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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헌의 하제별곡] 기후변화의 실존언어학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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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헌의 하제별곡] 기후변화의 실존언어학 (中)
  • 전국매일신문
  • 승인 2023.05.30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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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헌 언어철학자·시민사회신문주간

‘재앙’을 ‘변화’라고 사기 치는 저 패륜을, 어찌하랴?

지구촌 곳곳에서 기후로 인한 재앙이 잇따른다. 빙하(氷河) 붕괴 등의 현장을 찾는 ‘관광’도 어느덧 자연스럽다. 유명한 정치가나 국제기구 인사들은 부지런히 논의한다. 무엇을? ‘논의하는 척 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논의하는 것이다.

이런 풍경들의 특징, 나이 많은 이들이 ‘주인공’이라는 점이다. 얼핏 자연스럽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기후변화의 결과는 지금도, 또 곧 닥칠 미래도 그렇지만 최소한 1세대 즉 30년 후 쯤을 시발점으로 상정(想定)해야 옳다. 실성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이렇게 말해야 한다. 

“청년들아, 기후문제 논의는 기성세대에게 맡기지 말거라. 그들은 기후의 변화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다. 되레 그 변화를 지들의 밥줄로, 존재의의로 삼지 않더냐?”

‘모욕’이라고 반박할 텐가. ‘경험 많은 우리 정치인들’이 인류의 공존(共存)을 위해 밤을 세워 일한다. 특히 바이든의 미국 등 ‘선진국’들은 그 사명을 다하게 위해,,, 정말 그런가.

슬프게도 웃기는 얘기다. 그들 또한 웃프지 않을까? 살아온 날과, 살아갈 날의 각각의 숫자의 의미는 논리적 추론의 대상이 아니다. 원초적(原初的) 사고의 본능이다.  

기후를 걱정 않는 세대가 ‘기후걱정’ 정책을 논의하는 이 상황, 기후 관련 국제정치가 사보타주(怠業 태업) 수준의 불협화(不協和) 또는 헛심만 요란한 빈 수레가 되는 까닭이려니. 

현실(국제)정치의 여러 사정상 불가피하다고 할 것이다. ‘그 사정’이 실은 기성세대가 미래 세대의 몫을 난도질 또는 절도질하는 내막이다. 직시(直視)하자면, 진즉 전쟁이라도 났어야 했다. 기성세대와 새싹세대 간의 진지한 논의는, 없다. 문제의 본질이다.  

그런 사고(思考)의 구조에서 나오는 여러 이슈의 가지치기 또한 불가피하게 ‘남의 다리 긁는 듯’ 딴청 피우는 수준 또는 격화소양(隔靴搔癢)의 블랙코미디를 넘지 못 하는 것이다. 언론이나 (관련) 과학도 비슷한 한 통속일 터. 언어(용어)가 증언한다.

기후변화(climate change)라는 말은 실은 이런 ‘한 통속 짓’을 호도(糊塗)하기 위한 언어의 기술적 변용(變容)이기 쉽다. 언어 즉 말이 제 모습을 파악하고 그 뜻을 담지 않는 것, 그 의도를 꿰뚫어 보는 것이 지성이다. 철학이라고도 하는.   

기후가 변화하니 인간세상도 변화(적응)하라는 세뇌(洗腦)의 이미지다. 하나 더 있다, ‘지구가 따뜻해진다’는 온난화(溫暖化)다. 결론, 기후변화 지구온난화 따위는 사기의 도구언어다.

위기(危機 crisis) 비상(非常 emergency) 재앙/재난(災殃/災難 disaster catastrophe) 파국(破局 collapse) 종말(終末 end) 등의 빨간불과 사이렌 소리 내는 어휘들이 ‘변화’라는 대표언어에 가려졌다. 

태평성대의 별유천지(別有天地)는 이 ‘변화’나 ‘온난화’와 같은 마스터베이션(自慰 자위)의 언어와 함께 산다. 그 지구에서 살아야 할 아이들과 청소년들, 청년들의 입장에서 보자면 치매(癡呆)나 아전인수(我田引水)다. 말은, 특히 먹고 사는, 살고 죽는 문제에 정직해야 한다.

접때 (비가 엄청나게 왔다는) 뜻의 문자 석(昔)을 느끼는 마음(忄, 心 심)은 홍수에 사람 등 아끼는 것을 다 쓸려 보낸 이들의 아픈 심정이 된다. 석별(惜別) 애석(哀惜)의 惜이다. 애석한 석별이, 생존의 무너짐이 눈앞에서 벌어진다. 

재난이 아닌 변화란다. 이제는 우주로 노아의 방주를 보내자고 한다. 方舟도 昔도 확대일로다. 재앙의 확대재생산과 다가오는 미래, 거기서 살 청춘들의 억장 무너질 소리 듣는다. 

청년들아, 응석 접고 본디를 보자. ‘어른’들의 저 패륜(悖倫)을 용서 말라. 타협하지 말라.

[전국매일신문 칼럼] 강상헌 언어철학자·시민사회신문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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