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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지역이란 무엇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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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지역이란 무엇입니까?
  • 윤택훈 지방부장 속초담당
  • 승인 2017.03.27 15: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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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5월 9일 치러지는 19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각 당의 대선 후보들의 발길이 지방으로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지역 유권자들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공약을 내놓으면서 지방이 그 어느 때 보다 높은 관심과 함께 톡톡한 대접을 받고 있는 계절이다.

 

이들은 과거 대선 당시 각 지역별 민원성 공약을 그대로 받아들였던 모습을 재연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 비전과 정책을 기반으로 차별화 된 지역 발전 방안을 내놓고 있다.

 

또한 대부분 주자들이 '지방분권 강화'를 정치·경제 개혁의 전제로 추진할 뜻을 밝히는 등 국가균형발전에 공을 들이는 모양새다.

 

여기서 대권 주자들에게 “지역을 좋아하세요?”라고 질문을 던진다면 요즘 분위기 같아서는 대부분 긍정적으로 답할 것 같다. 지역에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우수한 학교와 직장이 많은 서울 등 수도권을 선호하겠지만 그래도 지역에 대한 인식이 좋아진 것은 부정할 수 없다.

 

특히 요즘 툭하면 미세먼지 주의보가 수도권을 중심으로 발령되면서 강원도는 마치 미세먼지로부터 안전한 해방구로 인식돼 주말 서울과 수도권을 벗어나려는 인구가 증가 추세에 있고 시골은 건강이 나빠진 이들에겐 훌륭한 안식처이다.

 

지역주의나 토호세력의 폐해를 강조하던 시대를 생각하면 시대가 많이 바뀌었다는 것을 실감한다. 지역사회, 지역경제, 지역사회복지, 지역대학. 지역인재, ‘지역기반’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신조어 등이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지역을 자주 입에 올리고 있다.

 

최근에는 지역기반의 정당을 얘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선거철이면 지역의 가치는 상종가를 친다. 대선 주자들 역시 지역민을 치켜세우고 유권자들은 한번쯤 지역사회의 현실을 돌아보게 된다.

 

대선 후보자들이 요즘처럼 국민은 물론이거니와 도민, 시민, 주민, 서민이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하는 일도 흔치 않다. 기억이 나지 않아서일까. 예전보다 이런 표현들이 더 많은 것 같다. 선거철이 아닌 평상시 그들의 마음속엔 도민, 시민, 주민은 어떤 의미로 존재할까?

 

그들에게 지역사회와의 연계는 정권을 잡기위해 생존을 위한 필수 요건이 되고 그 속에 바로 주민이 존재한다.

 

이쯤 되면 ‘지역이 중요하다’라는 표현도 가능할 것 같다. 객관적인 지표는 암울하지만 지역에 대한 적지 않은 관심과 기대가 존재한다. 사실 인류 역사를 돌이켜 보면 지난 몇 십 년을 예외로 한다면 인간의 삶은 작은 범위에서 영위되어 왔다.

 

씨족, 부족, 부락, 마을, 동네가 이런 삶의 공간을 이르는 말들이었다. 세계화를 말하는 현재에도 우리 삶의 공간적 범위는 집, 그리고 집에서 몇 킬로미터 안에 있는 학교, 직장, 마트, 종교기관, 병원, 식당, 극장, 산책길을 넘지 않는다.

 

지역을 넘어서는 국가와 세계는 중요하기 해도 미디어나 우리의 머릿속에 있을 뿐이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지역의 범위도 얼추 이런 생활공간과 일치할 것이다.

 

광역 단위만 해도 의식 속에만 있는 대상일 수 있다. 작은 범위의 공간은 인간 삶의 필연적인 조건일 뿐 아니라 바람직한 조건일 수도 있다. 자본주의 초기 유토피아 사회주의자들은 몇 백 명 씩 공동체적으로 사는 사회를 이상적인 사회로 간주했다.

 

칼 폴라니라는 경제학자 역시 실현불가능하고 실현되어서도 안 되는 ‘자기조정’시장경제, 즉 시장이 국가나 사회의 통제를 받지 않는 경제체제에 대한 대안으로 작은 범위의 지역경제를 제시했다. 지역에 대한 변호는 이쯤 해두고 보다 진지한 질문을 던지고 싶다. “당신에게 지역은 무엇입니까?” 지역이 누구에게나 같은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어부에게 바다가 전부이듯 상인들에게 지역은 삶의 터전이고 지역 정치인들에게는 신앙과도 같이 부정할 수 없는 운명일 것이다. 학생들에게 지역이 인생에서 제일 소중한 기억이 영그는 공간이라면 중앙의 정글에서 탈주한 사람에게 지역은 어머니 품 같은 안식처일 것이다.

 

자신이 태어난 시군구에 거주하는 ‘토박이’의 비율이 2010년 현재 51%인 강원도에서 절반의 외지인에게 지역은 훨씬 복잡한 존재일 것이다. 지역에 대한 얘기들도 경계인 또는 새로운 이주민인 이들에게는 다른 울림이 있을 것이다.

 

이렇게 지역은 다양한 의미를 지니고 있고 ‘지역’이라는 말 속에는 다양한 열망이 투사되어 있는 것이다. 다시 한 번 후보자들이 말하는 도민, 시민, 주민, 서민이 살아가고 있는 지역의 의미를 생각해본다.

 

대선 후보자들은 이 단어의 주인공들에게 어떤 열망에 응답하고자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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