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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필의 돋보기] 올바른 선택, 한국정치의 신뢰도 높이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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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필의 돋보기] 올바른 선택, 한국정치의 신뢰도 높이는 일
  • 최승필 지방부국장
  • 승인 2024.04.07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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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필 지방부국방

“우리들 몸이 없어진 뒤의 일은(오제신후사·吾儕身後事), 단지 청렴 염(廉)자 하나를 지키는 것이요(지수일렴자·只守一廉字), 검소를 숭상하고 사치를 억제하는 것이(숭검박억사미·崇儉朴抑奢靡) 정치하는 데 먼저 할 일이다(위치지선무·爲治之先務).

청백리(淸白吏)로 널리 알려진 조선시대의 명재상이었던 황희(黃喜, 1362년~1452년) 정승의 말이다.

호가 ‘방촌(厖村)’인 황희는 조선에서 가장 영의정을 오래 역임한 인물로, 영의정 18년, 좌의정 5년, 우의정 1년 등 총 24년을 정승 자리를 유지하는 등 태조 때부터 조선 초 4대에 걸쳐 왕들의 사랑과 굳건한 신임을 받았다.

그는 왕 다음으로 높은 벼슬인 정승 자리에 있으면서도 집에 비가 샐 정도로 청렴결백하고, 어질며, 너그러운 정치로 백성들로부터 존경을 받기도 했다.

황희 정승에게 어울리는 ‘청백리’라는 호칭은 여러 일화(逸話)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그의 맏아들은 일찍부터 출세해 벼슬이 참의(參議)에 이르렀을 때, 아들이 집을 완공한 뒤 ‘낙성식(落成式)’을 시작하자 아버지 황희가 돌연히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당시 황희는 “선비가 청렴해 비가 새는 집안에서 정사를 살펴도 나랏일이 잘 될는지 의문인데, 거처를 이다지 호화롭게 하고도 뇌물을 주고받음이 성행치 않았다 할 수 있느냐. 나는 이런 궁궐 같은 집에는 조금도 앉아 있기가 송구하기 그지없다”며 조금의 음식도 들지 않고 자리를 떴다고 한다. 많은 일화 중 하나다.

또. 어느 날 세종이 백성들의 형편을 살피기 위해 미복(微服) 차림으로 대궐을 나섰다가 황희 정승 생각이 나서 발길을 돌렸다.

황희의 집은 초라한 단칸집에 담도 없었다. 세종은 “겉은 초라해도 안은 좀 다르겠지”하고 집 안으로 들어가 둘러보았으나 방바닥에는 멍석이 깔려 있었고, 먹던 밥상도 누런 보리밥과 된장, 고추밖에 없었다.

세종은 그의 청빈(淸貧)한 삶에 감탄하며 농담으로, “등이 가려울 때 그 멍석에 대고 비비면 시원하겠구려”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처럼 청렴을 몸소 실천한 황희에 대해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1762년~1836년)은 “청백리란 ‘봉급 외에는 아무것도 받지 않고, 먹고 남은 것은 집에 가지고 가지 않으며, 벼슬을 그만두고 돌아갈 때는 한 필의 말로 조촐하게 가는자’를 말하는데, 조선조를 통틀어 이러한 조건에 가장 부합되는 청백리는 황희 정승”이라고 했다.

‘청백리’는 고려 시대와 조선 시대의 모범 관료에게 수여되는 명칭으로, 청빈한 생활 태도를 유지하고, 벼슬길에 나아가서는 공익을 위해 힘쓰며, 백성들을 마치 부모처럼 어루만지는 선비의 전형이다.

관직 수행 능력은 물론, 근검(勤儉)·도덕(道德)·경효(敬孝)·인의(仁義) 등의 덕목을 겸비한 이상적(理想的)인 관료상인 것이다.

22대 총선 선거운동이 막바지에 이르렀지만 정책은 사라지고 지지층만을 노린 자극적 발언이 난무하고 있다.

특히, 일부 후보들의 편법 대출과 아빠 찬스, 성 상납 발언 등에 따른 도덕성 및 자질 문제가 연일 선거 현장을 달구며, 선거 투표율의 막판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경기 안산갑 양문석 후보의 불·편법 대출 의혹, 화성을 공영훈 후보의 아빠 찬스 논란과 수원정 김준혁 후보의 성 상납·스와핑 막말 등이 중도층과 2030세대 및 여성 표심을 자극하는 변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양문석 후보는 지난 2020년 8월 31억 원 상당의 서울 잠원동 소재 아파트를 배우자와 공동명의로 구입하는 과정에서 당시 대학생이었던 딸 명의로, 대구 수성 새마을금고에서 약 11억 원을 사업자금 명목으로 대출받아 대부업체 대출금 등을 충당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해당 새마을금고가 양 후보의 딸이 허위 서류를 제출하고 사업자대출을 받은 11억 원에 대한 회수 절차에 들어간 가운데 양 후보는 논란이 된 아파트를 40억 원에 팔겠다고 내놨으나 같은 면적의 아파트 최고 거래가격보다 4억5000만 원 높아 빠른 매각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공영훈 후보는 지난 2017년 서울 성수동의 115㎡ 면적의 다가구주택을 11억8000만 원에 사들인 뒤 2021년 4월 군 복무 중인 아들에게 증여했다. 현재 해당 주택의 시세는 3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각종 막말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김준혁 후보는 김활란 이화여대 초대 총장이 학생들을 미군에게 성 상납시켰다는 등의 주장과 박정희 전 대통령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비하하는 발언으로 논란을 불러왔다.

그는 또, 비서 성추행 의혹을 받는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명예를 회복하겠다는 글로 2차 가해 논란을 키웠고, 한 유튜브에서 윤석열 정부를 연산군 시절에 빗대 말하던 중 “연산 시절에 스와핑이 그렇게 많이 있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민주당 소속 후보들의 이 같은 논란에도 민주당 지도부는 국민 심판을 기다려보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원론적인 입장으로, 무대응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26일 발표한 통계청의 ‘2023 한국의 사회지표’에 따르면 국회에 대한 국민 신뢰도는 24.7%에 불과하고, 조사 대상 7개 국가기관 가운데 꼴찌를 차지했다. 6위인 검찰의 44.5%에 비해 크게 낮았다.

또 다른 조사에서 한국인이 느끼는 사회불만의 원인 중 하나로, 정치인의 부패와 부도덕을 꼽았다. 유권자들의 올바른 선택만이 정치인의 부패와 부도덕을 없애고, 한국 정치의 신뢰도를 높이는 일이다.

[전국매일신문] 최승필 지방부국장
choi_sp@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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