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매일신문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지방시대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고화순의 나물이야기] 초가집 위 둥근 보름달 같은 박나물
상태바
[고화순의 나물이야기] 초가집 위 둥근 보름달 같은 박나물
  • 전국매일신문
  • 승인 2023.09.11 11: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화순 대한민국전통식품명인 남양주시 하늘농가 대표

1970년대 이전에는 초가집 지붕에 흔히 박을 키웠다. 풍요의 상징이라며 현대에도 많은 사진 속에 등장한다. 박은 흥부와 놀부 이야기에도 등장한다. 제비가 흥부에게 물어다 주는 씨가 바로 박 씨였다. 이 박에서 금은보화가 나와 흥부는 부자가 된다. 하늘엔 보름달이 뜨고 지붕에는 커다란 박이 보이는 풍경이 그림책에도 많이 나온다. 초가집이 없어지면서 지금은 이런 풍경을 보기 힘들다.

박은 박과에 속하는 쌍떡잎식물로 덩굴성 한해살이풀이다. 인도·아프리카가 원산지다. 호리병과 같은 모양을 띠는 것이 특징이다. 우리나라는 옛날에 식용과 과피를 이용한 용기(바가지)를 목적으로 집집마다 박을 재배했다. 이제는 나물용으로 박을 심는다. 이렇다 할 대단위 집단재배지는 없지만 경남 고성, 경북 포항 등 남부지방에서 나물용으로 재배되고 있다. 박 고지는 대부분 중국산이다.

박은 일조량이 풍부하고 기온이 20∼25℃의 온난한 지역에서 잘 자란다. 토양적응성은 넓다. 그렇지만 너무 토양이 건조하면 잎과 줄기의 자람과 과실의 비대가 불량해진다. 배수가 좋고 토양에 습도가 유지되면서 건조한 환경에 적합하다. 덩굴 전체에는 짧은 털이 있고 줄기의 생장이 왕성하다. 각 마디에서 많은 곁가지가 나온다. 잎은 어긋나고 심장형이나 얕게 갈라지며 너비와 길이가 20~30cm이고, 잎자루가 있다. 꽃은 단생(單生)의 합판화관으로 5개로 갈라지고 지름 5~10cm이다. 박과식물의 꽃은 대개가 황색이나 박은 일부 야생종을 제외하고는 모두 백색을 띠고 있다. 보통 오후 5~6시에 개화하여 다음 날 아침 5~7시에 시드는 것이 특색이다.

열매는 보통 수정 후 10일경부터 급격히 비대해지기 시작해 15~20일이면 5~6kg으로 커진다. 이 때가 박고지용 또는 나물 등 식용으로 적당한 때이다. 수정 25일 후부터는 품종 특유의 과형(果形)을 이루게 되며, 과피가 굳어지는 것은 40~45일 계속된다. 표피가 완전히 굳어진 박은 속을 파내어 그늘에 말린 다음 바가지나 표주박 등 용기나 관상용으로 유용하게 사용된다. 이탈리아에서는 속을 먹는다.

박에는 엽산, 인, 칼륨, 식이섬유소가 많고 탄수화물이 적어 다이어트에 좋고 변비해소와 골다공증, 심혈관질환과 성인병 예방, 붓기제거 등에 효과가 있다. 식물성 칼슘이 풍부해 발육이 늦는 어린이나 아이를 낳은 부인들에게 산후회복과 빈혈에 좋은 영양식품으로 쓰인다. 고대 중국에서는 음기를 빨아들여 건강을 되찾게 하는 것으로 여겼다. 동의보감(東醫寶鑑)에는‘요도를 통하게하고, 번뇌를 억제하며 갈증을 해소하고 심혈을 다스리며 소장을 통이 한다’라고 기록돼 있다. 본초강목(本草綱目)에는‘갈증을 없애고 악성종기를 잘 다스린다’고 쓰여 있다.

미숙과(어린열매)의 과육은 볶음나물, 전, 김치 등 음식으로 만들어 먹는다. 여름철에 박나물 볶음을 가장 많이 해먹는다. 국으로 끓여먹어도 시원한 맛이 일품이다. 약간 늙은 열매는 과육을 떡, 범벅, 죽 등으로 만들어 먹는다.

나물로 이용하는 박은 덜 익은(어리고) 연한 열매로 색이 짙고 겉면이 건조하지 않고 선명하면서 들어보았을 때 묵직한 것을 고르는 게 좋다.​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어 칼로 반을 가른 후 숟가락을 이용해 씨를 제거해주고 겉껍질은 하얀색이 나올 때까지 감자칼로 벗겨준다. 그리고 박을 먹기 좋은 크기로 채를 썰어 준다.

소금을 살짝 뿌려서 즙을 좀 빼내고 꼭 짜서 팬에 식용유를 두른 후 박에 소금 좀 뿌리고 볶아 준다. 어느 정도 익으면 다진마늘, 썰은대파, 들깨가루, 참치액 등을 넣고 다시 볶는다. 국물이 나오고 박이 투명해지면 참기름 넣고 섞어준다. 기호에 따라 소금, 참기름(들기름)으로 간을 하고 새우나 조갯살 같은 것을 넣고 함께 볶아 먹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통깨를 뿌려서 마무리 하면 촉촉하고 감칠맛이 나는 박나물요리가 완성된다.

박나물은 뽀얗고 부드럽고 연해서 치아가 부실한 어르신에게 먹기 좋은 별미의 반찬이다. 일명 양반나물이라 칭한다. 예전에는 추석 무렵에 박 요리를 별식으로 즐겨 먹었다. 또 여름철에는 덜 익은 박은 따서 나물로 먹고, 몇 개는 늙을 때까지 남겨두어 가을에 따서 용기(바가지)를 만들어 요긴하게 사용했다. 옛 어르신의 일거양득(一擧兩得)의 지혜가 담겨있는 박이다.

여름날 휘영청 달 밝은 밤. 초가 지붕위에 소담스럽게 피어있는 하얀 박꽃을 생각하니 박나물 볶음이 그리워진다. 드시지 못한 분들이 있다면 이번 기회에 꼭 한번 드셔보시길 권한다.

[전국매일신문 칼럼] 고화순 대한민국전통식품명인 남양주시 하늘농가 대표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