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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의 窓] 가난하지만 행복한 나라 라오스를 다녀와서 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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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의 窓] 가난하지만 행복한 나라 라오스를 다녀와서 ③
  • 전국매일신문
  • 승인 2023.12.2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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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 국제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

<라오스의 수도는 비엔티안이다. 세계에서 가장 작은 수도이다. 너무 고요하고 소박하다. 비록 가난한 나라이지만 다정다감(多情多感)하다. 60∼70년대 우리의 고향과 같다.>

라오스 탐방 4일차. 서양식과 라오스식이 혼합된 뷔페로 푸짐한 아침을 먹었다. 다양한 과일, 샐러드, 볶음밥, 라오스 쌀국수, 즉석 오물렛, 베이커리, 요거트 등 많은 음식이 준비되어 있다. 한국인을 배려한 고추장도 준비되어 있어 밥 한 공기에 공심채 볶음을 넣고 쓱쓱 비벼서, 라오스의 쌀국수 국물이랑 함께 먹는 맛은 이국에서 잊지 못할 추억이 되어 버렸다. 라오스식 쌀국수 카오삐악센은 쌀가루와 타피오카 전분을 반죽해 만든 쫄깃한 면에 육수를 넣는 국수 요리로 담백한 맛까지 난다. 여기에 라오스의 대표적인 놈혼 커피까지 마셔가며 긴 아침의 시간을 보냈다. 

라오스의 수도 비엔티엔으로 옮겨 역사와 문화를 탐방하는 여정이다. 160km 남짓한 거리다. 고속도로로 달려 1시간 30분만인 11시 비엔티엔에 도착했다. 고속도로는 평지에 거의 직선으로 건설되어 있으며, 2022년 12월에 개통됐다. 고속도로가 개통되기 전에는 버스로 4시간 이상이 걸렸다고 한다. 유일하게 라오스에서 고속도로가 개통된 구간은 비엔티엔에서 방비엥까지가 유일하다. 차창 밖으로 끝없이 이어지는 광활한 논에는 벼가 자라고 있다. 논 한가운데에서 식사할 수 있는 원두막 식당도 보였다. 군데군데 소, 염소, 닭들이 한가하게 들판을 지키고 있다.

점심 전까지 자투리 시간을 내 상점을 구경하기로 했다. 먼저 침향(沈香) 제품을 파는 매장을 갔다. 침향 환은 침향나무에 상처가 생기면 스스로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생성하는 진액을 모아 만든 귀한 건강식품이라고 소개한다. 예로부터 기력보충, 활력증진, 심신안정, 심혈관 질환 등에 효능이 있다고 덧붙인다. 침향나무는 인도와 동남아시아에 주로 분포해 있다. ‘물속에 가라앉은 향나무’라는 의미가 있다. 동의보감에서는 충수로 인한 독종을 치료하고 나쁜 기운을 없애주며(기력회복), 설사나 경련을 치유한다고 기록되어 있다. 이번 여행 중 뜻하지 않은 침향 매장을 방문해 침향나무도 보고, 마음껏 향을 맡아 보았다.

아직 점심시간도 남고 한낮 무더위도 피할 겸 과일칩을 파는 매장으로 한자리를 더 옮겼다. 넓은 주차장에 매장 건물도 번듯했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종업원들의 친절한 에티켓이 감동 드라마를 연출한다. 시원한 방으로 안내하며 자리를 잡아준다. 두리번거려보니 한국산 무풍클래식 청정에어컨이 자연과 같은 시원함을 은은하게 소리도 없이 전해준다. 붉은색의 유니폼을 입은 라오스 젊은 여성 점원이 아이스 아메리카 커피와 망고, 바나나, 용과 등 과일을 예쁜 접시에 듬뿍 담아 각자에게 주며 “맛있게 한껏 드세요”한다. 이곳은 한국인이 사장으로 운영하는 매장으로 한국의 백화점 운영 시스템보다 한 수 위였다. 라오스에서 규모 있는 매장과 깔끔한 식당은 대다수가 한국인이 현지인을 고용해 경영하고 있다.

