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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헌의 하제별곡] 정치의 명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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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헌의 하제별곡] 정치의 명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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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12.19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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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헌 언어철학자·시민사회신문주간

주역은, 변화도 변해야 하는 역(易)의 원리다.  

정치의 명분(名分), ‘워너비(wanna-be)’로는 안 된다. ‘워너두(wanna-do)’라야 한다. ‘무엇이 되겠다.’가 아니라 ‘무엇을 하겠다.’라야 하는 것이다. ‘사이먼과 가펑클처럼 되고자한다.’는 팝아티스트 ‘SG워너비’의 이름과 뉘앙스(느낌)를 빌렸다. 

정치의 계절, 여러 이름들에서 이런 뜻을 읽는다. 가령, 거칠게 말해 ‘이재명(의원)이 문제가 많으니 내가 돼야겠다.’고 나선 이낙연(전 의원)이나 ‘이준석(전 의원)이 마음에 들지 않으니 내가 이럴 수밖에 없다.’는 안철수(의원) 등의 ‘포부(抱負)’가 얼핏 떠오른다. 

‘내가 하면 저렇게 하진 않는다.’는 뜻 읽힌다. 다만 ‘무엇을 하여 어떤 세상을 만들겠다.’는 뜻이 보이지 않는다. ‘믿어주세요.’일까. 명문(名門) 또는 부유층(출신)이니까? 

일단 ‘무엇’이 되고나면 뭔가 잘 하지 않겠느냐, 되는 것만으로도 세상에 좋은가. 정치하는 이들이 서비스 공급자라면, (정치)소비자들인 납세자 시민에게 이는 괜찮은 거래인가.

사례로 제시한 저 이름들은, 인격(人格)이 아닌, 우리의 세금과 의지(意志)를 먹고 형성된 세력 또는 상품(商品)으로 본다. 이 구분 중요하다. 정치가 무엇을 바라보아야 하는지를 가리키는 지점이다. ‘성분과 기능이 어떠한 지’를 모르는 상품을 고를 소비자는 없다.   

우린 여태 뭘 했지? 그래서 만든 게 기껏 이건가. 같은 하늘 지고 사는 사람으로 자괴(自愧)의 감상은 왜 없겠는가, 그러나 저 이들의 부끄러움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으니 한심하다. 

‘좋은 정치인’의 조건일까, 문학의 페르소나(가면)는 정치에서 이렇게 실현되나보다. 대통령 내심만 바라보는 가면 뒤 저 얼굴들의 생각의 주제는 무엇일까? 

‘저 권력’은 나를 얼마나 알고 있을까? 선을 밟거나 넘으면 어디까지 나를 용납해줄까? 이런 저런 생각 바탕에서 이합집산이 내게 유리할까 불리할까 따위 챙기는 속셈이 정치인가.  

하나님의 사자(使者)인 천사들은 모든 것을 안다. 게다가 어떤 행위도, 결정에 이르는 과정도 (하나님에게 말고는) 책임질 필요가 없다. 천사가 지배하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정치가 그렇다면 우리의 정체(政體)는 ‘천사민주주의’라 부를만하지 않을까.  

동양적 사고(思考)로 정치는 덕(德)을 실현하는 장치(도구)다. 미래의 큰 (착한) 일을 위해 다른 어려운 요소들을 극복하는, 험난함을 넘어서는 것이 德이겠다. 이 장치는 천사민주주의로 작동 가능할까? 하나님만이 아는 일일까?

이름과 걸맞는 본분을 갖추지 못한 정치(가)는 쓸모가 없다. 명분(名分)은 중요한 가치다. ‘공공(公共)의 미래를 짊어지겠다.’는 정치세력이 대다수 국민들 안쓰러워 혀 끌끌 차는 비아냥을 모른 채 할 양이면, 거기 있어서 무슨 의미가 되겠는가.

그릇이 내용을 결정한다는, ‘미디어는 메시지다.’라는 미디어학자 맥루언(1911~1980)의 예언이 현실이 됐다. 모든 사람이 방송이 되고 신문이 되어 광파만리(光波萬里)의 의견평등시대를 누린다. 눈 가리고 아웅 시대착오는, 혹 몰라서 했을 수 있는 ‘워너비’도 이미 개콘이다.

역(易) 즉 변화다. 주역(周易)은 점쟁이 책이 아니다. 易도 변해야 易이라는 易의 원리다.

모두들 안다, 하나님도 천사들도, 민초(民草)들도 저 변화를 안다. 전쟁 기후변화 팬데믹 따위로 체감되는 복합재앙의 시대, 미국은 ‘시대정신’으로 현대판 현자(賢者) 트럼프를 다시 부를 채비를 하는가. 

길 위에서 길 잃은 저 ‘명분’들의 정당성을 톺아본다. 하늘은 (디지털 언어로) 여전히 작동 중이다. 언어에 비춰본 정치, 이것이 그 점괘다. ‘천벌을 두려워하자.’ 

[전국매일신문 칼럼] 강상헌 언어철학자·시민사회신문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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