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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의 데스크席] 아직도 백신 확보 못한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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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의 데스크席] 아직도 백신 확보 못한 정부
  • 최재혁 지방부국장
  • 승인 2020.12.03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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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 지방부국장

방역당국이 지난 2~3월과 8월에 이은 3차 대유행에 들어섰다고 선언할 만큼 상황이 좋지 않다. 이미 예견됐던 상황이지만 확산 속도가 너무 빠르다. 어디서 비롯됐는지 감염 경로를 찾지 못하는 집단감염 사례가 전국에서 쏟아져 나오는 것도 이번 대유행이 간단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를 하게 한다. 수도권은 결국 거리두기 2단계로 격상됐다.공교롭게도 코로나 재유행은 백신이 곧 출시될 것이라는 희소식과 함께 찾아왔다.

코로나 종식의 희망이 샘솟자 기다렸다는 듯 코로나가 심술을 부리는 것 같아 얄궂다. 하지만 우리 국민은 이번 겨울만 버텨내면 끝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기 어렵게 됐다. 미국 화이자와 모더나의 코로나 백신이 올해 안에 나올 예정이지만, 우리 정부가 국민 몫으로 확보해둔 물량이 없기 때문이다.

미국 일본 등은 여러 제약 바이오 기업이 개발 중이던 백신을 입도선매했다. 코로나 방역에서 우리보다 한 수 아래로 평가받던 일본은 국민 모두에게 접종하고도 남을 물량을 확보해뒀다. 지금은 하루 2000명의 확진자가 쏟아지고 있지만 내년 모든 국민에게 백신을 접종하면 코로나에서 곧바로 탈출할 수도 있다. 하루 19만 명의 환자가 나오는 미국도 마찬가지다.이런 시나리오는 아직은 기대 수준이다.

이들 백신이 임상에선 95%의 예방률을 보였다지만 몇 가지 검증이 남아 있어서다. 이런 드라마틱한 효능이 얼마나 지속될지, 치명적인 부작용은 없는지 따져봐야 한다. 대개 백신은 개발까지 10년도 더 걸리지만 코로나 백신은 1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정상인에게 인위적으로 바이러스를 주입해 방어력이 생기게 하는 백신의 특성 때문에 안전성을 장담하기 어렵다. 게다가 이들이 개발한 메신저 리보핵산(mRNA)을 활용한 백신은 지금껏 없었다. 안심하고 맞아도 되는지 검증되지 않은 기술이라는 얘기다.

우리 정부가 아직까지 백신 구매 계약을 맺지 않은 것은 이런 과학적 검증에 방점을 뒀기 때문일 것이다. ‘코로나 방역 1등 국가’로 조명받아온 만큼 국민 건강을 그 어느 때보다 꼼꼼하게 따졌을 것이라고 믿고 싶다. 가뜩이나 독감백신 상온노출 사고까지 터져 국민의 불안감이 커진 터라 더 조심했을 수도 있다.

화이자의 코로나 백신이 발표대로 95% 효과를 보인다면 인류가 만든 백신 가운데 가장 성공적이라는 홍역 백신과 맞먹는 수준이다. 불과 300일 만에 그것을 해냈으니 놀라운 성과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누군가 말한 것처럼, 과학이 지식을 축적하는 속도에 비해 사회가 지혜를 찾아내는 속도는 많이 느리다. 백신 빈익빈부익부는 이번에도 벌어졌고, 먼저 챙긴 나라도 그것을 감당할 방법을 찾느라 허둥대고 있다.

코로나19 백신이 곧 나온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그 가격이 얼마가 될지 궁금해 졌다. 여러 정보를 검색해 보니 5만원부터 10만원까지 다양하다. 가장 대표적인 화이자는 19.5달러(약 2만1000원), 모더나는 백신 가격을 1회분 당 32∼37달러(약 3만5000∼4만1000원)로 책정했으며 2회 맞아야 하니 4만원부터 8만원 사이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백신 가격이 1인당 4만원이라고 하더라도 저소득층에는 부담이 아닐 수 없다. 특히 국민소득이 낮은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일부 국가에서는 부유층만 백신을 맞을 수 있을지 모른다. 백신은 전 국민이 동시에 맞아야 효과가 있다. 특정 계층이나 지역만 백신을 맞으면 소수는 예방이 되겠지만 경제적 여건 때문에 못 맞는 사람이 다수면 코로나를 통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팬데믹(대유행)인 코로나19의 경우 전 세계인이 맞아야 효과가 있다.

전 세계가 코로나19 백신 확보전에 돌입한 가운데 우리 정부는 전 국민의 60%에 해당하는 3000만명분의 코로나 백신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 이에 국민의힘 강기윤(보건복지위원회 간사)의원은 우리나라 전 국민(5184만명)이 접종할 수 있는 백신 구매비를 내년 정부예산에 선제적으로 반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강 의원의 요청대로 정부가 전 국민이 접종할 수 있는 백신을 빨리 확보해 코로나19 공포를 덜어 줬으면 한다.

세계적 백신 전문가인 제롬 김 국제백신연구소 사무총장은 전 세계에 백신이 고루 배포되지 못한다면 코로나19는 언제든 다시 대유행을 하게 되는만큼 백신 개발만큼 중요한 것이 유통이라고 했다. 국제기구에서 전 세계 공평한 백신 분배를 위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다. 그동안 인간은 종교와 인종, 문화의 차이 또는 영토와 자원 확보를 놓고 끊임없이 다투어 왔다. 그런 인간이 코로나19를 계기로 화합된 모습을 보여 이 난국을 슬기롭게 극복한다면 인류사에 전환점이 될 것이다.

화이자의 코로나 백신이 발표대로 95% 효과를 보인다면 인류가 만든 백신 가운데 가장 성공적이라는 홍역 백신과 맞먹는 수준이다. 불과 300일 만에 그것을 해냈으니 놀라운 성과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누군가 말한 것처럼, 과학이 지식을 축적하는 속도에 비해 사회가 지혜를 찾아내는 속도는 많이 느리다. 백신 빈익빈부익부는 이번에도 벌어졌고, 먼저 챙긴 나라도 그것을 감당할 방법을 찾느라 허둥대고 있다.

당장 경제가 문제다. 백신을 확보한 국가들은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지만 우리는 여전히 거리두기에 갇혀 경제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 방역 1등 국가에서 한순간에 꼴찌로 전락한 사례로 웃음거리가 될지도 모른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특단의 조치가 나와야 한다.
 
[전국매일신문] 최재혁 지방부국장
jhchoi@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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