라오스 여행에서 다오믹스 과일칩을 사는 것이 유행이라고 하는 데 이곳 매장에 그득했다. 한 봉지에 50g씩 넣어져 있는 것이 주종을 이뤘다. 이 과일칩은 첨가물, 방부제, 색소가 들어가지 않은 제품이라 아이들의 건강과 간식으로 좋다는 말에 손자 손녀에게 줄 선물로 10봉지를 샀다. 다오믹스 과일칩은 호박, 바나나, 잭푸루트, 파인애플, 타로(토란), 고구마 등 6가지 과일과 채소를 건조해서 만들었다. 단일 품목별로 칩(Chip)도 있다. ‘저온진공후라잉공법’을 사용해 맛과 영양소의 파괴를 최소화하고 오일 흡수량을 최소화하였다고 전한다. 저온진공후라잉공법은 미강유(米糠油:쌀겨오일)로 100도 이하의 저온 진공 상태에서 조리하는 공법을 말한다. 라오스는 쌀농사가 많아 미강유를 생산하는데 좋은 기반을 보유하고 있다.

시원한 곳에서 맛있는 과일도 먹고 나니 점심 생각도 없어졌다. 1시가 되었다. 입맛이 떨어졌을 것으로 예견하고 현지 가이드가 자그마한 식당의 2층 구석방으로 안내하더니 묵은지 김치찌개를 주문했다. 모두가 대찬성이었다. 한국에서도 찾기 힘든 웬 묵은지가 라오스의 수도 비엔티엔에서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단다. 얼큰하고 개운한 맛에 고추장과 마늘 쌈채까지 곁들여 생각지 않은 밥 한 공기를 뚝딱 해치었다. 충분한 휴식과 맛있는 음식으로 마음과 몸이 튼튼해졌다. 본격적인 비엔티엔 역사 문화탐방에 나섰다.

비엔티엔은 라오스의 수도로 왓따이 국제공항이 있다. 정치·행정·경제·사회·문화 등 전 분야에 걸쳐 라오스의 중심지이다. 비엔티안은 ‘세계에서 가장 작은 수도’라는 별명이 붙은 만큼 고요하고 소박한 멋을 풍긴다. 빠뚜싸이(Patuxai) 독립 기념문부터 라오스의 부처님 사리를 봉안한 황금빛 사원 탓 루앙(That Luang) 등 라오스의 변화와 성장을 가장 잘 보여주며 과거와 현재가 잘 어우러져 있는 곳이다. 라오스를 여행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필수 코스이다. 대부분 관광지는 시내 남푸 분수 근처에 있어 걸어서 다닐 수 있는 거리이다. 메콩강이 휘감아 지나가며 남쪽으로는 메콩강을 사이에 두고 태국 북동부의 농카이주와 맞붙어 있다. 한 나라의 수도가 주변국의 국경에 있는 것도 이례적이다.

라오스의 대표적 랜드마크 빠뚜싸이를 관람했다. 빠뚜싸이는 ‘승리의 문’ 또 ‘독립기념문’이라 일컫는다. 빠뚜(Patu)는 ‘문’, 싸이(Xai)는 ‘승리’라는 뜻이다. 세계대전과 독립전쟁으로 인해 사망한 라오스인들을 애도하기 위해 1969년 세워졌다. 프랑스 개선문을 모티브로 라오스의 전통 양식을 가미해 건립되었다. 미국에서 신공항 건설용으로 원조받은 시멘트를 사용해 만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수직 활주로’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한다. 전체를 시멘트로 만들어 내부는 페인트칠이 벗겨져 있고, 투박한 장식으로 되어 있다.

