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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색 맞추기' 구설을 피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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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색 맞추기' 구설을 피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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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11.09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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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홈쇼핑이 한국e스포츠협회에 후원한 3억원 가운데 일부를 횡령한 의혹을 받는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의 전 비서관 등 3명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신봉수 부장검사)는 8일 전 수석이 국회의원 시절 비서관이던 윤모, 김모씨와 배모씨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3명에게는 모두 업무상 횡령 및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자금세탁) 혐의가 적용됐다. 세 사람 중 윤씨에게는 제3자 뇌물수수 혐의가 추가로 적용됐다. 윤씨 등은 롯데홈쇼핑이 2015년 7월께 e스포츠협회에 후원한 3억원 가운데 1억1000만원을 용역회사와의 가장 거래를 꾸미는 등의 수법으로 '자금세탁'해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전날 오전 7시께 체포한 이들 3명을 상대로 횡령 자금 용처를 캐묻는 한편 롯데홈쇼핑이 주력 사업과 거리가 먼 게임 관련 협회에 거액의 자금을 내놓은 배경을 밝히는 데도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검찰은 롯데홈쇼핑 자금 지원을 끌어내는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윤씨가 당시 롯데홈쇼핑의 재승인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 소속 의원이던 전 수석의 비서관 신분이던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롯데홈쇼핑은 2014년 납품 업체로부터 뒷돈을 받은 혐의로 신헌 당시 대표가 구속돼 2015년 3월 재승인을 앞두고 다급한 처지에 놓였다. 당시 전 수석은 홈쇼핑 업체가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부당 이득을 취하면 최대 영업정지까지 명령할 수 있는 이른바 '전병헌법'을 주도하는 등 '갑질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검찰은 강현구 전 롯데홈쇼핑 사장 등 회사 관계자들로부터 '봐 달라'는 취지의 메시지를 전하려고 윤 비서관을 찾아갔다가 10억원 가량의 예산이 들어가는 프로 게임단 창단을 해 달라는 요구를 받았지만, 액수가 너무 많아 3억원으로 절충됐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 일각에선 '정치보복' 주장이 제기됐다. 그런 와중에 '댓글 사건' 은폐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던 변창훈 서울고검검사가 투신자살하는 사건이 터졌다. 전 수석의 전직 보좌진 수사가 '구색 맞추기'니 '물타기'니 하는 구설에 오른 배경이다. 정가 일각에선 현 정권 내부의 알력설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전혀 근거 없는 것이라며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전 수석의 전직 보좌진에 대해서는 오래전부터 내사를 진행해 왔고, 이들에 대한 체포 영장도 변 검사 사건 전에 청구했다는 것이 검찰 주장이다. 하지만 검찰이 벌여온 '적폐수사'의 범위와 강도를 보면 이번 전 수석 주변에 대한 수사 배경을 놓고 이런저런 말이 나올 만하다. 검찰 입장에서 최선의 방법은 엄정한 수사로 정면돌파하는 것이다. 롯데홈쇼핑이 주력 사업과 무관한 e스포츠협회에 거액을 후원한 경위와 금품의 흘러간 종착지, 전 수석의 사전 인지 여부 등이 수사를 통해 명백히 밝혀져야 할 것이다. 필요할 경우 전 수석도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검찰의 국정원 댓글 수사를 방해한 혐의를 받는 장호중 전 부산지검장과 서천호 전 국정원 2차장 등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된 것을 봐도 혐의 사실을 소명하는 데는 별다른 어려움이 없는 듯하다. 다만 여러 갈래의 검찰 수사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혐의 사실 입증에 도움이 될 만한 자료가 해당 정부기관에서 검찰로 넘어가고 있다고 한다. 이게 사실이라면 절차상, 법리상 문제가 있을 수 있다. 검찰은 스스로 한 일이 아니라고 부인하지만, 주요 피의자의 혐의사실이 영장도 청구하지 않았는데 언론에 자주 보도되는 것은 문제다. 검찰은 수사선에 올랐던 피의자가 잇따라 목숨을 끊는 상황을 가볍게 보면 안 된다. 수사 성과에 골몰해 조사 과정의 피의자 인권보호 등을 등한시하지 않았는지, 혹시라도 무리한 수사방법을 쓰지는 않았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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