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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과제도도 시대적 현실 반영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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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과제도도 시대적 현실 반영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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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10.22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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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서구 PC방 아르바이트생 피살 사건 피의자가 김성수(29)의 신상이 공개됐다. 서울지방경찰청은 22일 신상공개 심의위원회를 열어 김씨의 얼굴과 실명을 공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편 강서경찰서는 김모 씨(30)를 이날 오전 충남 공주 반포면의 국립법무병원 치료감호소로 이송해 길게는 1개월 동안 정신감정을 받는다고 밝혔다. 김씨는 감정유치 상태로 치료감호소에서 의사나 전문가의 감정을 거쳐 정신 상태가 어떤지 판단 받게 된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14일 서울 강서구 한 PC방에서 서비스가 불친절하다는 이유로 아르바이트생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일각에서는 현장 폐쇄회로(CC)TV에 김씨의 동생이 아르바이트생의 팔을 붙잡아 범행을 도왔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동생을 공범으로 입건하지 않은 경찰 대응을 두고 논란이 일기도 했다. 경찰은 전체 CCTV 화면과 목격자 진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동생이 범행을 공모하거나 방조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사건이 발생한 PC방에는 피해 아르바이트생을 추모하는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PC방 앞에 놓인 테이블은 추모글이 적힌 포스트잇으로 가득 채워졌고, 국화꽃과 함께 편지도 놓여 있었다. 포스트잇에는 "너같이 착한 아이한테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겠다"고 피해자를 그리워하는 글, "당신의 한이 풀리길 바라며, 범죄자가 부디 엄격하게 처벌되길 기도한다"며 엄벌을 촉구하는 글 등이 적혀있었다. 평소 해당 PC방을 자주 이용했다는 김모 군(13)은 포스트잇에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고 적은 뒤 PC방 앞에 붙여놨다. 김군은 "친절했던 형이었다"고 기억하며 "부모님이 가지 말라고 하셨는데 제가 오고 싶었다"고 말했다.


피의자 김씨의 우울증 병력이 알려진 뒤인 지난 1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알바생의 안타까운 죽음을 전하는 글이 올랐다. 청원자는 "언제까지 우울증, 정신질환, 심신미약 이런 단어들로 처벌이 약해져야 합니까"라며 정신질환 병력자들의 범죄에 대해 강력한 처벌을 촉구했다. 해당 청원은 게시된 지 하루 만에 청와대 답변기준(20만명)을 훌쩍 넘긴 데 이어 19일 오전에는 50만명에 육박할 정도로 반향이 뜨거웠다. 이 사건이 이처럼 사회적 관심을 끌게 된 데는 피해자가 우리 사회문제 중 하나인 '청년실업'의 고통을 몸으로 겪는 스무살 청년이란 점이 작용했다고 생각된다. 병원 응급실에 실려 간 김씨의 응급치료를 맡았던 의사의 반응도 여론을 움직였다. 이대목동병원에서 김 씨의 응급치료에 나섰던 의사 남궁인 씨는 블로그에 "참담한 죽음이었다. 인간이 인간에게 그렇게 하기는 어렵다"고 심경을 전했다. '의사작가'로 알려진 남궁 씨는 "피의자가 우울증에 걸렸던 것은 그의 책임이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우울증은 그에게 칼을 쥐여주지 않았다"고 목청을 높였다.


PC방 알바생의 죽음에 우리 사회가 이렇게 분노하는 것은 흉악범죄를 저지르고도 정신질환이나 심신미약을 이유로 선처되거나 감형을 받는 사례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행 형법에는 심신 장애로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 결정 능력이 없는 사람을 처벌하지 않거나 감형해야 한다고 돼 있다. 2008년 8살짜리 아동을 성폭행한 '나영이 사건'의 범인 조두순은 만취 상태에서 저지른 범죄라는 이유로 징역 15년에서 12년으로 감형된 바 있다. '강남역 살인사건' '인천 초등생 살해사건' 등의 피의자들도 '심신미약'을 이유로 감형을 요구했다. 사회적 분노를 유발하고도 선처나 감형을 요구하는 그들을 통해 시민들은 법과 현실 간의 괴리를 느낄 수밖에 없었다.' 정신질환자나 심신미약자의 범죄가 한 가정을 파탄 낼 수도 있다. 중범죄를 저지른 이들을 무조건 면책할 수 없고, 정상인과 똑같이 처벌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사회적 논란을 줄이려면 선처나 감형은 과학적이고 엄격한 진단을 거친 의학적 사유를 토대로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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