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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장의 향기로운 詩] 꽃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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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장의 향기로운 詩] 꽃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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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10.0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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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이오장
[이미지투데이 제공]
[이미지투데이 제공]

꽃의 집
           - 권숙월作

꽃의 집 보기 위해 목련 한 그루 집에 심었다 겨울철 들어서기 바쁘게 높이 지은 꽃의 집, 새봄 오기 전엔 문을 열지 않는다 누구도 들려다볼 수 없는 구조의 집, 신방 같은 분위기가 느껴진다 잉태한 엄마들이 저와 같을까 수많은 얼굴에 밝은 웃음 피울 꽃을 위해 칼바람도 이긴다 겉보기엔 손을 놓고 있는 것 같아도 남 눈치채지 못하게 집을 키워간다 폭설의 힘으로도 무너뜨릴 수 없는 단칸방의 꽃의 집, 한 사람을 위해서도 완벽하게 짓는다 해마다 수를 늘려 옹기종기 지어 놓는다

[이미지투데이 제공]
[이미지투데이 제공]

[시인 이오장 시평]
삶의 기본은 집짓기부터다. 
의식주를 나눌 때 옷이 먼저이고 먹는 게 먼저지만 현대에 이르러서는 집이 먼저다. 
남 보기에도 그렇고 우선 바람을 피하고 몸 뉠 자리가 있어야 삶이 편하다. 

이제는 거꾸로 나열해야 한다. 
집, 음식, 옷으로 바꿔야 하겠다. 

특히 권숙월 시인의 "꽃의 집"을 읽었다면 더 뚜렷해진다. 
삶은 집이 우선이라는 게 확실하다. 

꽃은 아름다움이다. 
이름을 주었든지 아무 이름이 없든지 꽃은 그 이름 하나만으로 세상을 대표한다. 
꽃이 없다면 열매가 없고 열매가 없다면 사람이 살지 못하므로 꽃은 더 아름답고 거룩하다. 
그런 집을 꽃으로 짓는다면 얼마나 더 아름답겠는가. 

권숙월 시인은 그런 꽃의 집을 짓는다. 상상의 집이 아니다. 
기둥이 없으나 우주를 바치고, 대들보가 없으나 하늘을 바치며, 서까래가 없으나 빗물을 받아내는 실용의 집이다. 

시인은 12행의 시를 연이어 쓰고 있으나 산문시는 아니다. 
일반적인 서정시에 연을 나누지 않고 이어 쓴다. 
이것은 집중적으로 하나의 단어를 내세워 이미지를 잇는 효과를 주고 독자들을 편하게 한다. 

또한 연속적인 불꽃을 일으킨다. 
특히 꽃의 집은 아름답고 편안한 상상을 하게 만든다. 

내면 깊숙이 묻혀 있는 가족의 사랑을 꽃으로 표현하여 한 사람의 남편으로, 
아버지로 튼튼한 가정을 이뤄낸 자찬도 보이고 이제는 늙어 힘이 없지만 
그 사랑은 자랑할 만하고 세상의 남자들을 대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은연중에 보여준다. 

특히 계절마다 바꿔 피고 지는 각종 꽃을 정확히 이해하고 이미지를 만들어 내었다. 
넘치는 아름다운 노익장이다.

[전국매일신문 詩] 시인 이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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