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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읽는 詩 78] “절박함 없인 이루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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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읽는 詩 78] “절박함 없인 이루지 못한다”
  • 서길원 大記者
  • 승인 2024.02.21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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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길원 大記者

이문재 시인(1959년생)
경기도 김포 출신으로 1982년 ‘시운동’ 4집에 시를 발표하며 등단

<함께 읽기> 2015년 5월, 한 투수가 치명적인 ‘어깨 관절와순 수술’을 받았다. 2016년 다시 마운드로 돌아왔지만, 이번엔 팔꿈치가 말썽을 부렸다.
두 차례나 수술대에 오르면서 다들 “재기가 어려울 것이다”라는 비관적인 시선에 보란 듯이 부활한 선수가 있다, 바로 메이저리그 LA 다저스에서 뛰었던 류현진 얘기다. 그가 부활하고 나서 인터뷰한 기사 가운데 이 한 마디가 생각난다.

“이번에 또 주저앉으면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니까요. 아무것도 못 이루고 어떻게 얼굴 들고 돌아가겠습니까”, 이렇듯 재기에 성공한 이들에게 따라붙는 한 단어가 있다. ‘절박함’. 이대로 포기할 수 없다는 절박함이 이런 기적을 만들어 낸다.

“지하철 광고에서 보았다. // 인디언들이 기우제를 지내면 반드시 비가 옵니다.” 참 편하게 만든 광고다. 시에서 나온 표현대로라면 광고에서 읽은 내용을 그냥 옮기면 되니까. 하지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마치 '콜럼버스의 달걀'처럼. 아주 쉬워 보이는 이 발상에 힘입어 시 전체가 탄탄한 힘을 얻는다.

“그 이유는, 인디언들은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지내기 때문입니다.” 아주 단순한 진리다. 비 올 때까지 한다? 될 때까지 하는 것.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되니까 될 때까지 하는 게다. 즉 비가 꼭 필요한데 안 오니까 비가 올 때까지 하는 것이다. 다른 이유는 없다. 절박하게 기도하는 동안 희망 외는 딴 마음이 끼어들지 않는다.

“땅 위에서 / 삶의 안팎에서 / 나의 기도는 얼마나 짧은가.” 그런데 인디언의 기도에 비해 우리의 기도는 형편없다. 절박함 없이 사는 모든 이들의 기도가 바로 이런 식이다. 되면 좋고, 안 되면 말고. 그럼 우린 완벽하게 만족하여 절박함이 없는 걸까? 그게 아니라 ‘어차피 안 되는걸!’ 하며 포기했기 때문이다. 하늘에 닿기 전에 기도를 멈춰버렸으니 제대로 응답할 리가 없다.

“어림도 없다 / 난 아직 멀었다.” 살면서 ‘열심히 해도 어쩔 수 없어!’ 라고 생각한 적이 여러 번이다. 하지만 한 발만 더 내디뎠으면 이룰 수 있었는데 먼저 포기한 적이 더 많았다. 하늘을 향해 두 팔 벌리고 비가 올 때까지 기도 드리는 인디언의 모습에서 절실함이란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된다.

포기가 거듭되면 절망이 마중 나오고, 끝내 패배한 삶이 되고 만다. 다시는 "난 아직 멀었다”란 말하지 않기를 다짐해 본다. 

[전국매일신문] 서길원 大記者
sgw3131@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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