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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의 窓] 농산물 가격이 안정돼야 농업이 발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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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의 窓] 농산물 가격이 안정돼야 농업이 발전한다
  • 전국매일신문
  • 승인 2024.01.25 10:1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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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 국제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

물건의 판매 가격에서 원가를 뺀 차액을 ‘마진(margin)’이라고 한다. 마진이 높게 나와야 장사가 잘되는 것이다. 그다음에 고정지출과 손익분기점에 대해 고민한다. 고정지출이라고 하면 사업장에서 하는 노동과 온·오프라인에서 마케팅하는 비용까지를 포함한다. 끝으로 희망 수입 합산과 목표매출을 정하고, 조금 더 많은 순수익을 위해 노력한다. 이것이 일반적인 산업의 가격정책이다.

여기에서 다른 산업과 농업이 다른 부문이 있다. ‘얼마에 팔 것인가?’를 정하는 주체가 ‘나’인가 ‘다른 사람’인가 하는 부분이다. 고정지출에 대한 부문은 계산이 되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농산물 가격은 남이 결정하여 주는 구조다. 거의 농산물은 수요와 공급의 논리만 적용되는 ‘경매’로 결정되기 때문에 생산비 등 원가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

시장가격은 주로 산지 가격으로 결정된다. 사과는 안동, 참외는 성주, 감귤은 제주도 등지에서 결정된다. 대형유통사들은 제철 농산물에 대해 판매 행사를 추진한다. 이때 생산자, 유통인, 소비자들 간의 가격 괴리가 발생한다. 대형유통사에서는 행사 전부터 작황이나 생산 환경, 인건비, 물량 등을 감안해 가격을 예측한다. 문제는 그 기준이 지난해라는 데 있다. 올해 갑자기 가격이 올라도, 도매가격이 상승해도, 농가가 받는 가격은 지난해 상황에서 크게 변하지 않는다.

가격이 올라도 기쁘지만은 않다. 지난해 기록적인 폭염과 장기간 장마로 농산물 가격은 오름세가 지속되고 있다. 기후 악화는 작황 부진으로 이어져 생산량이 줄었고, 농촌인력 부족으로 인건비도 30% 이상 상승했다. 비료 및 농약․농기계 등 농자재대, 전기료, 유류대 등 고정지출비도 안 오른 것은 한 개도 없다. 이런 이유로 농산물 가격이 급등(急騰)해 소비자의 부담으로 전가되는 것은 당연한 경제의 이치이지만, 물가상승의 주범이 농산물로 몰리면서 농민들의 시름은 더 깊어진다.

정부는 일단 농산물 가격이 오르면 서민 물가를 잡겠다는 안정 대책으로 비축물량을 풀거나, 수입농산물의 관세를 인하해 먹거리 가격을 내린다. 더욱이 매년 설과 추석 명절이 되면 이와 같은 정책 기조가 반복되고 있다. 당장 너무 오른 식탁 물가를 내리는 방법이 완전히 그르다고 할 수 없지만, 이는 더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이런 상황이 누적되면은 농민은 생산 의욕을 잊게 된다. 또 농업생산 기반이 무너져 치유가 어려워진다. 농업은 어떤 경우에도 포기해서는 안 되는 기간산업(基幹産業)이다.

시장원리를 따르는 상업농(商業農) 체제에서는 농민들이 생산한 농산물에 대하여 정당한 값, 즉 제값을 받는 일은 농업의 안정적인 성장과 직결된다. 아무리 좋은 농산물을 생산해도 제값을 받지 못하면 농업은 발전할 수 없다. 그러기에 시장 혁신을 통해 농민들이 안정된 제값을 받을 수 있게 뒷받침하는 일은 정부가 반드시 추진해야 할 과제다.

농산물이 제값을 받으려면 먼저 생산자 단체 중심의 산지 유통을 조직화해야 한다. 개별 농민들은 중간상인과의 거래에서 언제나 상대적으로 취약한 시장 교섭력을 갖는다. 강한 시장 교섭력을 확보할 수 있는 협동조합으로 단결해 생산과 출하를 조절하고, 선별․포장․수송․판매 등 일련의 유통기능을 담당해야 농산물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제값도 받을 수 있다.

둘째, 농산물 도매시장 거래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강화해 농산물이 제값을 받을 수 있는 도매거래 기반을 조성해야 한다. 도매시장법인이 본연의 수집 기능과 출하자 지원 등 공익적 역할을 강화하고, 법인 간 건전한 경쟁을 촉진하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도매시장 거래 물량 예측 시스템 구축을 통해 특정 시장으로의 물량 쏠림을 방지하고 시장별 적정 출하량 유도를 위한 농산물 도매유통 정보를 디지털화해 나가야 한다.

셋째, 소비지 시장의 부정 유통행위를 철저하게 근절하고 공정한 판매 경쟁을 유도해야 한다. 농산물의 등급과 규격 제도를 엄격히 실행하고 중간상인의 가격담합행위도 금지 시켜야 한다. 또한 원산지 표시제를 중점 단속해 가격이 싼 수입농산물이 국산으로 위장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

다양한 유통안정 대책의 조화를 통해 농산물 가격을 안정시키면서 동시에 농업경영구조와 기술을 혁신해 나간다면 농민들도 가격 불안정의 공포로부터 해방돼 마음 놓고 농사에 전념할 수 있을 것이다. 농산물에 대한 가치를 인정하고 기꺼이 착한 대가를 치러 주는 사회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전국매일신문] 문제열 국제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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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운 2024-01-26 12:13:10
지속가능성을 필수로 갖춰야하는 농업전반에 세심한 최적화가 진행되어야함을 느낄 수 있는 글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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