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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의 데스크席] 요소수에 들썩이는 대한민국 대책 강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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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의 데스크席] 요소수에 들썩이는 대한민국 대책 강구해야
  • 최재혁 지방부국장
  • 승인 2021.11.11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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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 지방부국장

중국수출 규제로 시작된 ‘요소수 대란’으로 비상이 걸렸다. 정부는 급히 국내 기업과 중국 기업이 임시계약한 요소 1만 8700t 수입 절차가 재개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는 2~3개월만 버틸 수 있는 양이다. 요소수 대란에 맞서는 정부는 첫 대책으로 급기야 군 수송기를 동원해 호주로부터 2만 리터의 요소수를 긴급 공수받기로 했다.

대책으로 나온 이 양이 얼마나 되는 지 따져보니 턱없이 부족한 규모다. 1리터는 1㎏.2만리터는 20톤에 해당하는 양이다. 그런데 군 수송기까지 동원하는 마당에 호주에서 2만리터를 확하기 위해 사용하는 항공유가 왕복 200톤이나 된다. 배보다 배꼽이 크다는 말이 나올만하다.

또 민간항공기도 활용하겠다는 소식까지 전해진다. 항공사에 확인한 결과 호주 시드니 편도에 평균 78톤, 항공기 기종에 따라 다르니 100톤의 항공유도 든다. 요소수가 필요한 긴급한 상황이야 이해되지만 2만리터의 요소수를 항공기를 통해 들여오는 것이 비용 등 여러 가지를 따져 맞는 것인지 납득이 어려운 대목이다. 단기적으로만 급한 불을 끄기 위해 가능하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형 화물차들이 주유소마다 장사진을 치고 있다. 디젤(경유) 차량에 꼭 필요한 ‘요소수(尿素水)’를 넣기 위해서다. 간신히 요소수를 구해도 넣을 수 있는 양은 겨우 10L 정도다. 나머지 20~30L를 채우려면 또 다른 주유소를 찾아 헤매야 한다. 주유소들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재고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요소수는 디젤차의 배출가스를 줄이는 촉매제다. 석탄이나 천연가스에서 뽑은 요소(암모니아)에 증류수를 섞어 만든다. 배출가스 규제가 강화된 2015년 이후에 등록한 디젤차는 의무적으로 써야 한다. 국내 화물차 362만 대 중 절반가량인 170만 대가 여기에 해당한다. 디젤 승용차에도 필수적이다.

요소수 품귀현상이 이어지면서 가격도 천정부지로 뛰고 있다. 평소 10L에 1만원 이하이던 값이 지난달 중순 1만5000원을 넘더니 어제 중고거래 사이트에선 10만원까지 치솟았다. 대형마트 진열대는 텅 비었다. 화물트럭의 요소수 10L당 주행거리가 300~400㎞에 불과하니, 기사들은 발을 동동 구를 뿐이다.

지난 2019년 7월 일본의 반도체 수출 규제가 우리 경제를 흔들었다. 이후 정부와 업계는 이른바 '소부장'의 국산화와 대체수입원 확보에 팔을 걷었고, 이제는 일정정도 위기를 넘겼다. 이제는 요소수다. 물량 부족으로 물류대란은 물론이고, 수출대란까지 우려된다. 상황이 심각하다. 물론 정부는 태스크포스(TF) 등을 구성해 대처하고 있지만 쉽게 상황이 진정될지는 의문이다.

요소수 대란 사태가 대선정국을 뚫고 나라를 뒤흔들고 있다. 누가 대통령이 되는가보다 화물차로 생계를 유지하는 차주들에게는 당장 먹고사는 문제가 걸려 있는 요소수 부족이 더 현실적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요소수를 지속적으로 주입해야 할 디젤차량은 215만6249대에 이르고, 이 가운데 트레일러와 덤프트럭 등 중대형 화물차가 국내 요소수 수요의 80%를 차지한다고 한다. 때문에 화물수송을 담당하는 중대형 트럭의 운행이 중단되면 곧바로 화물대란으로 이어져 수출은 물론 국내 물류가 마비될 수밖에 없다.

