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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천정부지 물가 서민 고통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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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천정부지 물가 서민 고통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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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02.20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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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정부가 지난 15일 서민층의 생계비 부담을 완화해주기 위한 서민 경제안정 대책을 내놨다. 물가와 민생안정을 위해 총력전에 돌입한 것이다. 도로·철도·우편 등 공공요금을 상반기에 최대한 동결하기로 했다. 난방비 급등에 대처하기 위해 전기·가스요금의 인상 폭과 인상 속도를 조절하고, 취약계층에 한시적으로 요금 분할 납부를 허용하기로 하며, 금융권의 대출이자와 통신사들의 통신비를 줄여주도록 하는 내용 등이 핵심 골자다. 

또한 은행과 통신 산업에 대해선 과점체제를 해소하기 위한 장기정책 방향을 제시하고 경쟁 시스템 강화 방안도 마련해나가기로 했다. 기획재정부는 알뜰교통카드 지원 횟수를 늘리고 대중교통 금액 소득공제를 지난해처럼 80%로 높여 적용하겠다고 했고, 교육부는 내년까지는 등록금 인상 논의를 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으며, 서울시는 4월로 예정했던 지하철·버스 요금 인상을 하반기로 미루기로 했다. 통신업체들은 3월 한 달간 대량의 데이터를 무상 제공하는 방안을, 은행권은 서민금융상품 확대 방안을 서둘러 내놓았다. 하지만 당장 고물가·고금리에 신음하고 있는 서민층의 고통을 덜어주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대책이어서 얼마나 서민들의 삶을 품고 보듬어 줄지는 의문이 든다.

또한 “모든 대안을 열어두고 은행·통신 시장의 과점을 해소하고 경쟁 촉진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과점체제인 은행·통신 산업을 사실상 ‘완전 경쟁’ 체제로 전환하려는 의지가 읽히는 대목이다. 그러나 금융·통신 관련 지원은 거의 민간에 맡기는 방식이다. 금융권은 사회공헌기금 5천억 원을 재원으로 취약차주에게 긴급생계비 대출 등의 지원에 나선다. 통신사는 3월 한 달간 이용자들에게 데이터를 추가 제공하기로 했는데 이는 통신비 절감 대책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은행 관련 대책으로 ‘예대금리차’ 축소를 지시했는데, 시장 혼란을 부추기지는 않을까 우려된다. 최근 은행권 사상 최대 실적 배경을 과도한 예대마진(예금금리와 대출금리 차이)으로 지적하면서 예대금리차가 높은 지방은행들이 비상에 걸렸다. 특히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의 평균 예대금리차가 1.17%인데 반해 전북은행은 6%대로 가장 큰 예대금리차를 기록했다. 무엇보다도 금융당국은 지난해 은행들에 예금금리를 올리라고 했다가 이것이 은행의 수신 비용 증가를 초래해 대출금리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자 최근 다시 인하를 압박했다. 정부의 시장개입이 지나치면 부작용이 나타나기 마련이다.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가 내놓은 대책 역시 아쉽기는 마찬가지다. 3월 한 달 동안만 19세 이상 가입자를 대상으로 30Gb(기가바이트) 분량의 데이터를 무료로 제공한다지만 3월 한 달만 유효한 조치라 실질적인 경감 효과는 턱없이 작다. 고가의 요금제를 사용하는 소비자는 추가 데이터를 제공해도 다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도 소비자가 실제로 쓰는 데이터양보다 비싼 요금제 가입을 유도하는 기형적 구조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이동통신 3사의 합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8.6% 늘어난 4조3835억 원이다. 최대의 영업이익을 내고도 5G 요금제 개편에 소홀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는데 무료 데이터 제공도 필요하겠지만 보다 합리적인 요금제 개편 노력도 함께 병행되어야 한다. 미사용 데이터를 다음 달로 이월하거나 요금을 한시적으로 깎아주는 대책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물가는 올해 들어서도 전년 대비 5% 넘게 천정부지로 고공행진 중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올 1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10.11로 1년 전 같은 달보다 5.2% 올랐다. 인플레이션으로 가계의 실질소득은 계속해서 뒷걸음치고 있다. 2021년 한국의 엥겔지수는 12.8%였다. 얼어붙은 내수는 풀릴 기미가 없고, 반도체 수출 등이 격감하면서 1~2월 무역수지는 사상 최악을 기록했다. 실제 올해 우리나라 무역수지는 이달 10일 누적 기준 176억6000만 달러에 이르는 적자를 내면서 부진을 이어가고 있다. 1.25%포인트(상단 기준)에 이르는 미국(2월 1일 기준 연 4.50〜4.75%)과의 금리 격차를 고려하면 한국은행 기준금리(1월13일 기준 연 3.50%)는 더 오를 수밖에 없다. 정부는 공공요금 인상을 하반기로 미뤄놨지만 그사이 경제가 획기적으로 나아질 가능성은 그다지 크지 않다. 

한국전력 적자가 지난해만 30조 원인데 전기·가스 요금 인상 폭과 인상 속도를 조절하는 것만으로는 분명 한계가 있다. 전국 도시철도의 누적 적자도 무려 24조 원에 달한다. 공공요금 상반기 동결로는 민생을 구제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데다 그마저 동족방뇨이다. 6개월 뒤 청구서에 추가돼 날아오면 결국에 세금으로 메워야만 하기 때문이다. 조삼모사식 미봉책이나 음짐지갈식 자충수로는 서민들을 살릴 수 없고 물가도 잡을 수 없다. 재정건전성과 감세를 최우선으로 하면서 민생도 안정시킬 수 있는 만능 도깨비방망이는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전국매일신문 칼럼]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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