 계절이 다가오고 있다.
[전국매일신문 기고] 고화순 대한민국전통식품명인 남양주시 하늘농가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