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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읽는 詩 56] '검수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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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읽는 詩 56] '검수완박'
  •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 승인 2022.05.03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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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경림 시인 : 서울 출신으로 1992년 ‘자유문학’을 통해 등단. 서울 성북구에 거주하며 목욕탕을 운영하며 시를 쓰고 있다함.

<함께 읽기> 제가 면 종류를 좋아하는데 거기에 칼국수도 들어간다. 그런데 아주 가끔 해물칼국수 속 조개를 먹다 보면 모래가 씹힐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나도 모르게 인상이 구겨진다. 차라리 그때 녀석이 입을 벌리지 않았더라면 먹지 않았을 텐데... 그것과 달리 이 시는 입을 벌리지 않는 모시조개를 보고 부패와 연결시켰다. 많은 정치인들이 부패에서 자유롭지 못한 현실이다. 정치권의 싱크홀이 된 '검수완박', 감옥갈 정치인 등 명단이 공개돼 난장판이 된 국회. 그들 가운데  뇌물수수. 비리 등 부패 사건과 관련, 은팔찌 찰 의원이 몇이나 될지... 하지만 뇌물수수 사건이 일어나면 재미난(?) 현상이 일어난다. 준 사람은 있으나 받은 사람은 없는. 아니 준 사람도 받은 사람도 없는데, 뇌물이 오고 간 정황만 있는, 그럴 때 어느 한쪽이든 실토를 하면 되는데 거의 실토를 안한다. "실토하라고 / 모시조개를 소금물에 담근다“ 하지만 뻘이나 모래를 토해놓지 않는 조개처럼 말이다. 어쩌면 "진흙뻘이 가득 담겨 입을 여는 날에는 / 시원하게 끓인 국물을 모두 버리게 된다" 를 알기에 토하지 않는지도 모르겠다. 그럼 실토하지 않는 조개더러 현명하다고 해야 할까?

"죄는 묵묵부답인 그놈이 모두 뒤집어 써라" 뇌물 준 사람이 입을 굳게 닫았으니 받은 사람에게 죄를 물을 수 없어 혼자 뒤집어쓰는 걸 보고 의리 있다고 해야 할지, "네가 입을 여는 날에는....." 많은 사람이 다칠 거니까, 주경림 시인이 남자인지 여자인지 애매했다면 입 다문 모시조개를 보면서 뇌물 수수 조사가 연상돼 시를 지었으니 주부라는 사실을 알아챘을 게다. 시장에서 조개를 사와 소금물에 담가두면 처음엔 잠잠하다가, 하나둘씩 입을 벌려 모래 알갱이를 토해놓기도 하고 해금을 한다. 간혹 끝까지 입을 꾹 다물고 있는 놈이 궁금해 억지로 열어보면 시꺼먼 뻘만 가득하다. 그놈을 함께 냄비에 넣는 사람은 없겠지만 만약 모르고 넣어 끓인다면, 그래서 제 속을 다 토해놓는다면, 그 조개 때문에 온 냄비(세상)를 버리게 되니 그런 일이 생기기 전에 반드시 솎아내야 한다. 뇌물수수자들이 이 시를 읽을 리 없겠지만 그들에게 이 시를 읽힌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자못 궁금하다. 대신에 우리 민초들은 앞으로 입 다문 조개를 볼 때마다 뇌물을 처먹고도 모르쇠로 일관하는 정치인이나 고위공직자들이 떠오를 것 같다.

[전국매일신문]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sgw3131@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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