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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 소잃고 외양간만 고칠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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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 소잃고 외양간만 고칠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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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12.11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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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용인의 한 물류센터 신축공사장에서 80m가 넘는 높이의 타워크레인이 넘어져 위에서 작업하던 근로자 7명이 추락, 3명이 숨졌다. 9일 오후 1시 10분께 용인시 기흥구 고매동 소재 농수산물 종합유통센터 신축 공사현장에서 건물 34층 높이(85m) 타워크레인이 중간지점(64m)이 부러지면서 옆으로 넘어졌다. 이 사고로 75m 높이에서 작업 중이던 근로자 7명이 지상으로 추락, 3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쳐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부상자 가운데 1명은 생명이 위중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현장에 있던 한 근로자는 "다른 곳에서 작업하는데 '쿵' 하는 소리가 나 쳐다보니 크레인 윗부분이 옆으로 넘어졌다"라며 "다치거나 숨진 동료들은 모두 크레인 위에서 작업하다가 변을 당했다"고 전했다. 사고는 작업자들이 크레인 13단(1단 5.8m) 지점에서 단을 하나 더 높이기 위한 '인상작업(telescoping)'을 하던 중 아랫부분인 11∼12단(64m 높이) 지점 기둥이 부러지면서 발생했다. 인상작업은 크레인을 받치는 기둥(붐대)을 들어 올리는 작업으로, 크레인을 설치·해체하거나 높이를 조정할 때 진행된다. 지난달 1일 설치공사가 시작돼 6단 높이에서 공사에 투입된 이 크레인은 이날 마지막 인상작업(13∼14단)을 하고 있었다. 사고 당시 현장 소장은 비번이어서 현장에 없었고, 안전차장이 현장 지휘를 하던 중 사고가 난 것으로 확인됐다.


사고가 난 타워크레인은 수입된 지 1년 정도 된 외국산인데 정확한 제조 연도는 모른다고 한다. 정부가 지난달 11일 발표한 '타워크레인 중대재해 종합대책'을 보면, 외국에서 들여온 크레인의 허위 등록을 막기 위한 조치도 들어 있다. 크레인의 수입면장 외에 제작한 나라의 등록증과 제작사 인증서 등을 함께 제출하게 한다는 것이다. 용인 사고현장에서 쓰인 타워크레인의 제조 연도를 모른다는 것은 지금까지 그렇게 기본적인 안전요건조차 점검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전국의 공사 현장에 이렇게 노후한 타워크레인이 얼마나 더 있을지 생각하면 걱정이 앞선다. 거친 공사장에서 장기간 쓰인 타워크레인은 주요 부위에 피로와 충격이 쌓여 안전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자칫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는 건설 중장비 관리가 이렇게 주먹구구식이니 사고만 터지면 '인재' 얘기부터 나오는 것이다.


정부가 지난달 원칙적으로 20년 넘은 크레인은 사용하지 못하고, 최초 설치 후 6개월마다 정기검사를 받아야 하며, 10년부터는 주요 부위 정밀검사, 15년부터는 2년 주기 비파괴검사 등이 의무화됐다. 등록된 크레인을 전수 조사해 연식 등에 허위 사실이 드러나면 등록 말소한다는 처방도 들어갔다. 정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법령 개정안을 연내 입법 예고하고 내년 1분기 안에 하위 법령 개정을 완료할 계획이었다고 한다. 정부가 고강도 종합대책을 마련한 것은 늦었지만 다행스럽다. 그러나 이번 용인 사고를 보면 정부의 대책 추진이 너무 느리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남양주 사고가 난 게 5월인데 반년이나 지난 11월에 대책을 내놓은 것도 그렇다. 법령 개정에 시간이 필요할 테지만 마냥 기다리기에는 현실이 너무 불안하다. 일정한 사용 기간을 기준으로 정해, 노후 크레인부터 긴급 점검하고 필요하면 임시 사용중단 조치라도 내리는 것이 어떤가 싶다. 정부가 계획한 대로 법 개정을 한다고 해도 시행은 일러야 내년 2분기부터 가능하다. 그 전에 어디서 또 무슨 사고가 날지 알 수 없다. 이런 식으로 느긋하게 생각하는 것도 '안전불감증'의 다른 얼굴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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