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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특권 내려놓기 공염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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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특권 내려놓기 공염불인가?
  • 윤택훈 지방부장 속초담당
  • 승인 2018.09.03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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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택훈 지방부장 속초담당

국회 특수활동비 논란을 계기로 ‘의원 특권’이 다시 도마위에 오르내리고 있다. 여야 모두 특권을 내려놓겠다고 말하고 있지만 국민들의 느끼는 체감온도는 차갑기만 하다. 국회의원들을 비롯한 정치권은 선거철이나 관련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특권 내려놓기’를 약속했지만, 선거가 끝나거나 국민 관심이 잦아들면 은근슬쩍 이러한 약속을 외면해 왔기에 늘 국민들을 실망시키기 일쑤였다.

행정부 견제라는 국회 본래 사명을 충실히 지키려면 ‘눈가리고 아웅’식 특권 내려놓기가 아닌, 국회가 필요한 권한이 무엇이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어떤 특권을 내려놔야 하는지 진정으로 고민해야 할 때라는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다.

2016년 10월 국회의장 직속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추진위원회’는 당시 정세균 의장에게 개혁안을 보고했다. 개혁안에는 △국회의원 체포동의안 본회의 표결 의무화 △입법·특별활동비와 수당 통합 등 보수체계 개편 △국정감사 증인·자료 요구 개선 △면책특권 남용 방지책 마련 △국회의원 임금 외부 결정 △현역의원 유리 정치제도 개선 등의 내용이 담겼다.개혁안을 받은 정세균 전 의장은 “과거 ‘셀프개혁’과 다른, 진짜 국회 개혁을 제대로 해봐야겠다는 확신과 의지를 갖고 추진했기 때문에 성과를 낼 수 있을 거라고 희망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의원들과의 많은 소통과 공감대 형성을 통해 개혁안이 잘 실천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일부 실천은 있었다. 의원 체포동의안 표결 의무화, 국정감사 증인 요구 개선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2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개혁안 중 상당수는 여전히 표류하고 있어 국민들로부터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국회의원 보수체계 개편이 대표적이다. 정 전 의장은 추진위 개혁안을 토대로 국회의원 보수체계 개편안을 제안했다. 국회의원 세비를 현행 ‘수당’ 개념에서 ‘보수(연봉+수당)’ 개념으로 변경하자는 게 핵심이다. 국회의원들은 그동안 기본급에 해당하는 일반수당에 입법활동비, 특별활동비, 관리업무수당, 정근수당, 가족수당 등을 합쳐 월급을 받아왔다.

정부부처 장·차관 월급과 비슷한 수준으로 맞추는 과정에서 이렇게 결정됐다. 개편안은 이렇게 지급되는 수당을 모두 합쳐 ‘연봉’ 개념으로 하겠다는 것이다. 비과세 항목이었던 입법활동비, 특별활동비가 폐지되면 ‘세전’ 월급은 그대로이지만 ‘세후’ 월급은 약 15% 줄게 된다. 국회 운영위원회 제도개선소위원회는 지난 3월 보수체계 개편안을 논의한 결과 방향성에는 동의하나 일부 세부내용이 미흡하다며 결정을 보류했다.

이후 제도개선소위는 ‘드루킹 특검’ 논란 및 지방선거 등으로 재차 열리지 못했고, 그동안 국회운영위 소속 위원들이 교체되면서 다시 소위를 꾸려야 할 처지가 됐다. 관련 논의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만 결과를 만들어 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외부인사들로 국회의원보수심사위원회(가칭)를 구성해 현재 ‘고양이에게 생선가게 맡기듯’한 국회의원 보수 결정 체제를 바로잡자는 주장도 아직은 요원한 상태다.면책특권 제한 제도는 ‘공염불’이 된 ‘특권 내려놓기’의 상징적인 사례. 회기 내 면책특권을 악용한 국회의원들의 무책임한 폭로나 막말을 제어해야 한다는 지적은 그동안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여야는 의원 면책특권이 헌법에 규정돼 있어 제한은 가능해도 폐지는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특권내려놓기추진위는 모욕행위와 관련한 경우 윤리심사위에 징계안을 회부, 일정 기간이 지나면 바로 본회의에 상정하도록 하는 타협책을 제시했지만 이 역시 실현되지 않았다. 국회의원의 권한을 무조건 깎아내릴 필요는 없다.

행정부 견제를 사명으로 하는 입법부 특성상 어느 정도의 권한은 불가피하다. 또 ‘표심’에 약한 국회의원들 정서를 겨냥해 무차별적으로 특권 내려놓기를 조장하는 기류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일부 국회의원들은 “‘표’가 되다 보니 선거 때는 안 되는 줄 알면서 특권을 내려놓겠다고 공약하는 경우가 있다”며 “면책특권 같은 권리는 늘 권력을 감시·견제해야 하는 의원들로서는 보장돼야 할 ‘보호장치’라고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국회의 특권 자체를 무조건 깎아내릴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특권’과 ‘필요한 특권’을 나눠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의원의 입법 능력 및 활동을 강화하기 위한 보좌진 지원 강화가 대표적인 ‘필요한 특권’으로 거론된다. 최근 국회는 헌법 개정을 통해 예산편성권을 행정부에서 넘겨받거나, 소선거구제 대신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하는 방식을 논의하고 있다. 이럴 경우 국회의원 수는 현재(300명)보다 더 늘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여의도를 향한 국민 시각이 곱지 않은 상황에서 이러한 제도 개편 추진은 본질과 무관한 비난 역풍에 휩싸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정치권이 선도적으로 불필요한 특권을 내려놓음으로써 이러한 반발여론 상쇄는 물론 국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 예산안 편성권이나 대정부 감사권 등 국회가 국회답게 일을 제대로 할 수 있게 하려면 개헌과 선거구제 개편 등을 ‘특권 내려놓기’와 병행하는 ‘패키지 딜’로 처리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할 시점이란 것을 명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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