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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로·하늘길에 이어 바닷길로 열렸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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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로·하늘길에 이어 바닷길로 열렸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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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2.07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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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예술단 본진이 6일 강원도 동해 묵호항에 도착했다. 북한 예술단 140여 명을 태운 여객선 만경봉 92호는 이날 오전 9시 50분께 동해 해상경계선을 통과, 오후 5시께 묵호항에 정박했다. 만경봉 92호가 방파제 안으로 들어와 부두에 접근할 때 해경선 2척이 앞에서 인도했고 예인정 2척이 만경봉 92호에 바짝 붙어 운항했다. 만경봉호가 우리 항구에 온 것은 2002년 9월 부산아시안게임 당시 응원단을 태우고 부산에 입항한 이후 15년여 만이다. 만경봉호의 마스트는 2002년 당시와 같이 인공기 문양을 하고 있었다. 선미 쪽에는 인공기가 내걸렸고 선체 좌우 면에는 선명하게 붉은색 글씨로 '만경봉-92호'라고 적혀 있었다. 만경봉호의 객실 창문은 대부분 커튼으로 가려져 내부가 보이지 않았다. 일부 객실에서는 예술단원으로 추정되는 붉은색 옷을 입은 사람이 서서 창밖을 내다봤다. 남성으로 보이는 검은색 옷의 일부 승객은 선실 윗부분 밖으로 나와 손을 흔들기도 했다. 카메라를 들고나와 묵호항에 모여든 사람들을 촬영하는 승객도 눈에 띄었다.


이번에 방남한 북한 예술단은 현송월 단장이 이끄는 삼지연 관현악단으로, 묵호항에 정박한 만경봉호를 숙소로 쓰며 평창올림픽 개막을 하루 앞둔 8일 강릉아트센터 공연 준비를 할 예정이다. 강릉 공연을 마친 이들은 서울로 이동해 11일 국립극장에서 공연하고 귀환한다. 북한 예술단이 서울로 가면 묵호항에 정박 중인 만경봉호는 북한으로 복귀할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의 삼엄한 통제 속에 만경봉호에 대한 취재진의 접근은 제한됐고 예술단원의 모습도 당장은 볼 수 없었다. 통일부 관계자 등이 묵호항에서 기다리다가 이들을 영접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경봉호가 정박한 부두에 버스 여러 대가 도착해 예술단이 강릉아트센터로 이동해 리허설할 것이라는 관측을 낳았지만, 예술단은 늦은 저녁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버스들도 어딘가로 떠났다. 예술단이 뱃멀미로 휴식을 취하기로 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동해안에는 이날 파고가 높았고 만경봉호도 묵호항에 들어올 때 좌우로 많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묵호항에서는 만경봉호의 도착을 앞두고 일부 보수단체의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만경봉호가 묵호항으로 들어오자 인공기와 한반도기,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사진을 소각했고 경찰이 이를 제지하는 등 소동이 빚어지기도 했다.


북한예술단의 만경봉호 이용은 우리 국민이나 정부 입장에서 갑작스러운 측면이 없지 않다. 북측은 애초 예술단의 방남 경로로 판문점을 제시했고, 지난달 23일 공연일정을 통보하면서 경의선 육로를 이용하겠다고 해 그렇게 확정되는 듯했다. 그러나 본진 방남을 불과 이틀 앞둔 지난 4일 만경봉호를 이용하겠다고 알려 왔다. 북측은 "숙식의 편리를 위한 것"이라는 설명을 붙였다고 한다. 지난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때도 북한 응원단은 만경봉호를 타고 왔다. 하지만 2010년 천안함 폭침 사건이 터졌고 곧바로 단행된 5·24 대북제재로 북한 선박은 우리 해역에 들어오지 못하게 돼 있다. 그래서 북한이 5·24 조치를 무력화하고, 더 나아가 한미일 해상 군사 공조를 깨려고 일부러 만경봉호를 이용한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대북제재에 저촉되지 않는 경의선 육로를 이용하겠다고 했다가 방남 직전에 만경봉호로 바꾼 것이니 그런 주장이 나올 만도 하다.


정부는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지원하는 차원에서 예외를 인정해 만경봉호 입항을 허용했다고 한다. 남북관계 개선의 큰 틀에서 5·24 조치 예외를 인정한 것이다. 사실 3년여 전 박근혜 정부 때도 나진-하산 프로젝트 시범사업에 대해 5·24 조치 예외를 적용한 바 있다. 그렇게 보면 크게 문제 삼을 일도 아닌 셈이다.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가 확정되고 이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논란이 심했던 것으로 여자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구성과 마식령스키장 공동훈련을 꼽을 수 있다. 보수-진보 진영 간에 거친 주장이 오가고 남남갈등이 심해져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기도 했다. 하지만 막상 남북단일팀이 구성돼 연습 경기를 갖고, 공동훈련을 진행해 보니 애초에 우려했던 일들은 벌어지지 않았다. 이번 만경봉호 입항을 놓고도 남남갈등 조짐이 보이지만 크게 다르지는 않으리라고 본다. 당국은 만경봉호 입항과 관련해 "미측과 협의해서 제재 대상이 아님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고 밝혔다. 우리 측은 '편의제공' 합의에 따라 만경봉호에 제공하는 식자재도 제재 위반 논란이 있을 수 있어 미국산은 제외했다고 한다. 불필요한 제재 위반 논란을 피하려고 최대한 조심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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