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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을 괴물로 만드는 정치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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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을 괴물로 만드는 정치권
  • 윤택훈 지방부장 속초담당
  • 승인 2019.03.25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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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택훈 지방부장 속초담당

소위 권력층의 비리를 전담할 고위공직자수사처(공수처)설치가 논의되고 있지만 정치권의 이견으로 물 건너가는 분위기인 가운데 검찰이 또 다시 정국의 핵심으로 등장했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별장 성접대' 의혹과 문재인 정부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 등 여야 모두에 치명적일 수 있는 사안들에 검찰의 칼날에 놓이게 됐기 때문이다.

또다시 검찰이 정치권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질 수밖에 없게 되면서 민생 등 각종 시급한 현안들을 처리해야 할 정치권이 소용돌이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국회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공수처 설치를 놓고 민주당과 바른미래당 간 이견의 쟁점은 공수처에 기소권을 부여 여부다. 민주당에서는 공수처가 수사권과 함께 기소권까지 가져야만, 검찰로부터 완전히 독립된 수사기관의 역할을 해, 검찰을 견제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바른미래당은 공수처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부여하면, 또다른 권력기관을 만드는 일일 뿐만 아니라 자칫 야당 탄압에 악용될 소지가 있다고 우려한다.

이는 자유한국당의 입장을 일정부분 수용한 것이다.아직 두 당 간 협상의 문은 열려 있지만, 협상의 여지는 많지 않아 보인다. 민주당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인 데다, 애초부터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가진 공수처 안을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고 야3당과 협상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현재로선 바른미래당도 물러서기 어려워 보인다.

애초 여야 4당이 합의한 공수처 설치안을 당에 추인하는 과정에서 반발의 목소리가 컸던 상황이어서, 다시 민주당 원안을 수용하기가 힘든 상태다.  이미 정치권 일각에서는 공수처 설치법을 패스트 트랙으로 태우는 시도가 깨졌다고 보는 시각이 나온다.  민주평화당 장병완 원내대표는 "사실상 공수처 설치법 등 여야 4당의 패스트 트랙 논의는 깨졌다고 봐야 한다"며 "앞으로의 협상도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검찰 개혁 과제들은 지지부진한 가운데 검찰은 정치적인 사안과 관련해 수사에 박차를 가하며 정국의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현재 검찰이 진행하는 수사 중에는 여야에 모두 치명적인 사안들이어서 칼을 쥔 검찰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형국이다. 일단 김학의 전 차관의 '별장 성접대' 사건은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로 불똥이 옮겨질 가능성이 높다.  당시 경찰이 김 전 차관의 성접대 관련 증거 등을 수집해 검찰에 송치했지만, 검찰은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때 법무부 장관이 황 대표였다. 민주당에서 황 대표가 당시 김 전 차관 성접대 의혹 사건을 무마했다고 보는 이유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지난 14일 국회에서 김 전 차관의 성접대 의혹 관련 동영상과 관련해 "육안으로 봐도 식별이 가능했기 때문에 국과수 감정의뢰 없이 동일인이라는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말했다.  증거가 명확한 데도 검찰이 사건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현재는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위원회에서 관련 내용을 조사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에서 우려하는 수사는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이다.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은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된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들의 사표를 받고 그 자리에 청와대가 지명한 인사들을 임명했다는 의혹이 있다. 검찰은 이미 지난 22일 김 전 장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상태다.  김 전 장관은 지난달 소환조사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했지만, 검찰 관계자는 "환경부 실무진의 진술과 문건 등으로 볼 때 김 전 장관의 개입 혐의가 상당 부분 인정 된다"고 말했다. 김 전 장관이 구속되거나 재판에서 유죄를 받게 되면, 박근혜 정부 당시 만들어졌던 '문체부 블랙리스트'를 맹렬히 비난했던 문재인 정부로서는 곤혹스러운 상황이 될 수밖에 없다.

사실 끊임 없이 '검찰 정국'이 이어지는 데에는 '검찰개혁'을 부르짖는 정치권도 일조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권의 갈등이 대화와 타협으로 해결되지 않고 극한의 대치 끝에 고소.고발로 이어지는 경우가 부지기수이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지난 1월 25일 조해주 중앙선거관리위원이 문재인 대통령선거 캠프에서 특보로 활동했던 이력을 대통령선거 백서에 기록됐다가 빠진 것과 관련해 조 위원과 민주당 윤호중 사무총장 등을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고발한 사례가 있다.

민주당은 최초 백서에 조 위원의 이름이 실무자의 착오로 올라갔기 때문에 삭제한 것이라고 해명하는 상황이다.  민주당도 지난 7일 문재인 대통령 딸 다혜 씨가 해외로 이주한 것과 관련한 내용을 폭로한 한국당 곽상도 의원을 명예훼손 및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고발하기도 했다. 검찰 개혁을 놓고 정쟁만 벌이다 실기한 여야가 되레 검찰을 '괴물'로 만들고 있다는 비판이 국민들로부터 나오고 있다는 소리를 귀담아 들어야 할 것이다.

특권층과 권력기관의 유착 고리를 못 끊으면 정의 사회는 공염불로 남게 된다는 사실을 직시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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