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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의 窓] 차 한 잔이 주는 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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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의 窓] 차 한 잔이 주는 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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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4.05.24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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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 국제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

차(茶)는 커피, 코코아, 콜라와 함께 4대 기호 음료다. 세상의 음료 가운데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 소비량 역시 최고로 많다. 특유의 은은한 맛과 향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국가와 사람들이 차를 즐긴다. 푸르른 차밭을 바라보는 것도 좋고, 안개 낀 아침에 차밭을 거니는 것도 좋다. 차밭에서 마음의 평화를 느낀다. 

차나무의 원산지는 티베트와 중국 쓰촨성 경계 산악 지대이다. 식물학적 기원은 6∼7천만 년 전으로 추정한다. 차의 역사가 가장 오래된 나라는 중국으로 4,000년 전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828년(신라 흥덕왕 3년)에 당나라에서 돌아온 사신 대렴공이 차 종자를 가져와 지리산에 심으면서 재배가 시작됐다. 차나무가 자라기 위해서는 연평균 기온 13℃ 이상, 강우량은 연평균 1,400mm 이상이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제주도와 전남 보성, 경남 하동 등 남부지역에서 재배된다. 차에는 녹차, 백차, 청차, 홍차, 황차, 흑차 등이 있다. 각기 색깔도 다르고 맛과 향기도 다르다.

우리 민족의 차 문화는 ‘다례(茶禮)’라 한다. 차를 매개로 하여 스스로 몸을 다스리고, 상대를 배려하며 존중하는 마음을 기본으로 삼았다. 차 문화가 중흥하기 시작한 것은 다산 정약용과 같은 인물이 등장하면서다. 정약용은 강진 유배 생활 중 차를 즐겨 마셔 다산(茶山)이라 하였다. 차와 관련해 ‘음주망국(飮酒亡國), 음차흥국(飮茶興國)’이라고 말을 했다. ‘술을 마시면 나라가 망하고 차를 마시면 나라가 흥한다’라는 뜻이다. 나라의 흥망성쇠가 달려 있을 정도로 차 한 잔이 사람들의 머리와 눈을 맑게 하고, 몸을 튼튼하게 하는데 좋다는 이야기다. 

우리나라는 고려시대까지 흥행했던 음주 풍습이 조선시대에 들어오면서 차로 바뀌었다. 영국 사회도 과거에는 술 마시고 취하는 풍습이 상․하류의 계급에 상관없이 매우 심했으나 지금은 술 대신 차를 가장 많이 마시는 국가가 됐다. 영국인은 일상생활 중에 홍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하루에 7∼8회 정도의 홍차를 마신다. 비록 차가 중국에서 시작되었지만, 오늘날 우아한 홍차 문화를 이룩한 나라는 영국이다. 

일본은 독특한 ‘차의 탕(茶の湯)’이라는 차 문화를 형성하였다. 차의 탕은 600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일본 고유의 ‘다도(茶道)’가 되었다. 일본인들에게 차는 몽매함을 물리치고 각성케 해 도행(道行)에 도움이 되고, 술은 도취를 불러 시인을 환각의 나라로 유인한다고 했다. 한마디로 말하면 차의 카페인은 ‘축소의 문화(茶會)’를, 술의 알코올은 ‘확대의 문화(酒宴)’을 상징한다. 일본의 문화가 확대보다 축소 지향성이 강해진 것은 차 문화 때문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와 일본보다 차 문화를 일찍 일으킨 곳은 중국이다. 물에 석회 성분이 많아 수질이 좋지 않기 때문에 차를 마시는 습관을 갖게 됐다고 전해 진다. 물 대신 차를 더 많이 마시는 차의 나라라고 할 만하다. 

차는 사람들의 건강을 살피고 정신을 맑게 하고 안정시켜 준다. 욕심을 없애고 서로 존중하는 정신을 지닌 종교문화의 음료이기도 하다. 특히 불교에서는 ‘선과 차가 하나’임을 뜻하는 ‘선다일미(禪茶一味), 다선일여(茶禪一如)’라는 말이 있다. 승려들의 수행에 있어 차는 필수 음료다. 차를 마시면 훌륭한 인품의 사람은 신선이 되고, 품격이 낮은 사람이라도 맑고 어진 마음을 잃지 않는다고 한다. 이슬람교에서는 규율 중에 절대로 술을 마시지 않도록 한다. 수양에 있어 마음의 안정과 깨끗한 마음을 갖도록 차를 마시도록 권장한다.

한편 효능뿐만 아니라 약리(藥理)적인 효과도 있기 때문이다. 차는 암이나 고혈압, 당뇨병, 심혈관질환 등 성인병 예방에도 뛰어나고, 숙취와 스트레스를 풀어준다. ‘본초강목(本草綱目)’과 ‘동의보감(東醫寶鑑)’에는 차는 독이 없고 마시면 피부병이 없어지며 소변이 좋아지고, 잠이 적어지고, 체한 음식을 소화시켜 주며 모든 발병을 막는다고 했다. 

차에 대해 길게 설명했지만 최근 우리나라는 사실 커피의 천국이다. 지난해 국민 일 인당 커피 소비량은 하루 한 잔이 넘는 405잔(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발표), 전국 커피 음료점은 9만3,414개(국세통계포털)를 기록했다. 커피와 차 중 어느 것이 더 좋다고 말할 이유는 없다. 자신의 취향이다. 다만 한 가지 테이크아웃(takeout)으로 커피를 사서 들고 다니는 모습을 볼 때마다 차 한 잔, 커피 한 잔이 주는 여유마저 사라지는 것 같아 아쉬운 마음뿐이다. 오늘 하루쯤은 차와 함께 잠시 쉬어가는 시간을 가져보자. 

[전국매일신문 칼럼] 문제열 국제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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