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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읽는 詩 53] 국민의 버팀목은 어느 후보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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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읽는 詩 53] 국민의 버팀목은 어느 후보인가?
  •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 승인 2022.01.19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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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희덕 시인(1966년생)
충남 논산 출신으로 1989년 ‘중앙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 소월시문학상을 받음

<함께 읽기> 시인이 되려면 관찰력이 뛰어나야 한다는 말을 여러 번 들었다. 아마도 시인은 자주 다니는 잡목 숲을 걷다 죽은 아카시아 나무가 쓰러지기 직전에 떡갈나무에 기대고 있는 모습을 보았던 모양이다. 마치 죽어 쓰러지려는 아카시아 나무를 일부러 떡갈나무가 떠받치고 있는 듯이. "쓰러진 나무의 향기와 / 살아 있는 나무의 향기를 함께 맡는다" 쓰러진 나무는 여태까지 최선을 다했던 삶이라면, 살아 있는 나무는 현재 최선을 다해 살고 있는 존재의 모습이다. 그러기에 둘의 향기가 비슷하다. 앞선 세대가 힘에 부쳐 쓰러지려 할 때 다음 세대가 버팀목이 됨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니까. “쓰러진 아카시아를 / 제 몸으로 받아낸 떡갈나무, / 사람이 사람을 / 그처럼 오래 껴안을 수 있으랴”

사람 ‘人’ 한자는 서로 의지하며 기댄 모습에서 나왔다고 한다. 즉 사람은 홀로가 아니라 둘 이상이 서로에게 도움을 주고받으며 살라는 뜻일게다. “잡목 숲이 아름다운 건 / 두 나무가 기대어 선 각도 때문이다 / 아카시아에게로 굽어져 간 곡선 때문이다” 잡목 숲에 두 나무가 서로 기대어 선 모습이 참 아름답다. 사람 '人'이 만들어내는 각도 못지않게 말이다.

특히 힘들고 위태로울 때 어딘가 기대고 싶을 때 한쪽 몸을 내밀어 떠받쳐주는 모습은 성자를 연상케 한다. “아카시아의 죽음과 / 떡갈나무의 삶이 함께 피워낸 / 저 연초록빛 소름,” 살아 있는 떡갈나무의 삶과 이미 죽은 아카시아나무의 삶이 하나로 묶여 "함께 피워 낸 / 저 연초록빛 소름"의 띠. "몇 번은 쓰러지면서"에서 암시돼 있듯이 우리도 살면서 몇 번이고 넘어졌을 그런 경험 있었을 게다. 그럴 때 힘든 우리를 떠받쳐주는 누군가로 하여 우린 다시 일어선다.

이 시는 떡갈나무도 아카시아를 내팽개치지 않고 오랜 세월 동안 안고 있는데, 우리 인간은 과연 누군가의 아픔을 보듬어 준 적이 있는가 하는 질문을 던진다. 떡갈나무의 도움은 힘이 남아서가 아니다. 아카시아는 가시가 많은 나무이므로 아카시아를 떠안는 과정에서 상처가 날 수도 있다. 그럼에도 껴안기를 스스럼없이 함은 그것이 진정한 희생이요 사랑임을 넌지시 일러준 시다. 힘이 남아서가 아니라 불편해도 할 일은 해야 한다는, 나는 누군가의 힘든 삶에 기댈 어깨가 돼 준적이 있는가? 이 시는 우리에게 묻고 있다.

[전국매일신문]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sgw3131@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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