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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화순의 나물이야기] 코리안 허브, 들깨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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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화순의 나물이야기] 코리안 허브, 들깨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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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4.04.25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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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화순 대한민국전통식품명인 남양주시 하늘농가 대표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는 야생의 깨가 ‘들깨’다. ‘참깨’와 비슷하면서도 전혀 다른 ‘들깨’는 오랜 세월 우리의 식탁을 지켜준 명약이다. 1901년 ‘궁중음식의궤(宮中飮食儀軌)’에는 임수탕이라는 호화로운 들깨국이 나왔다는 기록이 있다. 짙은 향으로 들짐승에게서 작물을 지켜주었고, 들깨로 만든 들기름은 한식의 풍미를 더해 주었다. 쌈으로 즐기는 이른바 깻잎은 들깨의 생잎을 말하는 것으로 세계에서 우리민족만 먹는 ‘코리안 허브’다.

들깨는 쌍떡잎식물 통화식물목 꿀풀과의 일년생 초본식물이다. ‘향약집성방(鄕藥集成方)’에는 임자(荏子) 또는 수임자(水荏子)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줄기는 높이가 60~90cm 정도로 사각이 지며 곧게 자라고 긴 털이 있다. 잎은 마주나며 길이가 7∼12㎝로 끝이 뾰족한 달걀형 원 모양으로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다. 8∼9월에 흰색의 잔꽃이 줄기 끝에 핀다. 꽃이 진 뒤에 네 개의 둥근 잔씨가 들어 있는 열매를 맺는다.

전형적인 단일성(短日性:일조량이 적어야 열매를 맺는)작물로 일조량이 줄어들기 시작하는 9월초에 개화가 유도된다. 5월 20일경 파종(육묘)하여 6월 중순 경 모종을 옮겨 심는다. 들깨잎을 얻기 위한다면 이보다 30일 이전에 파종하는 것이 좋다. 수확은 10월에 꼬투리가 약간 검게 변색되면 베어서 1주일 정도 말린 다음 도리깨로 두드려 종실을 얻는다.

들깨의 원산지는 동부 아시아 지역으로 한국, 인도, 중국, 일본 등지에 분포되어 있다. 우리나라는 신석기시대 유적에서 들깨 종자가 발견된 기록으로 보아 오래전부터 재배한 모양이다. 2022년 기준 4만415ha(9만7,485농가)에 4만7,579톤을 생산하고 있다. 전국 각지에 주산지 없이 고루 꾸준히 재배되고 있다. 서늘한 곳에서 잘 자라며 척박한 토양과 재배환경에 대한 적응력이 강하며 이식이 잘되는 작물이다. 예로부터 텃밭이나 자투리땅, 공한지에 심었으며 주위작(周圍作)이나 혼작했다.

적응성도 높아 여름작물에 이어 심거나 주 작물을 수확할 수 없게 되었을 때 대신 심는 대파작물(代播作物)로 이용됐다. 최근에는 종실(열매)뿐 아니라 잎채소용 재배면적이 늘고 있어 시설재배나 대규모 직파재배도 많아졌다. 중부지방에서는 담배·고추밭의 사이짓기, 남부지방에서는 양파·마늘의 후작으로 재배된다. 경남지방에서는 겨울철 시설재배로 잎채소 생산을 많이 한다.

들깨와 잎에는 오메가 3와 6계열의 리놀레산과 고도의 불포화 지방산 성분이 다량 함유되어 있어 고혈압, 알레르기성 질환, 항염증작용 등 성인병 예방과 생체조절 기능향상에 유효하다. 혈액순환을 원활히 하고 땀의 분비를 촉진시켜 감기 예방, 기침을 그치게 하며 가래를 삭여줘 기관지염, 천식 등 호흡기 질환에 도움을 준다. 식이섬유 또한 많아 변비를 완화시키는 효능이 있다. 한방에서는 만성위염, 기침, 위산과다 등에 처방하며, 민간에서는 감기, 피부병, 버짐, 화상 등의 치료제로 쓰이고 있다.

들깨는 용도도 다양하다. 볶아서 가루를 내어 차나 들깨탕, 나물무침, 양념으로 사용된다. 추어탕과 감자탕, 순댓국, 생선조림에 넣어 먹으면 비린내도 제거되며 한층 더 깊은 국물맛을 낼 수 있다. 들깨와 흰 쌀을 물에 불려 맷돌에 갈아 들깨죽을 만들면 병후 회복식으로 좋다. 통째로는 강정, 건강식, 제과 등을 만들고, 기름을 짜서 조미유, 튀김으로 이용된다.

잎은 독특한 향기를 지니고 있어 깻잎쌈, 깻잎부각, 전, 깻잎김치, 깻잎장아찌, 통조림, 절임용 등 반찬으로 이용된다. 본 줄기에서 옆순으로 나온 것을 데쳐 나물로 먹는다. 최근 들깻잎 소비가 많아 잎 전용 품종도 있다. 기름을 짜고 난 깻묵은 단백질이 풍부해 가축 사료와 유기질 비료로 이용한다. 공업적으로는 기름종이, 페인트, 인쇄용 잉크, 칠감, 가루비누, 방수용구 등에 활용된다.

들깨는 참으로 신비로울 정도로 우리 몸과 정신건강에 이로운 영양소를 듬뿍 담고 있다. 우리나라 식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전통 식품조미원이다. 최근에는 영양의 보고(寶庫)로 알려지자 기능성 건강보조식품의 원료로도 이용이 늘며 소비가 지속 증가하고 있데 국내 소비량의 절반은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이 정도면 공식 농가소득 작목으로 육성해 안정적 생산과 공급이 이루어졌으면 한다. 오늘 점심은 들깨 칼국수다. 

[전국매일신문 칼럼] 고화순 대한민국전통식품명인 남양주시 하늘농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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