탑의 상부는 중앙 탑과 4개의 첨탑(尖塔) 등 총 5개의 탑으로 구성돼 있다. 이 탑은 불교의 5가지 교리인 우정·용납·정직·위엄·번영을 상징한다. 1층 내부 홀은 라오스 전통 문양으로 꾸며져 있고, 천장과 벽면에는 비슈누·브라마·인드라 등 힌두교 신이 부조로 새겨져 있다. 국신화(國神話)가 그려진 천장은 포토존으로 유명하다. 빠뚜싸이 천장화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싶다면 스마트폰 10초 타이머를 맞추어 바닥에 놓고, 스마트폰을 바라보며 찍으면 멋진 추억의 사진이 된다. 기념문 계단을 따라 꼭대기에 올라가면 비엔티엔 시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보수공사 중이라 전망대는 올라가지 못했다. 빠뚜싸이 옆에는 새로 단장한 인민 혁명당 당사가 보이고 정면 멀리에는 대통령궁이 보인다. 2004년 중국의 원조로 세워진 넓은 공원과 야외 음악 분수, 도자기로 만든 커다란 코끼리 탑 등이 어울려져 있어 라오스인들의 쉼터가 되고 있다. 비엔티안에 오는 외국 여행객이 방문하는 필수 코스다.

빠뚜싸이 300m 앞에 있는 황금빛 탓루앙 사원(That Luang Stupa)으로 발길을 옮겼다. ‘탓’은 ‘탑’, ‘루앙’은 ‘크다’라는 의미로 즉 ‘큰 탑’ 또는 ‘위대한 탑’이라는 개념이다. 탓루앙은 라오스를 대표하는 불교 유적이자 가장 중요한 국가 기념물로 지정돼 있다. 전래에 의하면 3세기경 인도의 아소카 왕(King Ashoka)이 파견한 승려와 학자가 부처님 골반 사리를 모시기 위해 푸루앙 언덕에 처음 탑을 세웠다고 한다.

최초 건립 당시에는 450kg의 금을 사용해 매우 화려했으나, 재건축하면서 콘크리트 건물에 금색을 칠한 것이라 한다. 1566년 세타티랏왕이 라오스의 수도를 루앙프라방에서 비엔티안으로 옮기면서 새로이 건립하였다. 라오스가 동남아시아의 대표적인 불교국가의 지위를 가질 수 있었던 것은 에메랄드 불상과 함께 탓루앙이 있었기 때문이란다. 하지만, 1828년 태국 시암국의 침략으로 탓루앙은 불타 무너져 내렸다. 이후 1936년에 이르러서야 복원했다. 부처님의 가슴뼈 사리가 안치됐다고 전해진다.

높은 담과 중앙에 높게 솟은 탑은 45m로 연꽃 봉우리를 형상화하고 누워있는 와불상이 유명하다. 사원의 입구에는 탑을 건축한 셋타티랏왕의 동상이 있다. 탓루앙의 전체 모습은 3층으로 된 단과 중앙의 불탑으로 이뤄져 있다. 탑 안에는 아소카 왕의 유물이 있고, 84,000개의 작은 탑이 있다. 안에는 부처 제자들의 유골재를 넣어 네 귀퉁이의 둥근 탑에 분산 배치했다고 전해진다. 불교 신자들이 세 개의 층을 오르며 부처의 상과 불교 교리를 음미할 수 있도록 구성된 사원이다.

탓루왕 사원의 문양이 지폐에도 그려져 사용될 정도로 라오스에서 가장 신성시되고 있다. 라오스는 동전 없이 지폐만 사용한다. 매년 11월 보름에는 탓루앙을 중심으로 위대한 축제가 열린다고 한다. 축제 기간에는 전국에서 전통복장을 입은 참배객들이 모여들고, 승려들의 탁발 의식이 행해진다고 한다. 참배객들은 바나나 줄기에 꽃을 장식해 만든 탑 모양의 꽃다발을 들고 흰 코끼리를 따라 탑돌이를 하며 소원을 빈다고 한다. 이 축제는 라오스 사람이라면 반드시 일생에 한 번은 참가해야 한다고 알려진 유명한 축제다.