요소수는 디젤차가 배출하는 질소산화물을 질소와 물로 분해해 배기가스 오염물질을 줄여주는 역할을 하는데 요소수를 넣지 않으면 시동이 걸리지 않거나 출력이 제한돼 사실상 운행이 어려워진다. 정부는 지난 2015년부터 환경정책이 강화되면서 판매된 디젤차량에 배기가스 저감장치를 장착하게 했고, 2019년부터는 1t트럭까지 확대해 요소수 필요차량이 급증했다. 요소수가 필요한 차량은 일반적으로 10ℓ를 넣으면 600~700㎞를 이동할 수 있다고 한다. 장거리 이동이 많은 중대형 화물차의 경우 한 달에 서너 번은 요소수를 채워야 한다.

문제는 반도체와 요소수 뿐 아니라 수입 의존도가 높은 원부재료의 경우 언제든 수급불안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전 세계적으로 글로벌 밸류체인이 경제의 큰 축으로 작동하고 있는 이상 어느 한쪽의 리스크는 글로벌 리스크로 쉽게 전이되기 때문이다. 왜 이렇게 됐을까. 중국이 요소 수출을 갑자기 금지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요소 수입의 97%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중국은 올 들어 호주산 석탄 반입을 중단하는 바람에 요소 생산량이 급감하자 지난달 15일 요소 수출을 전면 금지했다.

이처럼 중국과 호주 간 무역분쟁이 한국에 엄청난 파장을 미치듯이 전 세계는 지구촌으로 불릴 만큼 하나의 끈으로 묶여있다. 익히 알려진 대로 나비의 작은 날갯짓이 날씨 변화를 일으키는 ‘나비효과’처럼 미세한 변화나 작은 사건이 추후 예상하지 못한 엄청난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지구 반대편에서 일어나는 문제가 곧바로 우리의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전 세계 움직임이 일시에 중지되는가 하면, 중국의 전력대란으로 전 세계 철강, 시멘트, 석탄, 화학, 알루미늄 가격이 폭등한다. 미국 면화 생산지인 텍사스의 홍수로 공급이 줄어들면서 의류를 생산하기 위해 다른 지역에서 면화를 대체할 수밖에 없어 유가, 물류가 덩달아 인상된다. 태국 북부 산업단지가 홍수로 침수되자 전 세계 관련 컴퓨터와 자동차산업이 부품을 구하지 못해 한동안 마비되기도 했다. 자연재해나 코로나19와 같은 팬데믹, 테러 등이 발생할 때마다 특정 국가만 아니라 전 세계가 동시에 요동친다.

앞으로도 요소수 대란과 같은 유사한 상황은 언제 어디서든 발생할 수 있다. 문제는 위기상황 때 얼마나 빠르게 대처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우리나라 행정직 공무원은 109만명이 넘지만 역대 정권이나 지자체의 위기관리 시스템은 여전히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 수준이다. 위기는 나라의 운명을 바꾼다. 지금은 대통령선거보다 요소수 부족이 더 시급하고 간절하다.

설마가 사람 잡는다는 말이 있듯이 요소수 대란은 정부가 국내외 동향에 설마 하며 너무 안이하게 대응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유관 전 부처가 나서 경제안보 정보망을 강화하고 협력해 설마가 나라 잡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그렇잖아도 중국발 에너지·원자재 공급난이 심화되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신차 출고까지 1년이나 걸리는 판국이다. 요소수 부족에 시달리는 물류업계에 이어 농업용 요소비료까지 구하기 어렵다니 내년 봄 농사는 또 어떻게 짓나 걱정이다.

이번 요소수 대란은 일본 수출 규제 이후 3년 만에 불거진 문제여서 더더욱 뼈 아프다. 당시 수출 규제 품목 등에 대응하겠다는 정부 목소리는 온데간데없다. 요소 이외에도 마그네슘 등 중국에 의존하는 품목이 부지기수이다. 정부는 이번 대란을 계기로 전량 수입 의존 품목을 대대적으로 점검하고 장기적으로 국산화하는 등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전국매일신문] 최재혁 지방부국장
jhchoi@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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