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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장의 향기로운 詩] 귀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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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장의 향기로운 詩] 귀한 것
  • 전국매일신문
  • 승인 2023.09.06 09: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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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이오장
[이미지투데이 제공]
[이미지투데이 제공]

귀한 것
             - 전홍구作

명절이 아니어도
온 가족이 모여 앉아
박장대소하셨다죠

할아버지께서 귀한 것이라
만져주시던 것

벌써 칠십오 년이 된 오늘
그때같이 귀여웠어요

이제는 작고 힘없어
쓸모없어졌어도
그 귀한 것

[이미지투데이 제공]
[이미지투데이 제공]

[시인 이오장 시평]
위트와 재치가 넘치는 작품이다. 
짧은 한 편에 가족의 사랑과 역사를 그려내었다. 
세상에서 가장 귀한 것은 사람이고 개인의 생명이다. 

다이아몬드 등 귀금속이나 많은 재산은 사람이 만드는 것이며 생명이 끝나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태풍 속에서는 의지력과 협력, 환란 속에서는 믿음과 사랑, 풍요 속에서는 나눔과 배려가 사회의 근원이라면 가족 간에는 내리사랑이 최고의 가치를 지닌다. 

아버지 어머니보다 할아버지의 사랑이 손자에게는 한량이 없으며 그 무엇으로도 막지 못한다. 
인생의 후반에든 할아버지는 남은 생명을 손자에게서 느끼고 자식보다 생명의 힘이 보이는 손자를 애지중지한다. 

이것은 만고의 진리이며 인간사의 흐름이다. 
세상이 변해도 이것은 변하지 않고 로봇이 판치는 현실에서도 유지되는 사랑의 역사다. 

전홍구 시인은 그런 할아버지를 생각하며 생식기의 따뜻함을 일깨운다. 
틈만 나면 손자를 무릎에 앉히고 아래를 만지며 "세상에서 가장 귀한 것"이라고 흥얼거리는 할아버지, 벌써 75년이 지났지만 생생하게 기억에 남아 빙그레 미소 짓게 한다. 

또한 자신도 이제 할아버지가 되어 손자를 그렇게 대하고 있으며 늙음을 한탄하는 자조적인 넋두리를 하며 삶의 흐름을 붙잡는 몸짓을 보여준다. 
할아버지가 만져주던 그것이 이제는 힘이 없어 쓸모가 없어진 것을 어디에 하소연할까. 
할아버지도 그러한 이유로 손자의 아래를 만지며 귀한 것이라고 했음을 알게 된 것이다. 

짧은 시 한 편에 가족의 사랑을 그려내면서도 잊지 않고 인생사 늙어지면 쓸모없음을 한탄한 시인의 가슴은 가버리는 세월을 붙잡으려는 의도가 보인다.

[전국매일신문 詩] 시인 이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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