짧은 동선이지만 한동안 더운 날씨에 걸어 다니다 보니 땀이 흘러내렸다. 저녁을 먹기에는 조금 이른 시간이고 시원한 휴식 장소를 찾은 곳이 라텍스매장이다. 넓고 시원하며 쾌적했다. 천연 라텍스는 고무나무와 같은 식물체에서 얻어진다. 천연고무를 포함하여, 녹말, 당류, 알칼로이드 등 다양한 물질의 혼합체이다. 천연 라텍스의 경우 자연 친화적이라는 인식으로 주로 신체와 접촉하는 제품에 주로 쓰인다. 침구류, 고무장갑, 젖병 등이 대표적인 용도다. 매트리스에 마음껏 누워보고 쉬란다. 편안하고 잠이 잘 든다고 한다. 1시간 정도 있으며 이리 뒹굴 저리 뒹굴다 보니 피로도 풀렸다. 깨끗한 화장실도 사용했다. 그냥 나온다는 것은 양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가볍고 들고 오기 좋은 잠이 곤히 든다는 라텍스 베개 2개를 샀다.

라오스에서 마지막 저녁을 맞았다. 버스를 타고 15분 정도 이동해 시내 변두리 식당을 찾아갔다. 한국인 사장이 한국인 여행객을 중심으로 운영하는 지지고 볶고 팔팔 끊이고 이것저것 하는 식당이다. 한국에서 온 관광객들이 시간대별로 계속 들어와 번잡하고 시끄럽다. 그릇 떨어지는 소리에, 술잔 돌리는 요란한 소리에 혼이 나갔다. 우리 일행은 죽은 듯 샤브샤브 요리에 간단히 밥을 먹고 얼이 빠져 밖으로 나왔다. 무엇에 무슨 샤브샤브 요리를 먹었는지 생각이 나지 않는다. 라오스 어디에 가나 한국 음식이 주름잡고 있다. 수도 비엔티엔의 여행자 거리(Vientiane Night Street)는 한국과 같은 현대적인 카페와 레스토랑 등이 조화롭게 들어서고 있다.

라오스 탐방 5일차. 0시 5분 비행기는 굉음을 내며 라오스 비엔티엔 땅을 치며 이륙했다. 깊은 밤하늘 아래에서 본 라오스 비엔티엔은 희미한 불빛 몇 개 보이면서 멀리멀리 사라졌다. 눈을 지그시 감으니 라오스의 천혜의 자연풍광과 유유히 흐르는 메콩강이 한 폭의 산수화가 되어 파노라마처럼 스치어간다. 여기에 더해 라오스 사람들의 순진하고 친절한 “싸바이디” 안녕하세요. “컵짜이드” 감사합니다. 다정다감(多情多感)한 인사 소리가 맴돈다. 어느덧 날이 밝아 6시 45분.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라오스는 울퉁불퉁한 산길에 포장 안 된 붉은 흙길이 구불구불 이어져 있고 흙먼지가 뽀얗다. 철도, 도로, 학교, 의료 등 사회기반시설이 턱없이 열악한 나라이다. 모든 시설을 외국자본이나 원조로 짓고 있다. 그렇지만 라오스 사람들은 누구도 탓 할이 없을 만큼 무던하다. 에메랄드 빛 천연색과 같은 비단 같은 마음이 묻어 있다. 여행 내내 자동차 경적소리를 들어보지 못했다. 많은 사람이 붐비는 야시장, 관광지 등 다녀보았지만 싸움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 목소리를 높이고 얼굴을 붉히는 장면도 보지 못했다.

도로가 군데군데 흙이 파여 공사를 하고 있는데도 서두르지 않는다. 공사가 끝나야 차가 지나간다. 현대인이 좋아하는 빵과 커피 맛이 그 어느 선진국보다 뛰어나다. 신선한 과일과 다양한 채소, 일 년에 2∼3번 생산되는 쌀 등은 신비한 대자연과 어우러져 웰빙식품으로서 최고의 가치를 발한다. 옛날 우리 고향의 풍경을 그대로 닮은 사람들. 그렇게 라오스는 추억과 고향의 기억으로 새겨진다. 왜 행복 지수가 높은지 이해가 됐다. 결국 물질보다는 마음의 평화가, 만족하는 삶이 더 중요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으로 라오스 여행기를 마친다.

[전국매일신문] 문제열 국제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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