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리는 고사리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양치류 식물이다. 유라시아 지역이 원산지이며 온대지방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적으로 널리 분포돼 있다. 번식력이 매우 좋아서 자손의 번성을 기원하는 마음을 담아 명절날 차례 상에 절대 빠지지 않는 귀한 나물이다. 뉴질랜드에서는 고사리를 상징물로 많이 쓴다. 에어 뉴질랜드의 항공기의 후미 부분에 그려진 식물이 고사리다.
우리나라는 전국 각지에서 약 360여종이 자생하며 생존력이 왕성하여 양지바른 야산이면 어디서나 군락(群落)을 이루어 자생한다. 경남 남해․함안, 전남 순천․구례, 제주 등지가 주산지이다. 산림청의 2021년 기준 ‘임산물조사통계’에 의하면 고사리의 생산량은 8,403톤, 생산액은 538억원이다. 경남 남해군은 단일품목으로 전국 생산량의 12%(1,040톤)로 최대 고사리 주산지로서 고소득을 창출하고 있다.
고사리는 양지나 음지, 건조하거나 습지 등 환경조건이 나쁜 곳에서도 잘 자라지만 토양이 오염된 곳에서는 생육하지 않는다. 그야말로 고품격 친환경 농산물이다. 땅속에서 0.6∽1.0㎝의 굵고 검은 땅속줄기가 옆으로 뻗어가다 이른 봄부터 여름까지 잎을 발생시킨다. 잎은 굵고 긴 잎자루를 갖고 있으며 60∽80㎝까지 자란다. 봄에 새로 나오는 어린잎은 둥글게 감겨 있고 흰솜털로 감싸여 있다. 잎이 완전히 퍼지면 잎의 가장자리가 뒤로 올려 그 자리에 홀씨를 맺는데 이를 이용해 번식시킬 수 있다.
고사리는 산에서 나는 ‘소고기’라고 불릴 만큼 식물성 단백질, 칼슘, 비타민A, 비타민B, 철분 등 다양한 영양소를 가지고 있어 몸속에 쌓인 나트륨을 배출해주고 혈액순환을 개선한다. 사포닌, 플라보노이드, 퀴네트 등이 함유되어 있어 각종 세포의 활성화를 돕고 면역력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 다른 채소에 비해 낮은 칼로리로 다이어트나 비만예방, 당뇨, 고혈압, 잠을 못 이루는 불면증 해소에 효과가 있다. 식이섬유가 풍부해 소화기능을 돕고 변비 해소와 이뇨 작용, 부기를 제거하는데 효과적이다.
고사리 수확 시기는 4월 하순부터 6월 말까지가 적절하다. 잎줄기가 10∽15㎝ 정도 자랐을 때 주목모양의 어린잎이 펴지기 전에 줄기가 너무 길지 않고 굵기가 통통한 것을 채취해야 한다. 어린 순을따야 먹을 때 부드럽다. 고사리는 단기간 내에 자라고 잎이 퍼지며 어린싹이 나오는 시기가 일정하지 않으므로 시기를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감겨있던 잎이 퍼지면 잎줄기가 딱딱해 나물로 이용할 수 없다.
고사리는 대표적인 묵나물로 봄철에 연한 새싹을 수확하여 먹기도 하지만 건조시켜 저장해 두었다가 필요할 때마다 이용할 수 있는 특성이 있어 연중 소비가 가능한 품목이다. 특히 제사상이나 정월대보름에 빠짐없이 이용되는 민속나물이다. 볶음, 찌개, 부침 등 각종 요리에 다양한 형태로 요긴하게 사용된다. 육개장과 비빔밥에 들어가는 필수 식재료다. 생선조림에 넣으면 비린 맛을 잡아주고 쫄깃한 식감을 더해 준다.
고사리나물 볶음을 할 때는 말린 고사리의 경우 40℃시 온수에 3시간 정도 불려준다. 끓는 물에 약간의 소금과 불린 고사리를 넣고 천천히 삶은 후에 건져 낸다. 찬물에 담가 두었다가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어서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준다. 그리고 팬에 담아 간장, 다진마늘, 다진파, 참기름을 넣고 양념이 잘 배이도록 조물조물 무친 다음에 중간불에서 식용유와 들기름을 넣고 뒤적이면서 볶아 주다가 육수를 부어 뜸을 들인다. 다음에 불을 끄고 통깨를 뿌려주고 그릇에 옮겨 담으면 맛있는 고사리나물 볶음이 완성된다.
고사리 뿌리는 토양에 잘 흡착하고 번식능력이 뛰어나 산불피해지, 산사태피해지 등 훼손지 복구에도 우수한 식물이다. 기후변화에 대응할 환경보전 및 오염저감 대책에도 효과가 좋다. 이처럼 고사리는 국민건강기여, 농가소득증대, 지구자연보호 등 1석 3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귀한 자원이다. K 푸드에 대한 관심이 세계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한국 고유의 전통식품인 고사리나물도 그 영역을 넓혀갔으면 한다.
[전국매일신문 칼럼] 고화순 대한민국전통식품명인 남양주시 하늘농가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