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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의 窓] 여름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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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의 窓] 여름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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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06.10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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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 국제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
문제열 국립한경대학교 연구교수
문제열 국립한경대학교 연구교수

기상학적으로는 6월부터 8월을 여름이라고 한다. 24절기로는 산과 들에 신록이 일기 시작하는 입하(立夏:5월6일)에서 가을에 들어서는 입추(立秋:8월 8일) 전까지를 일컫는다. 

여름의 문턱에 들어서는 입하(5월6일)가 되면 못자리를 만들고 돌본다. 이때는 이팝나무 꽃이 흰쌀처럼 화려하게 핀다. 풍년이 든다는 좋은 징조로 여긴다. 소만(小滿:5월21일)에는 보리가 익어간다. 모내기 준비, 밭의 김매기 등 농사일이 바쁜 때이다. 예전에는 이 무렵이 ‘보릿고개(춘궁기)’라 하여 양식이 떨어져 가장 어려움을 겪게 되는 시기였다. 망종(芒種:6월6일)은 보리베기, 감자캐기, 모내기, 밭 갈기 등 눈코 뜰 새 없이 일이 많아 ‘발등에 오줌 싼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바쁜 시기다. 풋보리를 베어다 그을음을 해서 먹기도 했다.

하지(夏至:6월21일)는 1년 중 낮이 무려 14시간 35분이나 돼 가장 길고, 밤이 가장 짧다. 논밭에 비료주기와 벼 병충해 방제를 한다. 다음날이 단오(端午:6월22일)이다. 이날은 모내기를 마치고 풍년을 기원한다. 창포 삶은 물에 머리를 감으며 행운을 빌기도 한다. 소서(小暑:7월7일)는 본격적인 무더위와 장마철이 시작된다. 과일과 채소, 밀과 보리가 수확되며 밀가루 음식이 가장 맛있는 시기이다. 24절기 중 12번째로 여름의 마지막 절기인 대서(大暑:7월23일)는 일 년 중 무더위가 가장 심하다. 밭의 김을 매어 주고, 퇴비를 장만하는 시기이다. 더위를 피해 술과 음식을 마련하여 계곡이나 산속의 정자를 찾아가 노는 풍습이 있다. 

여름은 1년 중 가장 많은 꽃이 피는 계절이다. 여름에 피는 꽃은 대개가 흰색이며, 왕성하고 아름다운 자태를 뽐낸다. 부귀를 상징하는 모란, 맑고 깨끗한 작약, 큼직하며 탐스런 함박꽃, 향기가 좋아 벌꿀과 함께하는 밤나무꽃과 아카시아꽃, 대한민국의 무궁한 발전을 염원하는 무궁화꽃, 처녀들의 손톱을 아름답게 물들여 주는 봉선화, 저녁에 피어나는 꽃을 보고 어머니들이 저녁밥을 짓는다는 분꽃, 자손의 번성을 상징하는 석류나무꽃.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주고 놀이터가 되어주는 느티나무 들은 우리 민족과 살아오면서 아련한 정서를 만들어온 여름철의 꽃과 나무라 할 수 있다.

여름새와 곤충은 우리 농촌의 푸른 전경(全景)에 멜로디가 되어준다. ‘뜸북 뜸북 뜸부기 논에서 울고 뻐꾹 뻐꾹 뻐꾹새 숲에서 울제’라는 오빠생각노래는 벼 포기가 자라는 여름논과 울창한 숲속을 생각나게 한다. 숲속 나무에 붙어 우는 매미의 소리는 여름 햇살을 더욱 뜨겁게 하며 절정에 이르게 한다. 캄캄한 여름밤에 들려오는 맹꽁이 소리와 불꽃놀이와 같은 반딧불은 대자연의 잔치다.

여름은 풍성한 과실이 쏟아져 나와 식생활이 다채롭다. 초여름엔 딸기와 복숭아가 신선한 미각을 북돋우며, 한여름이 되면 참외와 수박, 토마토가 나온다. 참외와 수박이 끝날 무렵이면 포도가 영글어 가고, 사과·감·배 등이 가을을 향해 익어간다. 땀을 많이 흘리는 특성상 기력 보충을 위해 냉면, 냉콩국수, 삼계탕 등을 많이 먹는다. 장마철에는 애호박을 썰어 넣은 부침개와 수제비를 즐겨 먹었다. 

사계절 중에서 휴가가 가장 많은 계절인 여름.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여름휴가를 많이 간다. 그만큼 견디기 힘든 계절이어서 인지, 놀러가기 좋아서 인지는 잘 모르겠다. 물이 흐르는 계곡을 찾아 돗자리를 깔고 그늘 아래서 먹는 닭백숙과 수박은 더위를 날려 보낸다. 넓은 계곡과 강가에서는 낚시를 하거나 다슬기 등을 채집하기도 한다. 또 시원한 바다로 나가 해수욕을 하면서 여름철 피서를 즐긴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부터는 해외여행 등 취향이 점점 다양해지면서 이전보다는 인기가 크게 줄었다.

여름은 농사일이 한창인 계절이고 한여름 뙤약볕에서 일을 한다는 것은 역시 괴로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반면에 날씨가 더워서 집안에 갖출 것이 많지 않아도 된다고 해서 ‘여름 거지 겨울 부자 안 부럽다.’라는 말도 공공연하다. 여름을 넘기면서 가장 걱정하는 것은 가뭄과 홍수라는 천재지변이다. 이것만 없으면 가을의 풍년이 기다리고 있다. 올여름 엘니뇨현상이 겹쳐 폭염과 폭우가 잦을 전망이란다. 올해는 모두 사전에 철저히 대비해 안전하고 피해 없는 여름을 보냈으면 한다. 

[전국매일신문 칼럼] 문제열 국제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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