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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요소수 대란 재발 위기, 공급망 다변화 서둘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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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요소수 대란 재발 위기, 공급망 다변화 서둘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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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12.18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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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

글로벌 공급망 불안이 심상치 않아 보인다. 중국 당국이 한국으로의 산업용 요소 통관을 돌연 보류하는 조치를 취해 시장 불안감이 커지면서 파장을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관세 당국이 최근 한국으로의 요소 수출 통관을 갑자기 보류해 우리를 긴장시키고 있는 가운데 트럭이 멈춰 서고 산업의 핏줄인 물류망까지 흔들렸던 2021년의 ‘요소수 대란’이 재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 수출입을 담당하는 해관총서는 지난 11월 30일 우리나라의 한 대기업이 수입 예정이었던 중국산 ‘산업용 요소’의 수출을 보류시킨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번에 한국으로 수입 예정이었던 요소는 ‘수출 검사’까지 마친 상태에서 해관에 붙잡혀 배에 실리지 못했다.

요소수는 경유 차량의 질소산화물 저감장치(SCR)에 들어가는 필수품이다. 국내에서는 가격경쟁력과 공해 문제로 요소를 생산하지 않고 전량 수입한 뒤 증류수를 섞어 사용한다. 2년 전 요소 최대 생산국인 중국이 자국 내 수급 부족을 이유로 수출을 막으면서 화물차, 건설장비가 멈추고 소방차 운행도 멈출 지경까지 이르렀고 정부는 요소수 2만 리터를 군용기까지 동원해 호주에서 긴급 공수까지 해왔었다. 요소 수입의 중국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우리로서는 2년 전의 요소수 대란이 재발할 수 있다는 공포 섞인 우려가 터져 나올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일단 중국이 자국 내 요소 수급 불안정을 해소하기 위해 대외 수출을 비공식적으로 제한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중국 측에 요소 통관 지연 사태의 조속한 해결을 요청했다. 우리는 2021년 10월 중국의 요소 수출 전면 중단으로 요소수 가격이 10배로 치솟고 매점매석(買點賈惜) 행위가 발생하는 등 큰 홍역을 치른 바 있다. 당시 정부는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생산 설비 확대, 대체 촉매제 개발, 대체재 관련 시설 확대 등 수급 안정화 방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말에만 그쳤을 뿐 상황은 외려 더 나빠졌다. 

산업용 요소의 대중국 의존도는 요소수 대란 직전에 97%였다가 2021년 71%로 내려갔고 지난해 67%까지 떨어졌다가 올해 들어 10월까지 91%로 외려 높아졌다. 게다가 올 9월 중국 국내 요소 가격이 50%나 급등해 수출 금지 가능성마저 제기됐는데도 정부는 수수방관으로 일관해왔다. 지난 12월 7일 중국화학비료 업계 온라인 플랫폼인 중국화학비료망에 따르면 산둥성 지역 요소 공장 출고 가격은 전날 톤(t)당 2,410~2,460위안으로 집계됐다. 산둥성 지역 요소 출고 가격은 지난 12월 4일 톤당 2,390~2,440위안, 지난 12월 5일 톤당 2,390~2,460위안 등 올해 12월 들어서도 계속 오르고 있다. 지난 12월 6일 중국 관영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망은 중국 정부와 업계가 이미 지난 9월부터 수출 조정에 들어갔으며 현재의 통관 지연이 이미 예고됐음을 강조했다. 그런데도 중국 측과 소통이 잘 이뤄지고 있다면서 3개월 치 재고 물량을 확보해 큰 문제가 없다 란 입장이다. 언제까지 중국 측의 호의에 의존하는 땜질식 대응에 매달릴 것인지 의문이다.

더 큰 문제는 한국의 대중 공급망 의존도가 절대적이란 점이다. 중국은 요소뿐만 아니라 전기차, 이차전지 등 첨단산업 핵심 소재에 쓰이는 광물의 글로벌 공급망을 움켜쥐고 있다. 그만큼 중국에 대한 편중과 의존도가 높다는 얘기인데도 불구하고 원자재 공급망의 중국 편중과 의존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요소 공급이 끊기면 국내 산업 전체가 막대한 타격을 입는다는 것은 너무도 자명하다. 자원 공급망을 틀어쥔 중국이 재채기라도 하면 우리는 몸살을 앓는 상황이 되풀이 되어선 안 되는데도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지난 12월 6일 내놓은 대책은 ‘차량용 요소 공공 비축 물량 두 배로 확대’와 ‘화물 차주 단체, 주유소 등을 상대로 1회 구매 수량 한도 설정 요청’ 그리고 ‘수급 애로가 발생한 업체에 차량용 요소 비축 물량 2,000톤 조기 방출’ 등 단기적인 미봉책뿐이다. 

글로벌 경제 블록(Bloc)화로 인해 자원과 소재·부품·장비 공급망은 경제의 동맥이자 경제 안보의 핵심이 아닐 수 없다. 중국 상무부는 「수출통제법」 등 관련 조항에 따라 국가 안보와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지난 8월 1일부터 반도체 제조의 핵심 원료인 갈륨과 게르마늄 관련 품목의 수출을 통제에 나선 데 이어 지난 11월 20일 중국 상무부와 해관총서(세관)는 공고를 통해 지난 12월 1일부터 고순도·고밀도·고강도 인조흑연 재료와 제품, 구상흑연, 팽창흑연 등을 수출 통제 대상에 포함을 시켰다. 이런데도 핵심 광물의 안정적 확보를 위한 기금 마련과 위원회 설치 등을 담은 「경제 안보를 위한 공급망 안정화 지원 기본법」 제정안은 1년이 넘게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가 지난 12월 7일에서야 극적으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문턱을 넘었고, 이어서 12월 8일 국회 본회의를 늦깍이 통과했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의 감이 없지 않지만 그나마 다행이다. 

중국으로부터 요소 수입이 막히며 ‘제2의 요소수 대란’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 가운데 중국 비료 업계는 성수기인 내년 1분기까지 요소 수출을 중단하기로 했다. 중국 주요 업체들은 내년 전체 수출 규모도 평소의 5분의 1 수준으로 줄이기로 합의했다. 중국발 공급망 리스크가 재발할 조짐이 두드러진다. 정부는 이제라도 베트남·인도네시아 등으로 요소 수입 선을 다변화하고 국내 생산 설비 지원을 확대하는 등 근본적 대책을 서둘러 강구(講究)해야만 한다. 암모니아의 78%를 일본 국내에서 자체 생산하고 나머지 22%는 인도네시아 등에서 수입하여 중국에 의존하지 않는 일본처럼 중국에 휘둘리지 않고 우리 산업계 스스로가 독자적인 공급망을 구축해야만 한다. 주요 원자재의 안정적 조달을 위해 공급망 관리 체계 전반을 점검하고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 

단순히 핵심 광물이나 주요 원자재 수입에서 벗어나 기술 공여 등 전략적 협력 관계를 통해 위험을 줄여나가야 한다. 수급처 다변화를 꾀하려면 정책적 뒷받침은 당연히 필수다. 아울러 우리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국익을 지키고 보호하기 위해 중국과의 경제외교 강화를 위한 대화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야만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정치·경제적 불안정이 커지는 중국의 선의에 국가의 미래를 저당 잡히지 않도록 적극적이면서도 유연한 선제적 외교 노력이 긴요하다. 공급망 재편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과 최근 관계가 개선된 일본과 공조를 강화해 국익 차원의 협상력 확보를 서둘러 중국의 횡포에 당당히 대응해야 한다.

[전국매일신문 칼럼] 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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