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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신변보호관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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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신변보호관님 고맙습니다
  • 박경옥 북한이탈주민
  • 승인 2016.05.03 14: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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굶어죽지 않으려고 목숨을 걸고 중국으로 도망가 살다가 자유를 찾아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사선을 넘어 대한민국에 정착한 북한이탈주민 박경옥(가명)입니다. 한국에 정착한 것도 벌써 20년째 입니다.
전국 곳곳을 전전하다가 8년 전 친구가 소개 해 준 조선족 황영호씨(가명)를 남편으로 맞으면서 북한 청진시의 고향바다가 생각나고 북한에 있을 때도 한번쯤은 꼭 가보고 싶었던 설악산이 있는 관광도시 속초에서 월세 20만원의 오래된 가옥의 단칸방이지만 행복한 가정을 꿈꾸며 살았습니다.
모든 것을 이해해 주는 남편을 설득해서 중국에서 살고 있을 때 중국 사람과 사이에 낳은 아들 김수영(가명)도 한국에 데리고 와서 중학교에 전학 시켰습니다. 이때까지는 어려운 식당일을 하면서도 너무나 즐거웠습니다.
그런데 행복도 잠시, 남편 황영호가 신부전증이란 병으로 누우면서 성격이 급격히 변하여 저와 아들에게 욕설을 하였으며, 신체적 폭행으로 까지 발전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창피해서 주변 사람들에게는 비밀로 한 채 열심히 일만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케을 들고 저녁 퇴근길에 저희 집을 방문한 담당 신변보호관님을 보고 눈물이 왈칵 쏟아 졌습니다. 그리고 저도 모르게 그동안의 사정을 모두 이야기 하였습니다.
신변보호관님은 가정폭력과 학원폭력에 대한 북한이탈주민들의 피해회복을 위한 종합적인 지원이 마련되어 있다며 즉시 조치 받을 것을 권하였으나 저는 몸이 아픈 남편을 상대로 법의 처벌을 받게 할 수는 없었습니다.
신변보호관님은 그 다음날 제가 일하는 시간에 남편과 아들을 데리고 영화를 보여주며 친해졌고 “수용이가 한국말을 잘 못하는 대신, 한국 학생들이 못하는 중국말을 너무 잘하지 않느냐”며 친구들이 수용이를 괴롭히면 꼭 전화하라고 명함을 주고 갔다면서 아들은 저한테 자랑하기도 했습니다.
남편은 신변보호관님에게 무슨 얘기를 들었는지 이후에는 욕설과 폭행도 사라 졌습니다. 그렇게 예전의 행복이 되돌아 온 어느 날 신변보호관님이 우리가족에게 드라이브 하자며 간 곳은 사람들이 이백여 미터 줄지어 서있는 국민임대아파트 분양 현장이었습니다. 신변보호관님이 미리 준비해 온 서류에 도장을 찍으며 가족 모두가 냄새나는 단칸방에서 살아온 날을 회상하면서 꼭 당첨되기를 기원했습니다.
올해 3월, 저희 가족은 새 아파트에 입주했습니다. 화장실, 하수구 냄새가 진동하며 겨울에는 춥고, 여름에는 너무 더웠던 월세 방은 이제 우리 가족의 추억이 됐습니다.
또, 좋은 소식은 남편이 귀화시험에 합격하여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했고 아들은 벌써 고등학교 3학년이 되어 한국말을 너무 잘합니다. 친구들 사이에 인기도 많고요. 고맙습니다. 뒤에서 말없이 따뜻한 손길로 행복을 되찾아준 신변보호관님 정말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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