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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의 窓] 가을 단상(斷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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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의 窓] 가을 단상(斷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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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08.19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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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 문제열

기상학적으로 보통 9∼11월을 가을이라고 한다. 낮의 길이가 짧아지며, 밤의 길이가 늘어나는 시기다. 봄은 따뜻하고 가을은 시원하다는 이미지로 널리 알려져 있으나, 실제로는 가을(9∼11월)의 평균 기온이 봄(3~5월)보다 조금 더 높다. 이는 지구 온난화 영향을 받는 2000년대 이후 더욱 뚜렷해 졌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그렇다. 요즘은 이상기후로 9월에도 20℃를 넘는 날이 많아 여름의 끝자락으로 본다.

가을은 24절기상으로 입추(立秋;8월8일)부터 보름간격으로 처서(處暑), 백로(白露), 추분(秋分), 한로(寒露), 상강(霜降)까지 여섯 절기로 나눈다. 

입추는 곡식이 여무는 시기이지만 더위는 여전하다. 이때 김장용 무와 배추를 심어 김장에 대비한다. 처서는 본격적으로 가을이 왔음을 체감을 하는 시기다. 대추가 맺히고 맑은 날씨가 계속된다. 귀뚜라미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며 모기도 입이 삐뚤어지며 사라진다. 논두렁의 풀을 깎고 산소에 벌초를 한다. 백로가 되면 농작물에 흰 이슬이 맺힌다. 여름 농사를 다 짓고 추수할 때까지 잠시 일손을 쉬는 때이므로 부녀자들은 친정집을 가기도 했다. 

추분부터는 차츰 밤이 길어지며 본격적인 수확의 계절이 다가왔음을 느낀다. 논밭의 곡식을 거두어들이고, 호박고지, 산채를 말려 묵나물을 준비한다. 한로 즈음은 찬이슬이 맺히고 기온이 더 내려가기 전에 추수를 끝내야 한다. 단풍이 짙어지고 제비 같은 여름새는 떠나고 기러기 같은 겨울새가 찾아오는 시기이다. 상강에는 가을의 쾌청한 날씨가 계속되며 밤의 기온이 매우 낮아진다. 서리가 내리며, 온도가 급격히 내려가 첫 얼음이 언다. 단풍이 절정에 이르며 들국화가 활짝 피는 늦가을이다. 겨울잠을 자는 벌레들이 모두 땅속에 숨는 때이다. 추수가 마무리되고 겨울맞이를 시작한다.

가을에는 우리민족의 고유명절인 추석(秋夕)이 있다. 이때는 가을하늘이 드높고 저녁 달빛이 유난히 밝으며 수확한 곡물이 풍부해 함께 나눌 수 있어 명절 가운데 으뜸으로 친다. 고대 농경시대부터 농경의례로 이어오고 있다. 추석날 아침 일찍 일어나 추석빔으로 갈아입고, 햇곡식으로 빚은 송편과 술, 그리고 갖가지 과일을 차려 놓고 조상에게 차례를 지낸다. 차례가 끝나면 온 가족이 조상의 묘를 찾아가 성묘를 한다. 예전에는 추석에 강강술래, 줄다리기, 가마싸움, 거북놀이, 씨름 등을 하면서 풍농(豐農)을 기원했다.

가을철 우리나라의 산과 들은 울긋불긋 물든 단풍과 탐스런 열매가 푸른 하늘과 함께 장관을 이룬다. 마을을 감싸 안은 감나무의 붉으스레한 잎과 수없이 열리는 붉은 감은 농촌의 풍치를 대표한다. 홍시 몇 개쯤은 겨울 까마귀와 까치의 먹이로 남겨 놓는다. 새들이 쪼아 먹는 모습에서 우리 농촌의 정을 엿볼 수 있다. 탐스러운 붉은 열매에는 찔레, 산수유나무, 대추나무, 석류나무 등 그 수가 대단히 많다. 이러한 열매가 산과 들을 물들일 때. 갈대, 억새 등은 독특한 꽃을 피우면서 가을의 풍치를 더해준다. 은행나무, 당단풍나무, 신나무, 고로쇠나무, 참나무 등 수많은 활엽수가 온 산을 단풍으로 물들인다. 설악산, 내장산의 단풍놀이가 절정을 이룬다. 

한편 가을에는 푸르던 나뭇잎들이 누렇게 물들며 떨어지면서 쓸쓸하고 고독한 자연분위기를 연출한다. 가을 산의 낙엽은 떠난 이를 위한 손수건처럼 망연히 세상을 적막 속으로 끌고 간다. 그래서 그런지 가을 문학의 소재는 국화, 목화, 단풍, 낙엽 등의 식물과 기러기, 귀뚜라미 등의 동물이 많다. 그리고 달, 바람, 비, 하늘과 같은 자연 현상이나 추석 같은 세시풍속과 바쁜 농사일 등이 주로 등장한다. 음악, 미술 등 예술 작품들도 보통 고독과 비애, 처연함과 같은 가을의 여러 형상에 감정을 이입한 작품들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가을은 뭐니 뭐니 해도 풍성한 수확의 기쁨이 있다. 기쁨을 맞이하기 위해 농부는 어떠한 고된 일도 마다 않는다. 그래서 ‘가을에는 부지깽이도 덤벙인다.’, ‘가을에는 죽은 송장도 꿈지럭거린다.’는 속담이 있듯이 바쁜 계절이다. 새 창호지로 단장된 문짝은 가을 햇볕을 받아 팽팽하게 마르며, 그 겹 사이에 국화잎과 단풍잎이 아린 거린다. 이엉과 거적을 엮어 가을에 거둬들인 것을 갈무리한다. 추운겨울을 나기위해 김장을 하고 땔감을 준비하면 가을은 낙엽 지듯 지나간다. 

[전국매일신문] 문제열 국제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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