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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헌의 하제별곡] AI시대의 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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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헌의 하제별곡] AI시대의 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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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05.16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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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헌 언어철학자·시민사회신문주간

학이시습지(學而時習之)를 학이질문지(-質問-)로 바꿔요.

‘봇물 터지듯’이란 말 실감난다. ‘보복관광’이란 말도 유행한다. 신록처럼 꽃처럼 마음들도 활짝 열리겠지. 3년여, 비대면(非對面)으로 만족해야 했던 각종 강연도 봇물 터지듯 열린다.

코로나-19로 온 세상 흔들릴 때 생성형 AI(인공지능)가 우리의 머리 쓰는 일 관련 틀 즉 지식기반에 혁명적 변화가 시작됐음을 알렸다. ‘챗GPT’가 나왔고 이어 ‘바드’도 선보였다. 

간단히 말하자면, ‘인공지능’에게 물어보면 문장으로 대답해주는 것이다. 그때까지 온라인에 올라있는 (거의 모든) 정보를 모아 질문자의 의도에 따라 짜 맞춘 보고서를 만들어주는 것이니, 아직 미숙(未熟)함도 보이지만, 획기적이라 아니할 수 없다. 

기자로 일할 때 동료들과 그런 얘기 나눴다. 취재한 내용 버무려 넣으면 기사로 만들어주는 기계가 없을까 하는, 하릴없는 농담이었는데 여지없는 사실이 됐다. 

그 동안에도 숫자나 통계가 중요한 요소인 야구 등 스포츠나 지진이나 태풍 같은 기상(氣象) 관련 기사에서 꽤 활용되기는 했다. 그런 일 거의 온전하게 하는 ‘기계’가 나온 것이다. 

언론도 그렇지만 비슷한 업무 즉 문장을 생산하는 여러 직책들이 맞게 될 변화는 상상하기 쉽지 않다. 이 대목, 예의(銳意) 주시할 필요가 있다. 우리 IT기업도 분주히 생성형 AI의 출시를 예고하는 상황이니 변화는 필시 가속(加速)될 전망이다.

숙제나 각종 시험의 모양도 확 바뀔 것이다. 배우는 사람도 그렇지만 필자처럼 가르치는 일을 하는 사람에게도 큰 변화가 올 것이다. 적응(適應)이나 적용(適用)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배우거나 가르치거나 간에 ‘실패’ 가능성이 높아진다. 당황하는 이들도 많다.

배우고 수시로 익히는 것, 학이시습지(學而時習之)는 공자 ‘논어’의 첫대목이다. 습(習 익힘)이 따르지 않는 공부는 얼마 안 가 거의 헛것이다. ‘학습’의 의미다. 복습도 예습도 필요하다. 

학원 다니느라 바빠 예습은 물론 복습도 꿈도 못 꾸는 이이들을 안타깝게 바라보는 이유다.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교양 수강생’도 한가지다. 게다가 이젠 생성형 AI라니...

저 기계와의 경쟁에서 당당할 수 있으려면 (인간의) ‘생각하기’를 다시 개발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학습과정에서 ‘알았다’의 자각(自覺)을 구하는 것 보다는 ‘질문할 거리’를 찾으려 궁리해야 한다. 학이‘질문’지(學而質問之)로 공부법을 바꾸는 것이 유용한 방법일 것이다.

위에서 ‘질문자의 의도에 맞게 짜 맞춘 보고서’라고 AI(인공지능)가 일하는 방식을 언급했다. 뒤집으면, 질문자가 잘 물어보면 좋은 대답을 줄 것이라는 추론(推論)을 얻게 된다.

어떻게 물어보는 것이 ‘잘 물어보는 것’인가? 독서든 강의든, 명상이든 간에 통념(通念)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의문(疑問)을 세워내는 것이 해답일 터다. 

요즘의 현장 얘기다. 민방위교육처럼 정해진 내용과 시간을 ‘준수’하는, 그런 강연이 만연(蔓延)하고 있다한다. 제목 관련 얘기 몇 줄을 요령껏 우스갯소리에 섞어, 다만 지루하지 않게 시간 마쳐주는 전국 규모 ‘강의산업’이 대규모로 조직화되어 가동되고 있다고 한다.

수강생들은 뭘 배울까? 교양을 채웠다고 착각하게 하는 것이 강연인가? 내돈내강, 내 돈 내고 받는 강의라면 저럴 수 있을까? 대개는 고래심줄 우리 세금의 낭비 또는 누출일 터다. 

질문을 잘 해야 좋은(원하는) 대답을 얻을 수 있는 새로운 검색 혁명의 시대다. 지적(知的) 허영심 자극하는 정도의 이제까지의 ‘지식산업’에 의존할 바 아니다. 질문이 (진짜) 공부다. 

그나저나, AI에게 멱살 잡히지 않고 인격의 품위를 지킬 ‘묘수’는 나올 것인가.

[전국매일신문 칼럼] 강상헌 언어철학자·시민사회신문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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