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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건없는 대화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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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건없는 대화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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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2.13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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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동계올림픽 참석차 한국을 방문했던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대북 압박을 지속하되 북한과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는 의지를 시사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펜스 부통령은 다만 미국과 동맹국들은 북한 김정은 정권이 비핵화를 위한 명백한 단계로 나아가지 않는 한 대북 압박을 중단하지 않겠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고 WP의 칼럼니스트 조시 로긴이 전했다. 펜스 부통령이 밝힌 이런 미 행정부의 스탠스는 최대한의 압박을 통해 비핵화 의지를 확인받고 직접 대화에 나서겠다는 종전 입장과는 달리 최대의 압박과 외교적 관여를 동시에 진행하겠다는 의미로도 해석돼 미 행정부의 차후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펜스 부통령은 사흘간의 한국 방문을 마치고 미국으로 돌아가는 전용기 안에서 로긴과의 인터뷰에서 방한 기간 중 문재인 대통령과의 두 차례 실질적인 대화를 통해 한미가 북한과의 추가적인 (외교적) 관여를 위한 조건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 조건은 한국이 먼저 대북 관여에 나서고, 곧 미국도 뒤따를 가능성을 열어둔다는 것이라고 로긴은 설명했다. 미국과 동맹국들은 김정은 정권이 비핵화를 향한 분명한 조치를 취하기 전까지 압박을 지속하되, 압박 작전이 진행되는 와중에도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북한과 마주앉아 대화를 나눌 용의가 있다는 뜻이다. 이는 최대압박 전략을 통해 북한의 완전한 양보를 거둔 뒤에야 직접 대화하겠다는 미 행정부의 이전 전략과는 달라진 것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WP는 분석했다. 펜스 부통령은 "최대압박 전략과 (외교적) 관여를 동시에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실 펜스 대통령의 방한 행보를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올림픽 개막일인 9일 문 대통령이 초청한 정상급 인사 초청 리셉션에 늦게 도착했을 뿐 아니라 바로 퇴장하는 '외교적 결례'를 범했다. 북한 고위급대표단장인 김영남 상임위원장과의 접촉을 의도적으로 피한 것이다. 미국이 올림픽 행사를 계기로 북미 대화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을 차단하려는 단호한 의지로 풀이됐다. 펜스 부통령은 또한 탈북민을 동행해 천안함 박물관을 찾는 등 방한 기간 내내 북한 규탄 행보를 이어갔을 정도다. 북한의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여동생인 김여정을 특사로 보내 문 대통령의 방북을 요청하는 등 남북대화가 급진전하는 상황과는 확연한 대조를 보였다. 대북 정책을 두고 동맹인 한미 간에 심각한 균열이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 것도 그래서다. 하지만 WP의 보도를 보면 그런 관측은 일면적이다.


문 대통령은 올림픽을 계기로 한 남북대화가 북한과의 실질적 협상으로 이어지길 바란다는 입장을 밝힌 반면, 펜스 부통령은 오로지 대북 압박만을 강조했다고 한다. 특히, 펜스 부통령은 대화에 응하는 대가로 북한에 양보하는 과거의 실수를 반복해선 안 된다면서 문 대통령의 대북 관여 구상을 물었다. 이에 문 대통령은 북한이 비핵화를 향한 구체적 조치를 하지 않고 단지 대화만을 대가로 경제적·외교적 혜택을 주는 일이 없다는 점을 북한에 분명히 말할 것임을 약속했다고 WP는 전했다. 이런 문 대통령의 약속에 힘입어 펜스 부통령이 '평창 이후' 북한과 대화를 해도 되겠다는 확신을 얻게 됐다는 것이다. 진정성을 담은 문 대통령의 중재 외교가 효과를 발휘한 셈이다. 미국도 미국이지만,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입장도 전향적으로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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